[WC]치열한 불펜싸움…결국 넥센이 최후에 웃었다

[김형태기자] 결국 승부는 불펜싸움에서 갈렸다. 사상 첫 와일드카드 결정전. '홈런공장' 목동에서의 초단기전은 치열한 연장 접전 끝에 희비가 엇갈렸다.

양팀 선발투수들은 저마다 최소한의 몫을 해냈다. 넥센 선발 밴헤켄이 6.2이닝 7피안타 3실점(2자책)으로 선방했고, 김광현은 초반 극심한 난조를 잘 극복하고 5이닝 3피안타 4볼넷 1실점을 기록했다.

넥센이 에이스 강판 뒤 필승조 투입이란 '정석'을 내세운 반면 SK는 또 다른 선발요원 켈리를 2번째 투수로 등판시켰다. 경기 전부터 김용희 감독이 예고한 비장의 '강수'였다.

두 팀의 전략은 엇갈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우선 전문 구원요원이 아닌 켈리는 6회부터 등판한 뒤 첫 이닝을 잘 넘겼으나 7회 천금같은 리드를 그만 날렸다. 1사 뒤 서건창을 볼넷으로 내보낸 게 화근이었다. 후속 고종욱에게 볼 2개를 던진 뒤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던진 3구째를 통타 당했다. 우중간을 완전히 가른 타구에 부리나케 뛴 서건창은 득점, 고종욱도 1루와 2루를 거친 뒤 과감한 슬라이딩으로 3루에서 살았다. 추격의 1타점 3루타.

1사 3루 코너에 몰린 켈리는 이택근을 1루수 땅볼로 유도했지만 스타트를 무척 빨리 끊은 고종욱이 한 발 빨리 홈플레이트를 밟으면서 3-3 동점을 허용했다.

재차 힘을 낸 켈리는 추가 실점 없이 8회와 9회까지 마운드를 지켰지만 7회 2실점은 적잖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넥센의 필승조는 반대로 순탄하게 나아갔다. 1-3으로 끌려가던 7회초 선발 벤헤켄이 볼넷과 안타 2개로 2사 만루에 몰리자 구위가 좋은 우완 손승락을 내세웠다. 안타 하나만 허용하면 사실상 승부가 끝날 수 있는 상황에서 손승락은 치열한 승부 끝에 김강민을 삼진처리하고 큰 불을 껐다.

8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손승락이 선두 이재원을 우전안타로 내보내자 넥센은 지체없이 오른손 파워피처 조상우를 투입했다. 조상우는 정의윤을 외야 뜬공, 브라운을 삼진처리해 기세를 올렸다. 박정권을 볼넷으로 내보내 2사 1,2루에 몰렸지만 김성현을 2루땅볼 처리하고 SK의 공격을 무위로 돌렸다. 조상우는 9회와 10회에도 마운드를 책임졌다. 3이닝 동안 49개의 공을 던지며 역투한 조상우는 11회초 한현희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SK는 9회말 2사 뒤 마무리 정우람을 투입해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정우람은 특유의 물 흐르는 듯한 투구로 SK 타선을 틀어막았다. 10회에도 전광판엔 '0'이 찍혔다.

숨막히는 불펜 대결은 그러나 연장 11회에 가서야 승자와 패자가 드러났다. 우선 넥센이 먼저 가슴 철렁한 순간을 맞았다. 11회 넥센의 4번째 투수로 등판한 한현희는 선두 정상호를 우전안타, 나주환 타석 때 폭투를 범해 실점 상황에 처했다. 무사 2루서 나주환의 유격수 땅볼때 선행주자를 3루에서 잡아 한숨을 돌렸지만 이명기에게 중전안타를 허용, 1사 1,2루에 몰렸다.

대타 박재상은 2루수 병살타성이었지만 간발의 차이로 타자주자가 1루에서 살았다. 다음 타자는 최정. 넥센으로선 허망한 상황이 발생했다. 2사 1,3루에서 한현희의 2구째에 최정이 헛스윙했는데, 이때 공이 포수 박동원의 미트를 맞고 뒤로 빠진 것. 3루에 나주환이 홈으로 돌진해 살면서 균형이 깨졌다.

SK도 마냥 웃을 수는 없었다 11회말에도 마운드에 오른 정우람이 그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리드를 날린 것이다. 결국 불행의 씨앗이 되고 말았다.

1사 뒤 김민성에게 좌익선상 2루타를 허용한 뒤 스나이더에게 동점 우익수 옆 2루타를 내리 맞은 것. SK는 부랴부랴 정우람을 내리고 윤길현을 투입했다. 2사 1,2루에선 좌완 신재웅, 2사 만루에선 우완 박정배를 내리 투입했다. 박정배는 윤석민을 평범한 내야플라이로 유도했지만 SK 유격수 김성현이 전력질주 후 공을 잡는 듯했지만 떨어뜨리면서 그만 끝내기 실책으로 기록됐다. 그야말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5-4 넥센의 승리.

넥센 불펜은 이날 3명의 투수가 나서 4.1이닝 3피안타 1실점을 합작했다. 대단한 호투행진이었다. 11회 자칫 결승점이 될 수도 있었지만 전화위복이 됐다.

반면 무려 6명의 투수를 내세운 SK 불펜은 5.2이닝 5피안타 4실점(3자책)에 그쳤다. 무엇보다 11회말 끝내기 상황을 자초한 점이 뼈아팠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끝내기 실책이 나오면서 고개를 숙여야 했다. 역시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조이뉴스24 목동=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joy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