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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경·김의성·유호정…고아성의 사람들(인터뷰)


영화 '오피스'서 인턴 이미례 역

[권혜림기자] 배우 고아성에게선 또래 배우들에게서 흔히 감지되지 않는 묘한 분위기가 흐른다. 누군가는 '조숙하다'고, 다른 누군가는 '아우라가 있다'고도 말하지만 그의 매력을 한 마디로 정의하긴 어렵다. 말씨는 조근조근하며, 대화를 할 땐 상대의 눈을 꼭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응시한다. 말을 돌려 할 줄 모르는 진솔함과 다방면에 걸친 해박함을 지녔지만 오만함과는 거리가 멀다.

24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오피스'(연출 홍원찬, 제작 영화사 꽃)의 개봉을 앞둔 배우 고아성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영화는 자신의 가족을 살해하고 종적을 감춘 회사원이 다시 회사로 출근하는 모습이 CCTV 화면에서 발견되고, 그 후 회사 동료들에게 의문의 사건이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스릴러와 호러의 절묘한 어우러짐으로 공포감을 선사할 전망이다.

고아성은 사무실의 인턴 이미례 역을 연기했다. 아역 배우로 연기를 시작해 회사원의 삶을 살아보진 않은 그지만, 영화 속 인물들을 이해하기 위해 서울 상암동의 빌딩숲에서 퇴근하는 직장인들의 모습을 자주 관찰했다. 지인 중 회사원인 인물을 모델로 삼아 캐릭터를 연구하기도 했지만 전체적인 그림은 성실하게 일하면서도 성과나 보답을 얻지 못하는 어떤 사람들에 대한 연민 위에 그려졌다.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있잖아요. 정말 착하고 일도 열심히 하는데 성과는 하나도 얻지 못하는……. 그 분들에게 느끼는 연민이 있었어요. 연기하면서 보니 어느 순간 '나도 이랬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더라고요. 착하고 잘 참으면 '만만하다'는 시선밖에 얻지 못하는 세상이니, 그런 마음을 잘 표현하려고 했죠. 미례의 자격지심,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저도 개인적으로 경험한 적이 있었으니 어느 직업이나 비슷하게 겪을 수 있는 감정이었던 것 같아요. '오피스'가 어느 조직에서나 볼 수 있는, 의식도 못할 만큼 깊이 스며들어 있는, 언어적인 것을 포함한 폭력을 다뤄서 너무 좋았고요."

'오피스'는 올해 제68회 칸국제영화제의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칸에서는 물론이고, 이후 국내에서 이뤄진 언론 배급 시사에서도 배우 고아성의 연기를 호평하는 목소리는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처음으로 성인 캐릭터를 맡은 그에게 '오피스' 속 연기는 합격점인 셈이다. 호평을 전하는 말에, 고아성은 함께 연기한 동료 배우들에게 공을 돌렸다.

"에너지는 상대 배우에게서 나와요. 박성웅, 배성우 선배 등, 정말 그렇죠. 감독님의 설명에 따르면 박성웅 오빠와 연기할 때는 일말의 연애 감정이 있을 수 있었어요. 종훈(박성웅 분)이 먼저 미례에게 연민을 느끼다가 그 이상의 감정을 가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죠. 처음 남자 선배 배우와 연기하는데 그게 너무 재밌더라고요. 정통 멜로 라인도 아니고 연민으로 시작하는 애정이 너무 재밌었어요. 배성우 오빠와 촬영하면서는 '이렇게 기가 센 배우는 처음'이라고 느꼈어요. 기운을 다 뺏겨 '5분만 쉬겠다'고 말하고 윗층 화장실에서 옷을 벗고 쓰러져 있었을 정도로요. 연기를 하면서 그렇게 밀려본 적이 없었는데, 제 정신에까지 영향이 오는 기분이었죠."

고아성과의 대화는 애쓰지 않아도 솔직하게, 그리고 깊게 흘러간다. 남녀노소를 떠나, 가까이서 호흡한 배우들이 고아성의 매력에 흠뻑 취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오피스'에서 함께 연기한 류현경과는 '절친'이 됐다며 크게 웃어보인다.

"지난 달까지는 현경 언니와 일주일에 일곱 번을 만났어요. '이러다 우리 사귄다고 소문 나'라며 조금 멀리 하기로 해서 요즘은 주 2~3회 만나고 있어요. 보고 싶어도 참고.(웃음) 류현경 언니의 남자 버전을 만나고 싶을 정도로 마음이 잘 통하는 사람이에요."

앞서 고아성은 약 30세의 나이차가 있는 '오피스'의 배우 김의성과 친구 사이로 지낸다는 이야기로 화제가 된 바 있다. "지금도 좋은 우정을 유지하고 있다. 우정이 변치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활짝 웃은 고아성은 "늘 만나서 '우리 우정 포에버'라고 말하곤 한다"고 답했다.

"스릴러, 무서운 영화를 찍으며 이렇게 각자 한 가닥 하는 배우들이 모일 줄 몰랐어요. 결과물을 보니 어느 한 명도 욕심을 가지고 연기하지 않았더라고요. 어느 한 명의 연기가 수면 위로 올라오는, '이 사람의 연기'를 보여주는 영화가 아니라 생각했는데 다들 그런 마음을 가졌다는데서 온 친밀감이 굉장히 컸어요."

고아성과 나이를 막론한 우정을 나누는 이들은 더 있다. SBS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만난 백지연과 유호정 역시 그에겐 소중한 사람들이다. 고아성은 백지연을 '오피스'의 VIP 시사에 초대했다고 밝히며 뒷이야기를 전했다.

"백지연 언니와 친구 분이 오셨는데, '난 무서운 걸 못 보니까 친구만 영화를 볼 것'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졸라서 영화를 보시게 했는데, '어땠어요?' 하니 스토리를 모르시는 거예요. '너무 무서워서 1/3 정도밖엔 못 봤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나이차는 있지만 너무 귀여우신, 사랑스러운 분이에요. 언니와도 우정을 나누고 있죠."

"이상하게 후배를 스스럼없이 대하는 분들을 많이 만났다"고 답을 이어 간 고아성은 "모두가 그랬다"며 "유호정 선배와도 정말 친했다. 그 친밀함이 좋은 선후배의 관계를 넘어 인간적인 끈끈함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유호정 선배님을 사랑하나?' 싶을 만큼 보고싶을 때가 많았다"며 "맨날 연락을 했다"고 밝게 답했다.

한편 현재 고아성은 '오피스'의 홍보 활동과 함께 이한 감독의 신작 영화 '오빠 생각' 촬영 일정을 소화 중이다. '오피스'는 오는 9월3일 개봉한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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