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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오대환 "왕형사 캐스팅 확정 소식에 눈물"(인터뷰)


스크린-브라운관 오가며 눈도장

[정명화기자] "'베테랑' 캐스팅 확정 전화를 받고 아내와 함께 울었어요."

육중한 근육질 몸매에 크고 우렁찬 목소리, 남성적인 모습에도 불구하고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헛발질을 하는 광역수사대 강력반 왕형사. 촘촘한 영화의 사이사이 웃음을 주며 같은 팀 '미스봉'(장윤주 분)과 언뜻 러브라인을 내비치는 왕형사 역을 연기한 배우는 연기 베테랑 오대환(36)이다.

"딸이 셋이라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말을 버릇처럼 되뇌이는 이 넉살 좋은 배우는 올해만 '살인의뢰', '차이나타운', '베테랑' 등에 부지런히 얼굴을 비치며 관객의 눈도장을 받고 있다. 개봉을 앞둔 '오피스'에서는 영업2팀의 대리 역을 맡아 높은 비중을 보여준다.

'차이나타운'에서는 영화 초반 '일영'(김고은 분)이 밀린 사채를 받으러 찾아가는 마작 하우스에서 일영에게 재떨이로 강타당하는 남자 '덩치' 역을 맡았다. 출연 중인 드라마 '여왕의 꽃'과 강렬한 인상을 남긴 드라마 '신분을 속여라'로 인지도 급상 중이다.

거친 건달 혹은 악역, 사극 속 코믹한 이미지로 익숙한 오대환은 '베테랑'으로 다시 한단계 도약의 기회를 잡았다. 개봉 12일만에 6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무서운 흥행세를 과시하고 있는 '베테랑'은 주연진 뿐 아니라 조연들에게도 고른 후광을 비치고 있다. 영화 무대 인사를 하면서 관객들의 반응을 실감하고 있다는 오대환은 '베테랑'과 개봉을 앞둔 '오피스'가 배우 인생의 전기가 되주었다고 말했다.

"원래는 '베테랑'에서 비리 형사 역을 맡기로 얘기가 돼 있었다. 그런데 왕형사 역을 하기로 했던 마동석씨가 일정상 출연이 어렵다고 하더라. 류승완 감독님이 2주를 줄테니 몸을 키워오라고 하더라. 알겠다고 하고 2주만에 8kg를 찌워서 갔다. 감독님이 '진짜 고맙다'고 하시더라. 그런데 '네 연기 스타일을 아는데, 왕형사를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감독으로서 좀 두렵다'라고 하셨다. 그 말을 들은 매니저가 '안된 거 같다'고 하는데 실망이 너무 컸다. 2주 동안 술도 안먹고 운동하고 먹기만 했는데, 아내에게도 너무 미안했다. 식대로 엄청나게 들었는데, 딸 셋을 키우는 비용도 만만치 않을텐데 내 식비까지 생각하니 더 면목이 없었다. 그날 아내와 맥주 한잔 하면서 풀고 있는데 매니저한테 캐스팅 됐다고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고 아내를 붙들고 펑펑 울었다."

오대환은 일단 캐스팅 소식을 듣고 너무 기뻤지만 그만큼 부담도 컸다고 한다. 쟁쟁한 대배우들과 유명한 감독님, 부담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누가 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스트레스는 컸고, 자신의 옷이 아닌 냥 어색하기만 했다.

"영화를 보는데 감독님한테 너무 미안했다. 내가 너무 못해서. 잘해야겠다는 부담이 너무 커서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굳어있는게 보였다. 정말 할 말이 없다."

"정말 자괴감이 들고 힘들 때 도움을 준 게 (장)윤주다. 자기도 첫 연기고 첫 영화면서 옆에서 많이 위로해주고 힘을 줬다. 차라리 윤주는 처음이라 더 자유롭게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도 윤주한테 너무 고맙다."

촬영을 해나가며 어느 순간 마음을 내려놓게 됐다는 오대환은 그때부터 연기가 좋아졌다고 한다. 촬영을 하며 작성한 일지에 연기를 만족한 날은 10번 중 두번 꼴에 불과하다고 그는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영화를 보고 뒷풀이를 못가겠더라. 영화는 너무 잘 나왔는데, 내 연기를 보면 감독님께 미안해서 도저히 그 자리에 낄 수가 없었다."

자신의 연기에 내리는 오대환의 혹독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는 동안 왕형사는 작품 속 감초이자 듬직한 팀원으로의 본분을 다한다. 영화의 흥행 성공 덕에 솔솔 나오고 있는 속편 제작 소식에 오대환표 왕형사를 다시 볼 수 있으리란 기대를 걸게 된다.

오대환은 "류승완 감독님과 속편 얘기를 한 적이 있다"며 "그동안 절권도같은 걸 배워뒀음 좋겠다고 하시며 '홍금보같은 이미지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고 말했다.

영화 '베테랑'에 이어 오는 27일 개봉을 앞둔 스릴러 '오피스'에서의 오대환도 기대를 해봄직하다. 상사에게 아부하고 승진에 목을 매는 여느 평범한 회사원 역을 연기한 그는 이번 영화에서 그 어느 작품보다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낼 예정이다.

한국종합예술원 출신으로 한 순간도 연기에 대한 희망을 놓아 본적이 없다는 오대환. 세 딸의 아빠이자 연기 생활인인 그는 "오달수 선배처럼 어떤 작품에도 이질감 없이 녹아드는, 오래 갈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절대 주연에 대한 욕심은 없다는 차근차근 한국영화계에서 불꽃 존재감을 가진 배우로 성장해 가는 시간을 지켜보는 것은 특별한 즐거움이 돼 줄 듯 하다.

조이뉴스24 정명화기자 some@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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