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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경기 출전 넥센 마정길 '두 번의 고비'


"유니폼 입고 마운드 오를 때가 행복, 송신영 선배처럼 롱런이 목표"

[류한준기자] "후련하기도 하고 덤덤했어요." 넥센 히어로즈 투수 마정길은 지난 7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경기에서 팀의 4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그는 이날 등판함으로써 KBO리그 역대 31번째 500경기 출전자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02년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이후 14년차 시즌에 달성한 의미있는 기록이다.

마정길은 중간계투로 뛰고 있다. 신인 시절부터 지금까지 맡은 역할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는 7일 KIA전 이후에도 4차례 더 등판했다. 28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전까지 504경기 출전을 이어가고 있다.

마정길은 청주기계공고 재학 시절 팀 마운드를 이끌었다. 이를 눈여겨 본 연고팀 한화는 1998년 신인지명회의에서 2차 10라운드로 그를 지명했다. 마정길은 고교 졸업을 하면서 프로 입단을 뒤로 미루고 단국대에 진학했다. 2001년에는 단국대를 전국종합야구선수권대회 우승으로 이끌었다.

단국대는 당시 주축 투수로 꼽힌 김일엽과 이승학이 메이저리그 진출 때문에 학교를 떠난 상황이었다. 마운드 높이가 낮아졌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마정길이 선발투수로서 제몫을 해내며 값진 성과를 일궈냈다.

하지만 프로에 발을 들여놓고 나서 보직이 불펜투수로 바뀌었다. 마정길은 "선발이 아닌 중간계투라서 500경기 출전을 달성한 것 같다"고 웃었다.

마정길이 갖고 있는 장점은 꾸준함이다. 그는 2008시즌 한화 불펜에서 대기하며 92,2이닝을 던졌다. 4경기 연투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등판 때마다 긴 이닝을 던진 게 아니라 가능했다"고 돌아봤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팀이 있었고 마운드에 오르는 일이 즐거웠다.

마정길은 올 시즌 등판 횟수 등으로 혹사 논란에 놓여 있는 권혁(한화)에 대해서 "몸이 힘들긴 하겠지만 (권)혁이는 정말 즐거운 마음일 것"이라며 "혁이가 FA 이적을 결정하기 전 전화 통화를 한 적이 있다. 그 때 '나를 필요로 하고 더 많은 경기에 나가 던질 수 있는 팀에 가고 싶다'고 했었다"며 둘 사이에 오간 얘기를 공개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쉬지 않고 한 걸음씩 걸어온 야구 인생 같지만 고비는 있었다. 마정길은 2004시즌 종료 후 군에 입대했다. 당시 KBO리그는 '병풍사건'으로 어수선했다. 병역 브로커가 끼어들어 8개 구단 70명의 선수가 병역비리에 연관됐다.

마정길도 여기에 포함됐다. 최악의 결과는 피했지만 정신적인 충격은 컸다. 한순간 잘못된 선택이 야구인생 자체를 망쳐버릴 수 있었던 위기였다.

그는 공익근무요원으로 병역을 마쳤고 2007시즌 다시 마운드에 섰다. 11경기 출전 1패 1홀드로 부진했으나 다음해 64경기에 나와 2승 1패 2세이브 7홀드 평균자책점 2.91을 기록했다. 92.2이닝이나 던진 2008시즌이었다. 그는 "힘든 걸 모르고 던졌다. 마운드에 오르는 일 자체가 재미있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두 번째 고비는 넥센 이적 후에 찾아왔다. 2011시즌 후반기 일정이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8월 8일 마정길은 롯데 자이언츠와 원정경기에 앞서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을 찾았다. 그런데 그만 미끄러졌고 무릎 인대가 손상되고 말았다. 부상으로 시즌아웃이었다.

선수로서 적지 않은 나이에 닥친 큰 부상이었다. 어쩌면 은퇴 결정을 내릴 수도 있었던 위기였다. 그는 재활을 거쳐 2013시즌 다시 마운드에 섰고 넥센의 '가을야구' 진출에 도움을 줬다.

마정길은 지난 시즌에는 56경기에 나왔다. 2010년 넥센 이적 후 두 번째로 많은 경기를 소화했다.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무대에도 섰다. 많은 이들이 조상우, 한현희 등 넥센 마운드 필승조를 기억했지만 마정길은 그 뒤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했다. 올 시즌도 마찬가지다.

마정길은 500경기 출전에 대해 "내게 이런 날이 찾아올 줄은 정말 몰랐다"고 했다. 그는 "유니폼을 입고 공을 던질 수 있는 팀과 자리가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행복하다"고 했다. 2011년 부상 이후 그런 생각은 더 강해졌다.

목표는 분명하다. 그는 "같은 팀에서 뛰고 있는 송신영, 이정훈 선배처럼 롱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17년차 시즌을 보내고 있는 송신영은 올 시즌 팀 선발진의 한 축을 맡고 있다. 프로 19년차 베테랑 이정훈은 올 시즌 1군 출전기록은 아직까지 없지만 지난 시즌 무릎 부상 이후 재활을 거쳐 현재 퓨처스(2군)리그에서 한창 몸을 만들고 있다.

조이뉴스24 목동=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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