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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파 우승 칠레, 1년 전보다 더 진화한 압박축구


브라질월드컵서 강렬한 압박축구로 인상적이었던 칠레, 코파에서도 굳건

[이성필기자] 1년 전 브라질월드컵에서 16강까지밖에 오르지 못했지만 위력적인 압박 축구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칠레가 더욱 진화된 모습으로 남미축구 정상에 올랐다.

칠레는 5일 오전(한국시간) 칠레 산티아고의 에스타디오 나시오날에서 열린 2015 코파 아메리카 결승전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연장전까지 0-0 무승부를 기록한 뒤 승부차기에서 4-1로 웃으며 처음으로 정상에 올랐다.

상대적인 전력에서 아르헨티나의 공격진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졌던 칠레는 왕성한 활동량과 압박으로 승부했다.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당시 스페인을 2-0으로 물리치던 전술과 비슷했다. 아르헨티나가 볼을 잡으면 두세 명이 달라붙어 다음 전개를 막았다.

공격부터 수비까지 전체 라인을 끌어올리며 아르헨티나의 패스 축구를 차단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공간을 쉽게 찾지 못한 아르헨티나는 결국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가 개인 돌파로 파울을 유도한 다음 세트피스로나 골을 노려야 했다.

메시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의도적으로 방치한 칠레는 최대한 페널티지역과 먼 곳에서 파울을 범하며 좋은 위치에서의 프리킥 기회를 주지 않으려 했다. 세트피스는 수비로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파울이었다.

속도전에서도 칠레는 밀리지 않았다. 전반 양 팀의 빠른 공수 전환은 대단했다. 칠레는 아르헨티나의 템포에 말려들지 않았다. 오히려 스스로 템포를 의도적으로 조절하며 상대를 혼란에 빠트렸다. 이런 전술 역시 지난해 월드컵 브라질과의 16강전에서 보여준 바 있다. 당시 브라질은 연장전까지도 흔들리지 않는 칠레에 적잖이 당황했다. 네이마르(FC바르셀로나)도 꽁꽁 묶였다. 브라질은 승부차기에서 어렵게 칠레를 꺾고 8강에 올랐다.

강인한 기본 체력을 바탕으로 한 칠레는 끊임없이 압박하면서 확실한 역습 한 방으로 아르헨티나를 흔들었다. 전반 막판 알렉시스 산체스(아스널)의 역습에 의한 슈팅이 골대를 살짝 빗겨간 것이 좋은 장면이었다. 조금만 정확했다면 골이 될 수 있었다.

칠레의 체력이 대단했던 것은 교체 선수 타이밍으로 알 수 있었다. 물론 아르헨티나는 운이 없었다. 앙헬 디 마리아(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전반 29분 부상으로 나가면서 조기에 교체 카드 한 장을 사용해야 했다. 이후 공격이 워낙 풀리지 않으니 후반 곤살로 이과인(나폴리), 에베르 바네가(세비야)로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홈 이점을 앞세운 칠레는 연장 돌입 전까지 마티아스 페르난데스(피오렌티나)만 교체로 수혈했다. 연장전에서도 호세 엔리케스(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만 교체 투입하고 1장의 교체카드는 쓰지 않았다. 선수들 대부분의 체력이 강한 것을 믿고 조직력의 틀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자신감이 엿보이는 작전이었다.

아르헨티나 출신 호르헤 삼파울리 감독은 평소에도 교체 카드 활용을 적게 하는 편이다. 승기를 잡거나 조직력에 문제가 없으면 변화 대신 안정을 유지한다. 조별리그부터 결승전까지 이런 전략은 완벽하게 통했다.

아르투로 비달(유벤투스)의 음주운전 파문과 곤살로 하라(마인츠05)의 경기 중 추행으로 인한 징계 등 각종 악재 속에서도 칠레가 흔들리지 않고 정상까지 오를 수 있었던 이유다. 특히 수비수 하라의 공백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칠레와 비슷하게, 체력과 정신력을 앞세운 축구를 하는 한국 입장에서는 이번 대회를 좋은 참고서로 삼을 만하다.

아르헨티나는 칠레의 스타일을 무너트리지 못하고 단 한 방 결정적인 골을 꽂아넣지 못한 끝에 승부차기에서 울었다. 이는 브라질월드컵 결승에서 독일과 연장 승부를 벌여 패했던 것과 유사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아르헨티나는 파라과이와의 4강전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살얼음 승부였다.

대회 전 이과인은 "아르헨티나에는 타깃형 공격수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칠레처럼 체력과 압박을 앞세우는 팀에는 높이로 공간을 깰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준우승으로 또 고개를 떨군 아르헨티나의 고민도 새삼 확인한 대회였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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