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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비수사', 감독 곽경택의 진화(인터뷰)


달라진 색채, 쏟아진 호평에 "이 또한 사람의 이야기"

[권혜림기자] 거셌던 흥행 열풍이 어언 14년 전 일이지만, 아직도 많은 관객의 뇌리 속 감독 곽경택의 이름엔 '친구'라는 글자가 꼬리표로 붙는다. '친구'의 흥행 이후에도 곽경택 감독의 필모그라피는 거칠고 어두운 세계의 이야기들이 주를 이뤘다. 지난 2013년 개봉한 '친구2'의 관객몰이는 곽 감독의 흥행 재기를 알렸다. 조직폭력배의 세계를 다룬 '남자 영화'가 또 한 번 감독의 지울 수 없는 색깔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전작들과는 몹시 다른 향기를 풍긴다. 곽경택 감독에게 전과 비슷한 색채의 신작을 기대한 관객들이라면, '극비수사'(감독 곽경택/제작 ㈜제이콘 컴퍼니)는 분명 의외의 감흥을 안길 영화다. 수사물의 외형을 띠고 실화 유괴 사건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취했지만 영화가 집중하는 것은 거친 형사들의 세계도, 소름돋을만한 반전도 아니다.

영화는 사주로 유괴된 아이를 찾는 형사와 도사의 33일 간의 이야기를 담는다. 1978년 부산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서로 다른 소신을 안고 살아왔던 두 남자가 같은 목표를 위해 만나고, 우여곡절 끝에 연대를 이루게 되는 이 이야기는 진하게 우려낸 사골 국물 같다.

전작인 영화 '미운 오리 새끼'에서 자전적 이야기를 인간미 넘치는 서사로 가공해 호평을 얻었던 그는 '극비수사'를 통해 감독 곽경택을 향한 기대를 한 뼘 더 높이는 데 성공했다. 이런 곽 감독의 변화를 주연 배우 김윤석은 "또 다른 진화"라고 표현했다. 일견 고개가 끄덕여지는 평이다.

"사실 이 영화를 하겠다고 생각했을 때부터, 마지막 편집과 믹싱을 끝낼 때까지, '착한 영화를 만들었으니 사람들이 뭐라고 하지는 않겠다'라고 생각했어요.(웃음) 그런데 기자 시사 때 박수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고 기자들에게 '수사물의 전형과 많이 달라 좋다'는 반응을 얻었을 때, 조금 과분한 칭찬을 받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죠."

영화는 조직 폭력배들의 세계를 그린 수 편의 영화를 위해 취재를 하던 곽 감독이 우연히 접하게 된 이야기에서 출발했다. 실화인 유괴 사건은 당시 부산에 살았던 감독에게는 이미 친숙한 서사였다. 그러나 도사 김중산과 형사 공길용의 만남, 아찔했던 수사 과정의 내막은 실존 인물인 공길용 형사로부터 처음 듣게 된 이야기였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던 두 남자의 '작전'은 그렇게 영화로 만들어졌다.

"실존 인물인 그 분들에게는 이 영화가 선물일 수도 있고, 귀찮은 일이 될 수도 있어요. 호사다마라고 하잖아요. 조용히 살던 사람들이 주목받게 될테니, 개봉을 앞두고 얼마 전 두 분께 전화를 드렸어요. '영화에 얼마나 많은 관객이 들진 모르겠지만 마친 입장에선 두 분 덕에 좋은 영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씀드렸죠. 그리고 또 하나, '이 영화가 본격적으로 알려기데 되면 아버님들께도 귀찮은 일이 생길 수 있다. 아마 열 가지 중 세 가지는 귀찮거나 힘든 일일 것'이라고도 말씀드렸어요."

실존 인물인 형사 공길용과 도사 김중산의 과거는 베테랑 배우 김윤석과 유해진의 숨결을 통해 스크린에 되살아났다. 최근 영화와 예능 프로그램을 오가며 코믹한 이미지로 팬층을 넓혀 온 유해진은 '극비수사'를 통해 청빈하고 소신있는 무속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김윤석은 공길용 역을 통해 그 어느 작품에서보다 인간적인 인물을 연기했다. 각 배우들의 호연은 말할 필요 없고, 무려 네 작품을 함께 한 두 배우의 호흡에선 안정감까지 느껴진다.

"'극비수사' 이전, '해적:바다로 간 산적'까지만 해도 유해진은 자신이 해오던 코미디를 했죠. 그래서 본인의 코미디가 관객들에게 다시 한번 어필될지 고민을 하는 것 같더라고요. 물론 결과는 좋았고, 그가 영화를 살렸지만요. 김윤석과 처음 작업하면서는 감독으로서 고민의 수위를 높여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주연 배우가 워낙 고민을 많이 해 오니까, 긴장할 수밖에 없었죠."

개봉 전 영화가 시사를 통해 공개되자 객석의 반응은 대체로 그 방향이 일관됐다. 요약하자면 '두 남자의 소신에 대한 이야기'라는 평이 다수였다. 곽경택 감독은 영화를 선보이기 전 시나리오를 모니터링해 준 선배로부터 이미 비슷한 반응을 얻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처음엔 소신에 대한 장면, (김중산이) 소신에 대해 말하는 장면이 없었다"는 의외의 설명도 보탰다.

"영화에서 코드 하나를 부각시키고 설명하는 것이 조금 너무 작위적이고 인위적이지 않을까,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처음 시나리오엔 소신에 대한 장면은 없이, 기존의 구조로 갔는데 한 선배님에게 시나리오를 봐 달라고 하니 '곽 감독, 이건 소신에 대한 이야긴데?'라고 하더라고요. 머리를 망치로 땅 때린 것 같았어요. '소신'이라는 단어는 사실 요즘 잘 쓰지 않는 말이잖아요. 인정은 하지만 뒤에 다 감추고 사는 그런 단어요. 과연 이걸 영화에서 꺼냈을 때 촌스럽다는 소릴 듣지 않을까 싶었지만, 이 영화가 그런 영화라면 정확히 전달하자고 생각했죠. 그래서 두 사람의 소신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했고요."

개봉을 앞두고 호평이 쏟아지고 있지만, 감독은 아직 어리둥절한 상태다.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것이 많은 감독들의 흥행 지론이지만, 곽경택 감독은 유독 겸손했다. 그가 펼칠 새 이야기에 공감해 줄 관객들을 차분히 기다리고 있다.

"칭찬을 들으면 '그런가보다' 싶을 때도 있지만, 이번엔 '그런가?' 싶어요. 어리둥절하기도 하죠. 영화를 찍을 때 스태프 중 하나가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감독님, 이번 작품 잘 찍고 나시면 정말 새로운 작품을 찍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으실 거예요'. 그 땐 '무슨 새로운 이야기?' 싶었어요. 이제껏처럼 사람의 이야기를 끄집어냈을 뿐이니까요. '극비수사' 또한 그저 사람의 이야기예요."

'극비수사'에는 김윤석과 유해진 외에도 장영남, 이정은 등이 출연한다. 18일 개봉한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박세완기자 park9090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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