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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리 "연기돌 특혜? 오디션 수도 없이 떨어졌죠"(인터뷰)


'여왕의 꽃'서 서유라 역 열연 "웃기다는 칭찬 더 좋아요"

[이미영기자] "연기 잘한다는 말보다 웃기다는 말이 더 좋은 칭찬 같아요."

고우리의 재발견이다. 무대 위 반짝반짝 예쁘고 화려했던 걸그룹 레인보우의 고우리는 없다. 놀 줄 모른다는 말이 의심스러울 만큼 좀 놀아본 연기를 제대로 펼치고 있다. 잠재됐던 코믹 본능도 장착했다. 또 뭘 보여줄까, 볼수록 빠져들게 만드는 천방지축 그녀다.

고우리가 MBC 주말드라마 '여왕의 꽃'(극본 박현주·연출 이대영 김민식) 서유라 역을 맡아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서유라는 병원장 부부의 외동딸로 자라온 천방지축 캐릭터. 정략 결혼을 위해 내숭도 떨지만 사실 유흥이라면 남 부럽지 않을 음주가무의 달인이자 화려한 클럽의 여왕이다.

고우리는 '예쁜 척' 하지 않고 제대로 망가졌다. 마스카라 번진 팬더 화장도 불사하고, 툭 하면 엄마 장영남에 두들겨 맞아 애처로울 정도. 화려한 폭탄주 제조 기술로 감탄을 자아내고, 클럽 섹시 댄스와 물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가 선보인 EXID의 '위아래' 댄스는 포털사이트 검색어에 오르며 뜨거운 화제가 됐다.

고우리의 실제 생활이 서유라 같지 않을까 의심이 들 만큼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치지만, 사실 실제 술과도 클럽과도 거리가 멀다. 섹시춤은 댄스가수의 장기를 십분 발휘했고, 폭탄주 제조는 열심히 공부했다고.

"'놀 것 같다'고 오해하는 분들이 생길까봐 걱정이예요. 폭탄주 제조는 동영상을 보기도 하고 이종혁 선배님한테도 배웠어요. 사실 실제로는 엄청 어색한데 화면에 포장이 잘 돼서 나갔어요. '위아래' 댄스도 이렇게 화제가 될진 몰랐죠. 촬영은 생각보다 안 창피했어요. 클럽신에 함께 했던 보조 출연자들과 즐겁게 호흡하며 촬영했죠. 스태프들이 대부분 남자분들이라 군부대 가서 공연하는 느낌이었어요."

자칫 '밉상'이 될 수 있지만, 고우리 특유의 밝음이 캐릭터에 녹아들면서 우리네 여동생처럼 친근하게 느껴진다. 고우리 또한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넘쳤다. '예뻐보이고 싶은' 욕심은 애당초 없었다.

"유라는 말하는 것이 밉상이지만, 엄마에게 구박을 당할 때는 또 짠내 나는 캐릭터 같아요. 마냥 악한 친구도 아니죠. 남자에는 관심이 없고 노는게 좋은 캐릭터예요. 남자를 억지로 유혹한다거나 얄미운 여우 캐릭터는 아니예요."

"사실 유라를 연기하다 보면 엄청 에너지가 소비돼요. 파이팅 넘치기도 하고, 소리도 많이 지르고. 과장된 캐릭터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저는 그냥 '유라가 나오는 신이 재미있었으면 좋겠다' 그거 하나만 생각해요. 예쁠 때는 예쁘게 나오면 되고, 망가질 때도 확실히 망가지는게 좋아요. 그게 유라 캐릭터가 사는 길이예요. 저는 사람들이 '연기 잘한다'는 이야기보다 '웃겨보인다'는 말을 해줄 때가 더 좋아요."

극중 유라는 정략 결혼에는 크게 관심 없다. 김성경과 윤박의 러브라인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는 가운데 고우리가 삼각 러브라인을 형성할지, 그래서 긴장감을 부여할 수 있을지 향후 캐릭터 변화에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고우리는 "윤박이 저를 싫어한다. 아직까지 유라 역시 남자에 크게 관심이 없다. 주인공들의 사랑이 아름답게 될 거 같으니 저는 다른 멋진 남자를 짝으로 점지해 주면 좋겠다. 다른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에게 매달리면 자존심도 상하고, 불쌍할 것 같다"고 웃었다.

캐릭터에 흠뻑 녹아든 탓인지 이전 작품들에 비해 고우리의 존재감은 커졌고, 연기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고우리는 전작들을 돌이키며 "그 실력으로 드라마에 들어갔다는 게 행운이었다. 긴 대사가 미숙했고, 연기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많이 떨었다"며 "이제는 확신을 갖고 대사를 할 때가 많아졌다"고 자신감이 붙은 모습을 보였다.

고우리는 이번 작품으로 안방극장 주목받는 연기돌 대열에 합류했다. 연기돌에 대한 불편한 시선 혹은 연기돌을 바라보는 편견과 유독 냉정한 잣대가 부담스러웠을 법도 하다.

"제가 레인보우라는 이유로 드라마에 들어간 적은 없어요. 레인보우라는 이유로 한 번 더 저를 볼 수는 있지만, 한 번에 뿅 들어갈 만한 힘이 있지도 않아요(웃음). 지금까지 방영된 거의 모든 드라마에 오디션을 봤는데, 사실 대부분 최종에서 떨어졌어요. 제가 내공이 없었고, 많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오디션에서 모자랐던 점을 분석해 연습을 많이 했죠. 어떻게 보면 레인보우가 많이 자리를 잡지 못했다고 생각이 들 때도 있는게, 제가 배우인지 아는 분들도 있어요. '연기자 안 하고 아이돌 했으면 잘하겠다' 이런 댓글은 칭찬일까 고도의 까임일까 궁금해요(웃음)."

고우리는 "제가 절 바라보는 눈은 조금 냉정하고 정확한 편이다. 아직 연기를 잘한다고 할 수 없고, 부족하니까 안 좋은 댓글도 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계속해서 제게 채찍질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우리는 레인보우로 데뷔한 지 벌써 7년차, 21살에 데뷔한 그는 28살이 됐다. 레인보우로, 또 배우로 자신의 앞날에 대한 고민이 클 법도 하건만 고우리의 답은 명쾌하다.

"전혀요. 저는 데뷔 1, 2년차 때 고민이 엄청 많았어요. '뭘 해먹고 살아야 하지' 생각했어요. 부족한 게 많아서 채워넣어야 할 것 같았고, 해야 될 것도 많았고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어요. 하루는 연기를 하고 하루는 웃으면서 예능을 하고 또 하루는 무대에 오르고 정신이 없었던 날도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편안해요. '여왕의 꽃' 하나에만 집중하고 있어요. 뭔가 고비를 넘긴 것처럼, 무슨 일이 생겨도 무덤덤해졌고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고우리가 배우로서 꿈꾸고 있는 그림은 크다. 눈앞의 연기 변신에 급급해 하거나 평가에 조급해할 생각은 없다. 고우리는 "지금 내게 주어진 캐릭터, 잘할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당분간은 '여왕의 꽃' 유라에 올인해 제대로 연기해 볼 생각이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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