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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 중의 명장' 유재학, 기본의 농구로 또 웃었다


모비스, 원주 동부에 4연승 거두고 사상 첫 '챔프전 3연속 우승'

[이성필기자] '만수' 유재학(52) 감독은 2004~2005 시즌 울산 모비스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첫 해 7위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지만 2005~2006 시즌 팀을 정규리그 1위에 올려놓는 지도력을 발휘했다.

2006~2007 시즌은 극적이었다. 부산KTF(현 부산KT)와의 챔피언결정에서 7차전까지 가는 대접을 벌여 우승을 해내며 모비스 왕조의 탄생을 알렸다.

유재학 감독에게는 화려한 경력들이 붙어 있다. 정규리그 1위 5회와 챔피언결정전 우승 4회를 해냈다. 이번 2014~2015시즌 모비스를 다시 한 번 우승으로 이끌며 최초의 챔프전 우승 3연패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누구나 원했지만 가질 수 없는 기록을 유 감독은 온갖 난관을 극복하며 이뤄냈다. 지난 2월에는 서울 SK전 승리로 사상 첫 감독 500승 고지에 오르기도 했다. 명장 중의 명장으로 완벽하게 한국 프로농구 역사에 이름을 새기는 순간이었다.

올 시즌은 유 감독에게 큰 도전이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대표팀 사령탑을 맡느라 소속팀 모비스를 제대로 살필 시간이 없었다. 대표팀에 대한 열악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유 감독 특유의 지역방어와 조직력을 앞세워 2002 부산 대회 이후 12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하는 지도력을 다시 한 번 빛냈다.

이후 모비스로 돌아왔지만 쉽지 않은 시즌 준비였다. 식스맨 이대성은 물론 박종천, 함지훈 등이 부상에 따른 수술과 재활로 제대로 훈련을 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우승 주역인 로드 벤슨이 개막 직전 태업을 일삼자 퇴출하고 대체 외국인선수로 아이라 클라크를 데려왔다. 새 외국인 선수를 짧은 시간 안에 조직력의 틀에 끼워 넣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 와중에 천대현이 지난해 8월 훈련 도중 종아리 아킬레스건 파열로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다. 주장 양동근도 유 감독과 함께 아시안게임에 나서느라 시즌 전부터 체력을 소진한 채 팀으로 복귀했다. 과연 제대로 시즌에 나설 수 있느냐에 대해 물음표가 붙었다.

하지만, 유 감독만의 훈련 방식은 고스란히 모비스 선수들에게 녹아들었다. 체력과 수비에 중심을 둔 조직력의 농구를 구사했고 흔들리지 않았다. 양동근이 대표팀에서 팀으로 복귀해 조율사로 나서니 팀은 더욱 탄탄해졌다. 문태영과 리카르도 라틀리프는 힘을 더 내야 하는 3, 4쿼터에 득점력이 폭발했다. 유 감독이 만든 체력 훈련 프로그램의 결과다.

기본을 중시하는 유 감독은 선수들과 '밀당'의 고수이기도 하다. 시즌 중 선수 다루기도 과감했다. 기대주 이대성이 실수하면 가차 없이 벤치로 불러들여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생각하게 했다. 라틀리프의 기분이 저조하면 알아서 복귀하게 그냥 뒀다. 물론 그 사이 라틀리프의 어머니에게 전화해 자문을 구하는 등 조용히 움직이면서 세심한 배려를 했다. 유 감독의 이런 정성에 라틀리프도 알아서 깨어났다.

4강 플레이오프에서 창원 LG와 2승 2패로 팽팽하던 상황에서 유 감독은 "우리는 더는 강하지 않다. 상대를 확실하게 압도하지 않는다"라며 모비스가 강팀이 아니라고 선언했다. 이 말을 들은 선수들이 자극을 받았고 5차전 승리로 이어졌다. 유 감독의 심리적 자극제가 통한 것이다.

원주 동부와의 챔피언전 준비도 마찬가지였다. 유 감독은 '동부 산성'으로 불리는 동부의 높이에 대해 "정규리그를 하면서도 동부의 높이는 무섭지 않았다. 외곽보다 포스트 공격을 더 많이 했다. 높이를 경계하면 모비스의 농구를 할 수 없다"라며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동부 김주성을 향해 "4강 PO 5차전에서 걸어 다니더라"라며 상대 핵심 선수의 기를 죽이며 챔프전 7차전까지 갈 일은 없다고 심리전을 펼쳤다.

자신감 넘쳤던 유 감독의 기대대로 모비스는 챔피언전에서 동부를 압도하며 4연승 우승이라는 기록을 만들었다. 모비스가 일찌감치 유 감독과 5년 더 계약을 연장하며 계속 지휘봉을 맡긴 이유를 설명해주는 결과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원주 조성우기자 xconfind@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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