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점 돈 ACL, 전북 '순항'-성남 '선전'-수원·서울 '힘겨움'

[이성필기자]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가 반환점을 돌았다.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한 K리그 4팀은 1라운드 부진을 딛고 2라운드부터 정상궤도에 진입했다. 하지만, 주변국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과거 K리그 구단들은 조예선 3라운드까지는 1위를 독식하거나 최소 2위 이상을 유지하며 리그 경기를 탄력적으로 운영했다. 하지만, K리그 구단들이 선수 영입 등에 소극적인 행보를 보인 사이 변화와 투자를 아끼지 않는 중국, 태국 등의 성장세와 맞물리면서 상황이 녹록지 않다. 자칫 16강에서 K리그 팀 간 맞대결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E조의 전북 현대는 그나마 K리그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을 지키고 있다. 2승 1무(7골 1실점, 승점 7점)으로 조 1위를 달리고 있다. 가시와 레이솔(일본)에 골득실에서 1골 앞선다. 리그 개막 직전 치른 가시와와의 홈경기에서 0-0으로 비겼지만 경기가 거듭되면서 선수들 몸이 풀리고 있다.

전북은 큰 걱정이 없다. 산둥 루넝(중국) 원정에서 4-1로 대승하면서 유리한 조건을 마련했다. 가시와, 빈즈엉(베트남) 원정경기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전력이 더욱 탄탄해지고 있다. 이동국이 부상 회복해 합류하면서 에두, 에닝요, 레오나르도와 함께 공격진 'F4가'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가시와 원정에서만 무승부 이상의 성적을 거둔다면 전북은 무난히 조 1위로 16강에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전북은 2012년 가시와 원정에서 1-5로 대패한 아픔이 있다. 당시는 김정우가 원톱으로 나서는 등 정상적인 전력이 아닌 상황에서 경기를 치렀다. 공격과 수비의 조화가 이뤄지고 있는 지금은 가시와 원정만 잘 넘기면 16강 진출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전망이다.

F조의 성남FC도 예상 외로 선전하고 있다. 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와의 원정 첫 경기에서 1-2로 패했지만 이후 감바 오사카(일본, 홈)와 광저우 푸리(중국, 원정)에 각각 2-0, 1-0으로 승리하며 승점 6점으로 부리람(7점)에 이어 조 2위를 달리고 있다.

성남은 두껍지 않은 스쿼드로도 최대한의 효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일본 3관왕을 해낸 감바를 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홈에서 승리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광저우전 역시 원정이라는 악조건을 딛고 김학범 감독 특유의 끈끈한 축구가 묻어 나오면서 승리를 챙겼다.

성남의 남은 일정도 나쁘지 않다. 부리람과 광저우전을 홈에서 치른다. 부리람은 감바와의 3차전 원정에서 1-1로 비기는 등 예년과 다른 모습으로 투자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성남이 홈에서 부리람만 잘 요리한다면 시민구단 최초의 16강 진출은 꿈이 아니다. 다만, K리그 일정을 소화하면서 생길 문제들을 잘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들과 달리 G조의 수원 삼성과 H조의 FC서울은 고생하고 있다. 수원은 정성룡, 오장은 등 부상자드이 나와 전력이 흐트러진 상태에서 베이징 궈안(9점)에 이어 조 2위를 달리고 있다. 베이징 원정에서 0-1로 패한 것이 뼈아프다.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지만 주심의 오심을 극복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베이징이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눈부신 성과에 자극 받아 투자를 많이 했다고는 하지만 경기력은 수원에 밀렸던 상황이라 여러모로 안타까운 패배였다.

호주 원정도 쉽지 않았다. 날씨가 달라진 장거리 원정은 힘들 수밖에 없었다. 브리즈번 로어(호주, 4점)전에서는 김은선이 경기 종료 후 병원 신세를 지는 등 선수단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0-2로 지고 있던 경기를 3-3 무승부로 만들기는 했지만 보강없는 스쿼드로는 챔피언스리그에서 버티기가 쉽지 않음을 확인했다. 그나마 수원은 홈 2경기가 남은 것이 위안거리다. 우라와 레즈(일본, 0점)와 원정경기를 잘 치르는 것도 중요하다. 조 1위가 쉽지는 않지만 아예 물건너 간 것은 아니다.

서울은 가장 답답한 처지다. 골이 터지지 않는다는 것이 머리가 아프다. K리그 두 경기 포함해 총 5경기서 1골(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제외)이 전부다. 홈에서 웨스턴 시드니(호주, 4점)를 만나 0-0으로 비긴 것이 뼈아프다. 다득점에서 뒤져 3위로 밀려나 있어 불안하다.

앞으로 남은 호주 원정의 어려움은 이미 수원이 보여줬고, 서울도 겪어본 일이다. 지난해 시드니와의 원정 4강 2차전에서 0-2로 패한 경험이 있다. 광저우(9점)와 홈에서 만나도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 광저우는 여전히 화려한 멤버를 자랑한다. 광저우는 가시마 앤틀러스(일본, 0점)와 3차전에서 0-2로 지고 있던 경기를 3-2로 뒤집었다. 사실상 서울은 시드니와 2위 전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로서는 시드니 원정이 16강 진출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이성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이동국 '2골' 전북, 빈즈엉 3-0 완파…조 1위

• 황의조 결승골 성남, 광저우 꺾고 F조 2위 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