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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박주영 '백의종군'의 덫에 걸리다


이재하 서울 단장 "박주영 연봉은 백의종군 한 것", 구설 불러

[최용재기자] 백의종군(白衣從軍). 이 고사성어가 지난 10일 한국 축구계를 뜨겁게 달궜다.

'백의종군'이란 흰 옷을 입고 군대에 복무한다는 말로 벼슬이 없는 말단 군인으로 전쟁에 참전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감투와 지위 등에 연연하지 않고 전쟁터에 나가 모든 것을 걸고 조국을 위해 싸운다는 의미도 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백의종군이 대표적인 예다.

10일, 백의종군이란 말이 왜 화제가 됐을까. 이는 7년 만에 K리그 친정팀 FC서울로 돌아온 박주영으로 인해 나온 말이었다. 박주영은 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박주영과 백의종군이 무슨 상관관계가 있을까. 시작은 이재하 FC서울 단장이었다.

이재하 단장은 10일 조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박주영이 서울에서 받게 될 연봉이 팀 내 최고 수준이라는 세간의 추측에 반박하면서 "박주영의 연봉은 백의종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한국 최고의 공격수로 꼽혔던 박주영이지만 돌아온 서울에서는 백의종군하듯 이름값에 못미치는 연봉을 받는다는 의미였다.

이 단장은 이어 "팀 내 최고 수준 연봉은 절대 아니다. 지금 박주영의 연봉을 정확히 밝힐 수는 없지만 몰리나, 제파로프, 이동국, 김신욱 급은 아니다. 박주영의 연봉은 두 자리가 아니라 한 자리 숫자라는 것"이라며 세부 설명을 덧붙였다. 즉, 박주영이 K리그 정상급 연봉을 받는 선수들과 비교해 낮은 금액에 계약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발표한 연봉 자료에 따르면 이동국(전북)은 국내 선수 연봉 킹으로 11억1천400만원을 받았고 김신욱(울산)은 10억7천만원으로 2위다. 서울의 외국인선수 몰리나는 K리그 전체 연봉 킹으로 연봉이 13억2천400만원이었고, 제파로프(지난해 성남)는 11억1천600만원으로 외국인 선수 연봉 3위를 기록했다.

이 단장은 박주영이 이들보다는 낮은 연봉을 받는다고 주장하고 싶었던 것이다. 최근 5년 동안 여러 팀을 전전하면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낸 적 없는 선수를, 지난해 12월 이후 경기에 나서지 못해 정상 컨디션이 아닌 선수를, 그것도 마지막 소속팀인 알 샤밥과의 계약 관계가 남아 지금 당장 쓰지도 못하는 선수를, 높은 몸값에 영입했다고 하면 후폭풍이 클 것을 우려해 백의종군이라는 단어로 희석시키려 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백의종군이란 표현의 힘은 컸다. 긍정적인 면보다는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이 단어로 인해 박주영의 연봉에 대한 궁금증은 증폭했다. 박주영의 연봉을 얼마나 낮췄기에 백의종군이란 표현까지 등장했을까.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백의종군이라는 단어가 적절하게 쓰였냐는 것이다. 과연 백의종군이란 단어가 어울릴 만큼의 아주 적은 연봉이냐는 것이다.

박주영의 연봉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알아낼 수 있는 방법도 없다. 서울 구단이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연봉 공개를 보면 될 것 아니냐며 자신감을 보이는 것 역시 100% 신뢰할 수 없다. 이는 박주영 뿐만 아니라 K리그 모든 선수들의 연봉을 정확히 알 수 없는 것과 같다. 연맹의 연봉 공개에는 '함정'이 있기 때문이다.

연맹은 지난해 4월 K리그 연봉을 공개했다. 선수 개인 연봉에 대해서는 선수 기본급 및 각종 수당(승리수당, 출전수당, 성과급 등 기타수당. 이상 추정치)을 더한 연봉을 산출해 발표했다. 지난 시즌에는 각종 수당이 추정치여서 정확하게 반영되지 않았다고 판단해 올 시즌에는 시즌이 모두 끝난 다음, 각종 수당이 확실히 나왔을 때 발표할 예정이다.

그런데 선수들의 연봉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연맹이 발표한 항목으로 연봉을 받는 선수도 있지만, 구단과 선수 개인이 따로 맺는 계약도 있다. 이른바 '옵션 계약'이다. 만약 옵션 계약을 체결했다면 그 액수는 연맹의 연봉 공개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연맹의 한 관계자는 "연맹은 구단이 제출한 자료로만 연봉을 산출한다. 구단이 제출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부분이다. 구단과 선수간 따로 계약한 조항이 있는 경우에는, 연맹이 그것까지 파악하기는 힘든 일이다"고 설명했다.

이 옵션 계약이 '함정'이다. 서울의 주장과는 달리 박주영의 연봉이 더욱 높을 것이라 많은 이들이 주장하고 추측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외부에 공개될 순수 연봉은 낮을 수 있어도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은 이보다 많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축구계 대부분의 이들이 주장하는 것은 그래도 박주영이니, K리그에서 수준급 연봉은 받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축구 관계자는 "박주영이 알 샤밥을 떠나 다른 리그를 찾고 있을 때 연봉으로 100만불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 팀에 자리가 없어 계약이 무산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도 박주영은 급이 있는데 서울에서 대우는 해줬을 것이다. 순수 연봉은 최고 수준이 아닐 수 있어도 여러 옵션이 붙어있을 가능성이 크다. 또 박주영이 한 스포츠 용품사와 스폰서 계약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래도 박주영이다. 한 물 갔다고 해도 K리그에서 한 해 10~15골은 넣을 것이다. 내가 듣기로도 박주영 연봉이 총 10억은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여러 옵션을 더해 박주영 정도의 정상급 선수라면 10억 정도는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함정, 연맹의 공개 범위다. 지난해 연맹은 국내 선수, 외국 선수 연봉 'TOP 3'만 공개했다. 그 이외의 선수들의 연봉은 공개되지 않았다. 박주영의 순수 연봉이 지난해 발표된 자료와 비교해 10억이 넘지 않는다면 박주영의 연봉은 공개되지 않는다. 연맹은 올 시즌에도 3위까지만 연봉을 공개할지, 공개 순위를 늘릴지 확정하지 않았다.

축구 관계자들의 '지나친 추측'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지나친 추측은 백의종군이란 말에서부터 시작했다. 경솔한 발언이었다. 국내 복귀한 박주영이 얼마를 받느냐보다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어떤 마음가짐일지에 초점을 맞춰야 할 때, 백의종군이란 표현이 나옴으로써 박주영의 연봉에 지나치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친정팀으로 돌아와 잘 해보려는 박주영, 그의 미래를 걸고 새롭게 또 어렵게 도전장을 내민 출발선상에 괜히 방해물을 놓는 발언이었다.

박주영과 계약한 데 대한 일부 부정적인 시선을 의식했기 때문인지, 몸값을 애써 감추려는 듯한 백의종군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 구설을 불렀다. 서울 구단은 무엇이 그리 당당하지 못했던 것일까. 백의종군이라는 표현이 정말 백의종군의 심정으로 국내 복귀를 결심한 박주영의 발목을 잡은, FC서울의 '덫'이 되고 말았다.

조이뉴스24 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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