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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호, '무실점 우승' 기대감-집착 경계


무실점 등에 대한 부담 떨치고 결승전 후회없이 뛰어야

[이성필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이 슬로스타터 면모에서 빠져나와 정상 문턱까지 올라섰다. 이제 남은 일은 정상 정복이다.

대표팀의 흐름은 경기를 치를수록 나아지고 있다. 55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 도전이라는 확실한 목표에 구자철(마인츠05), 이청용(볼턴 원더러스)의 부상 이탈 공백을 함께 메우자는 동료애가 조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료의식은 한 발 더 뛰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조별리그 3경기, 8강, 4강전에서 이어지고 있는 무실점 5연승 행진의 원동력이다. 절대로 쉬운 일은 아니다. 호주, 우즈베키스탄 등 강호와 다크호스들을 상대로 얻은 결과라는 점에서 충분히 가치가 있다.

남은 것은 31일 열리는 결승전이다. 다수의 팬은 한국의 무실점 우승이라는 최고의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에 나섰던 23세 이하(U-23) 대표팀은 무실점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일본, 북한 등 껄끄러운 상대들을 제압하며 거둔 값진 결과였다.

하지만, 대표팀의 무실점 우승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바람은 자칫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아시안게임에 나섰던 23세 대표팀과 A대표팀에 대한 기대감의 깊이는 차원이 다르다. 물론 새로운 기록을 써내려가며 우승을 한다면 그것처럼 좋은 일도 없다.

승승장구한 대표팀이지만 여건이 썩 좋은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대표팀은 지난달 27일 시드니에 도착해, 한 달째 타지 생활을 견디고 있다. 감기몸살에 걸리기도 하는 등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버텨왔다. 26일 이라크와의 4강전도 비를 맞고 뛰었다. 육체적 피로가 누적된 상황에서 그나마 승리를 통해 얻는 에너지가 정신을 맑게 하고 있다.

결승 상대가 누가 될 지는 알 수 없지만, 호주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모두 어려운 팀이다. 호주는 한국과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0-1로 패했지만 마일 제디낙(크리스탈 팰리스)이 빠졌고 팀 케이힐(뉴욕 레드불스), 로비 크루스(레버쿠젠)는 후반에 투입됐다. 한국과 결승에서 만나게 된다면 100% 전력으로 나설 것이므로 예선 때와는 분명 다를 것이다.

UAE는 8강전에서 일본을 1-0으로 앞서는 등 강력한 수비력으로 승부차기까지 유도해 승리했다.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를 깨버렸다. 오마르 압둘라흐만(알 아인)이라는 스타가 버티고 있고 알리 아메드 맙코트(알 자리라)의 킬러 본능도 결선 토너먼트로 올라서면서 더욱 불을 뿜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도 부담감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그는 이라크전 종료 뒤 한국의 무실점과 전승 행진에 대해 "그것이 우리의 목표다"라고 강한 승리욕을 드러내면서도 "오늘 경기 전에도 실점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사전 논의를 했다. 여태껏 실점을 한 적이 없어 (실점할 경우) 당황할 수도 있다. 경기에 패할 수 있다는 부담감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라며 심적 부담이 생기는 것을 경계하고 있었다.

익명의 K리그 한 구단 감독은 "보통 팀이 연승 행진, 또는 무패, 무실점 등을 하면 흐름을 타고 싶어한다. 토너먼트 대회에서 그럴 경우 더 집착하게 된다. 동기부여가 되기에는 충분한 상황이다"라면서도 "하지만, 무실점 우승에 집착하게 될 경우 전체 균형이 깨질 수 있다. 게다가 27년 만에 결승을 갔고 55년 만의 우승이라는 염원이 너무 커졌다. 선수들이 냉정함을 유지해야 한다. 실점하고서도 우승할 수 있다는 생각도 염두에 둬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물론 대표팀은 아시안컵 출발 전 큰 기대감을 받지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팀을 재건하는 과정인 데다 매 경기 수차례 실점 위기를 지나쳤다. 상대의 결정력이 떨어져 운 좋게 실점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골키퍼 김진현(세레소 오사카)과 김승규(울산 현대)의 선방이 없었다면 무실점은 힘들었을 것이다.

때문에 슈틸리케 감독도 부담 없이 결승전에 나서고 싶다는 마음을 꺼냈다. 그는 "국내에서 출발했을 때 아시아권 3위인 상태로 대회에 출전했다. 1차 목표는 3위를 뛰어넘는 것인데 달성해서 많은 부담감을 떨쳐냈다"라며 가장 큰 압박에서는 벗어났음을 전했다.

마인츠로 복귀한 구자철은 대한축구협회 영상을 통해 의미있는 말을 남겼다. "강한 팀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이기는 팀이 강하다"는 것이다. 중국의 지도자이자 개혁, 개방에 나섰던 덩샤오핑의 '흑묘백묘(黑猫白猫-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와 비슷한 뜻이다.

비록 실점하더라도 우승이라는 결과만 내면 충분하다. 또 설혹 우승을 놓치더라도 후회없이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로 한국 축구의 미래를 제시하면 대표팀은 박수 받아 마땅하다. 과도한 기대감을 한 켠으로 밀어놓고 부담 없이 결승 경기 자체에만 올인하는 상황으로 분위기를 만들 필요가 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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