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한국의 4강 상대는 이라크로 정해졌다.
이라크가 23일 오후(한국시간) 호주 캔버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호주 아시안컵 8강전에서 연장전까지 3-3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7-6으로 이기며 감격적으로 4강에 진출했다. 이라크는 오는 26일 시드니에서 한국과 결승 진출을 놓고 겨룬다. 2007년 동남아 4개국 대회 4강에서 승부차기로 한국에 패한 이후 8년 만의 만남이다.
이번 아시안컵 최고의 명승부라 할 만했다. 양 국의 역사적 배경이 담긴 '앙숙 더비'답게 혈전이었다. 기술을 넘어서는 정신력이 지배한 경기였다. 강한 압박 싸움으로 전개됐고 이라크가 볼 점유율을 높이면 이란은 깔끔한 역습 위주로 공격하는 방식이었다.
눈치를 보던 양 팀의 포문은 이란이 먼저 열었다. 19분 아슈칸 데자가(알 아라비)의 슈팅으로 수비 균열을 깨는 데 주력했다. 의도는 통했고 24분 이란의 선제골이 터졌다. 데자가가 두르감 이스마일(알 쇼타)로부터 볼을 가로챘다. 볼을 받은 보랴 가푸리(나프트 테헤란)가 오른쪽 측면을 돌파해 바로 가로지르기를 했고 사르다르 아즈문(루빈 카잔)이 머리로 이라크 골망을 흔들었다.
선제골을 터뜨린 이란은 수비라인을 전진시키지 않고 안정적인 전략으로 나왔다. 이라크는 유니스 마흐무드를 중심으로 공격을 풀어갔지만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라크에 행운의 상황이 나왔다. 43분 이란의 메르다르 풀라디(알 샤하니야)가 골키퍼 잘랄 하산(아르빌)이 잡은 볼을 발로 치는 비신사적인 행위를 했다. 하산이 풀라디에게 항의하며 손을 가슴에 대자 풀라디는 큰 동작으로 쓰러졌다. 헐리우드 액션이었고 벤자민 윌리엄스 주심은 지체없이 경고를 꺼냈다. 이미 옐로카드를 받았던 풀라디는 경고가 누적되면서 퇴장이 선언됐다.
제 꾀에 넘어가 수적 열세에 놓이게 된 이란은 1-0 리드를 지키기 위해 후반 철저한 역습으로 버티기에 돌입했지만 실패했다. 이라크가 측면을 집요하게 공략해 동점골을 터뜨렸다. 11분 알라 압둘 제흐라(알 쇼타)가 왼쪽 측면에서 연결한 볼이 골지역 중앙을 지나 오른쪽으로 흘렀고 아메드 야신(외레브로)이 동점골로 연결했다.
이후 경기 상황은 쉽게 점치기 어려웠다. 이란은 17분 아즈문이 다리 경련으로 알리레자 자한바흐슈(네이메헌)과 교체되더니 18분에는 하지 사피(세파한)가 공중볼 경합 과정에서 같은 편인 모르테자 푸랄리간지(나프트 테헤란)를 쳐 쓰러트리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을 연출했다.
그래도 잘 버텨낸 이란은 후반 38분 레자 구차네자드(알 쿠웨이트) 투입으로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40분까지 양 팀의 간헐적인 공격은 모두 수비에 막혀 딱 한 번의 기회를 살리는 것이 중요했다.
결국 승부는 연장전으로 들어갔고 1명 더 많은 이라크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골을 터뜨렸다. 전반 3분 이스마일이 왼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돌파해 슈팅한 것이 수비에 맞고 나온 것을 마흐무드가 머리로 밀어 넣었다.
이란도 그냥 쓰러지진 않았다. 13분 안드라니크 테이무리안(트락토르 사지)이 오른쪽에서 올린 코너킥을 푸랄리간지가 헤딩으로 골망을 흔들며 다시 2-2로 균형잡기에 성공했다.
정신력이 작용하는 경기의 승부는 연장 후반 10분에 또 한 번 요동쳤다. 이란의 푸랄리간지가 야세르 카심(스윈던 타운)을 밀어 넘어뜨려 이라크에 페널티킥이 주어졌다. 이스마일이 키커로 나서 골을 성공시키며 3-2가 됐다. 이라크의 승리로 끝날 것 같았던 경기는 14분 구차네자드가 문전 혼전 중 나온 볼을 헤딩으로 밀어 넣으며 기어이 3-3을 만들어 승부차기로 향했다.
이란의 선축으로 시작된 승부차기는 양 팀 첫 번째 키커 하지 사피와 압둘라메르가 나란히 실축하며 흥미진진하게 전개됐다. 이후 계속 골이 성공돼 균형이 유지되자 여덟 번째 키커에서 희비가 갈렸다. 이란의 바히드 아미리(나프트 테헤란)의 슈팅이 오른쪽 포스트에 맞고 나온 반면 이라크의 살람 샤키르(알 코호르)의 슛이 골문을 뚫으며 이라크가 힘겹게 4강 티켓을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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