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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호, 아자디 10만 함성을 즐겨라


광적인 홈관중 응원 견디며 약속된 플레이를 해내야

[이성필기자] 10만명의 홈관중이 내뿜는 함성과 소음 앞에서는 그 어떤 대화도 무용지물이다. 오직 약속된 플레이만이 팀 전술을 살릴 수 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요르단전 1-0 승리의 기억을 뒤로 하고 호랑이 굴로 뛰어 들었다. 각종 대회마다 늘 고비에서 만나 난전을 벌였던 이란과 18일 밤 평가전을 갖는다. 비록 친선경기이지만 월드컵 아시아 예선같은 느낌의 일전을 치르게 된 것이다.

이란의 홈구장인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은 한국 축구의 아픈 역사가 담긴 곳이다. 1974년 첫 아자디 원정을 시작으로 40년 동안 5차례 원정 경기에서 2무 3패로 승리가 없다. 지난 2012년 10월 17일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는 마수드 쇼자에이(알 샤하니아)가 경고누적으로 퇴장 당한 가운데서도 자바드 네쿠남(오사수나)에게 후반 30분 결승골을 내주며 0-1로 패했던 아픈 경험도 있다.

당시 아자디에는 무려 9만9천885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여성의 출입이 금지된 경기장에 사실상 10만명에 가까운 남성들이 뿜어내는 응원 열기는 심리적 압박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라운드에서 선수들끼리의 대화는 불가능에 가깝다. 이란 팬들의 응원은 90분 내내 멈추지 않는다. 원정팀이 몸을 풀기 위해 그라운드에 등장하는 순간부터 야유가 쏟아진다. 미리 계획된 플레이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승리하기가 쉽지 않은 여건이다.

이란 팬들의 응원은 광적이다. 레이저포인터를 선수들에게 쏘는 경우도 흔히 있었다. 그라운드로 내려가는 한국 취재진을 향해 비닐봉지에 벽돌과 물감을 넣고 묶어 집어 던지며 위해를 가한 일도 있었다. 경비를 맡고 있는 이란 혁명수비대도 속수무책이었다. 기자석의 한국 취재진에게는 주먹과 손가락으로 욕 표시를 하는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해 기를 꺾으려 들었다.

환경이 열악할수록 슈틸리케호 입장에서는 좋은 테스트 기회다. 출범 후 네 번째 경기에서 슈틸리케 감독의 스타일을 확실히 엿볼 수 있는 경기가 될 수 있다. 슈틸리케 감독도 전술 실험과 선수 테스트가 아닌 승리에 강한 애착을 드러내며 제대로 실력발휘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선수들간 대화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승리를 위한 비책과 전술이 자연스럽게 드러날 수 있다.

10만 관중의 굉음이 대단하기는 하지만 선수들의 현재 한국 대표선수들의 컨디션이 나쁘지 않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기성용(스완지시티), 이근호(엘 자이시)가 요르단전을 뛰지 않았고 손흥민(레버쿠젠), 이청용(볼턴 원더러스) 등은 요르단전에 출전했으나 적은 시간만 소화했다. 선발로 나서 풀타임을 뛰기에 체력적으로 문제가 없다.

게다가 정성룡(수원 삼성), 곽태휘(알 힐랄), 윤석영(퀸즈 파크 레인저스), 박주영(알 샤밥), 기성용, 이근호, 손흥민, 이청용 등은 2012년 아자디 원정경기에 뛴 경험이 있다.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 남태희(레퀴야),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등은 벤치에서 열기를 체험했다.

어떻게 경기 운영을 해야 승리할 수 있는지를 한국 대표팀이 충분히 알고 있다는 뜻이다. 함께 오래 뛰어본 선수들이 많아 호흡에는 문제가 없다. 얼마나 침착하고 냉정하게 경기를 하느냐에 승패가 달려있다.

최종예선과 평가전의 성격이 달라 그동안은 수비적으로 일관했던 이란이 이번에는 거침없이 공격을 시도할 것으로 보이지만 전력의 핵인 네쿠남이 어느새 30대 중반으로 접어드는 등 중원의 노쇠화가 급격해져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 난공불락이었던 아자디에서 슈틸리케호가 승리 소식을 전해줄 지 주목된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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