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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민과 벙어리장갑…삼성이 밝힌 우승 뒷이야기②


운영팀 백방 수소문…2만원짜리 스노보드 장갑 발견

[김형태기자] 전무후무한 통합 4연패를 이룬 삼성 라이온즈는 프로야구 역사를 대표하는 강팀으로 자리 잡았다. 넥센 히어로즈와의 피말리는 한국시리즈에서 4승2패로 최후의 승자가 된 삼성이 그동안 담아뒀던 뒷얘기를 공개했다. 삼성이 꼭꼭 숨겨온 선수단 내부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박해민과 2만원짜리 스노보드 장갑

11월5일 시리즈 2차전에서 7대1로 승리했지만 이 과정에서 외야수 박해민이 왼손 약지 인대 부상을 했다. 2루에서 부상한 뒤 교체를 사양했다. 홈까지 뛰어들어온 뒤에야 왼손을 부여잡고 고통스러워하던 박해민의 모습에서 동료선수들 모두 가슴이 뜨거워졌다고 한다.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하나. 박해민은 부상 직후 엄청난 통증 속에서도 스스로 손가락을 제 위치로 돌리려는 시도를 했다고 한다. 손가락에서 뭔가 소리가 났다고도 했다. 인대의 약 50%가 손상됐다.

삼성 트레이너들에 따르면, 손가락 인대 부상이란 건 이렇게 생각하면 된다. 게맛살을 세워놓고 가운데 부분을 옆으로 조금씩 잡아당기면 완전히 갈라지진 않지만 튿어지면서 빈 공간이 생긴다. 이렇게 손상된 정도가 50%라는 것이다. 2차전 도중에 박해민의 검진 결과가 실시간으로 덕아웃에 전달됐다. 처음엔 “대주자 정도로밖에 뛰지 못할 것 같다”는 결론이 나왔다. 1승1패로 균형을 맞췄지만 또 한번 어두운 그림자가 삼성 덕아웃에 드리워졌다.

11월7일 3차전. 놀랍게도 박해민은 경기전 훈련 때 티배팅과 프리배팅을 실시했다. "억울해서 이대로 못 있겠다"는 박해민의 의욕을 코치들도 말릴 수 없었다. 그 결과, 생각보다 통증이 크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다. 물론 진통제의 도움도 빌렸다. 박해민은 조심스럽게 캐치볼도 하면서 상태를 점검했다. 공을 받을 때 충격을 줄이기 위해 팔을 연신 가슴쪽으로 끌어당기며 부자연스럽게 캐치볼을 했다.

이를 지켜보던 김평호 1루코치가 분주해졌다. 구단 직원에게 "손가락 구분이 없는 장갑을 구해서 박해민에게 끼도록 하자"고 요청했다. 운영팀 직원이 바빠졌다. 목동구장 인근 백화점을 다 돌아도 구하지 못했던 장갑을, 모 마트에서 발견했다. 약 2만원짜리 스노보드용 장갑. 박해민은 3차전 8회에 대주자로 투입될 때 이 장갑을 착용했다.

그리고 이승엽의 행운의 중전안타때 1루에서 홈까지 파고들어 천금 같은 동점을 만들었다. 이뿐만 아니다. 글러브를 끼기 위해 장갑을 벗은 박해민은 9회말 수비에선 상대의 중전안타성 타구를 다이빙캐치로 잡아내 승리를 지키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박해민은 "잡을 수 있겠다 싶어서 몸을 날렸다. 손가락에 대한 걱정은 할 겨를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승엽의 안타때 1루에서 홈까지 파고들 수 있었던 것도 성실한 주루플레이 덕분이었다. 박해민은 "아웃이 될 것 같아도 뛰는 게 기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3루에 다가갈 때 김재걸 코치님이 팔을 너무 열심히 돌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내 등 뒤에서 뭔가 일이 벌어졌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냥 끝까지 뛰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박해민의 부상 투혼에 대한 동료 베테랑 선수들의 반응이 인상적이었다. "저 어린 연차의 아이가 인대가 50%가 나가는(손상되는) 부상을 하고도 저렇게 열심히 뛴다. 말이 안 되는 모습이다. 해민이를 봐서라도 이번 시리즈는 꼭 이겨야 한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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