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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회 BIFF 결산③]'외압', 수장 이용관이 진짜 하고 싶었던 말


"영화제 자율성, 지켜질 것"

[권혜림기자]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올해 영화제의 기자회견 등 공식 석상, 혹은 기자들을 만나는 술자리에서 "죄송하다"는 말을 유독 자주 했다. 열 아홉 해를 맞는 부산국제영화제에 처음으로 불어닥친 상영 중단 외압과 이로 인한 논란에 대한 사과였다.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는 개막 전부터 홍역을 앓았다. 상영 프로그램 중 세월호 사건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감독 이상호·안해룡)이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며 부산시는 상영 계획을 취소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사를 전했다. 영화제가 처음으로 직면한, 유례 없었던 직접적인 외압이었다.

페막을 하루 앞둔 지난 10일 조이뉴스24와 만난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그간 취했던 입장에 더해 함부로 밝힐 수 없었던 자신의 속내 역시 고백했다. 쉰 듯 거칠어진 목소리, 예년의 인터뷰 자리에서보다 밝지 않은 표정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냐'고 묻자 그는 "스트레스를 받았다기보단, 아팠다"고 말하며 한 손을 가슴에 얹었다. 씁쓸한 표정이었다.

"20돌을 앞두고 성장통을 멋지게 겪었네요. '성인은 아무나 되는 게 아냐' 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 사회가 아직 이렇다는 것에 아팠죠. 모든 영화는 정치적이고, 다큐멘터리는 더 그럴 수밖에 없어요. 그 사람들이 왜 심혈을 기울여 인생을 바치며 영화를 만들었겠습니까? 사람들이 '세월호, 세월호' 하는 건 아직 끝나지 않은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언제 끝나냐고요? 우리 사회에선 6.25 당시 학살도, 위안부 문제도 아직 끝나지 않은 채 있어요. 모든 것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영화를 통해 개선을 바라는 것이고 변혁을 원하는 것이죠."

이 집행위원장의 말에 따르면 상영이 예정대로 진행된 뒤, 부산시 측으로부터 추가 연락은 오지 않았다. 그는 "영화제에선 관객이 검열관"이라며 "관객이 압도적으로 '이걸 왜 틀었냐'고 문제를 제기한다면 우리가 책임질 것"이라며 "예술이 인간에게 주는 것이 무엇인가. 어떤 경계를 넘어서 대화를 하는 장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이를 차단하는 순간 영화제 존립 근거가 없어진다. 어려운 문제"라고도 말했다.

그러나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많은 공식 석상에서 말했듯 부산시 측이 상영 중단을 요구한 것을 "제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 내용이 외압에 가깝긴 했으나 영화제를 둘러싼 어떤 의견도 귀 기울여 들을 준비가 돼 있다는 이야기다. 그는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가능하다. '안 틀었으면 좋겠다. 꼭 틀어야 하나?'라고 제안할 수 있지만 틀어야겠다고 결정한 우리의 결정도 막지는 말라는 이야기를 하고싶었다"고 알렸다.

"아직 이런 논란이 있는 것에 대해 어떤 분들은 '부산이 아직 멀었다'고도 말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얼마든지 좋아요. 하지만 영화를 트는 것 역시 존중해달라는 이야깁니다."

그의 말에는 언제나 관객을 향한 존중과 자부심이 엿보이기도 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가장 큰 재산으로 꼽히는 '관객'은 관객과의 대화(GV) 프로그램을 특화한 영화제의 역사와 함께 그 수준이 성장해왔다.

"부산의 외국 게스트들은 화려한 영화의 전당 외관에도 놀라지만 그 안에 들어찬 관객들의 진지함과 열정에 더 놀라요. 영화제 1회 때부터 목표한 건 관객과 영화인의 만남이었어요. GV가 특화돼 성공적으로 자리잡았고, 누구든 영화제에 오면 진지함에 동참하는 의식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반길 것을 반기고 아니면 비판도 하고, 그런 소통의 장은 부산국제영화제가 그 어느 영화제와 겨뤄도 으뜸일 것으로 생각해요. 우리는 고맙죠."

한편 11일 저녁 폐막식을 앞둔 올해 영화제에는 총 22만6천473명의 관객이 방문했다. 이는 지난 2012년 기록한 22만1천2명의 기록을 넘어서는 역대 최다 관객수다.

이하 이용관 집행위원장과 일문일답

-전년 대비 올해 영화제의 성과를 평가해달라.

"질적으로 양적으로 업그레이드된 건 보신 바 대로다. 안정적인 운영이 있었다. 내부적으로 평가하면 안전 사고, 영사 사고가 거의 없었다. 역대 가장 적었다. 각 파트 별로 자율적으로 시스템을 운영해나가고 있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다이빙벨' 상영 후 후폭풍이 있을 것이라고 한 발언, 사퇴를 언급한 발언도 공개됐는데.

"후폭풍이 예상된다고 말한 것은 맞다. 그렇다고 안 틀 수 있나? 사퇴에 대해선 너무 많은 사람들이 묻길래 '사퇴를 하더라도 영화제가 끝나고 나서, 그 책임자로서 다 지고 물러날 것'이라고 했던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영화제의 자율성과 신뢰성에 금이 갔다는 반응도 있다.

"자율성은 지켜질 것이다. 안 지켜진다면 부산국제영화제의 메리트가 사라지는 셈이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세계적인 스타가 오는 영화제도, 넉넉한 예산이 있는 영화제도 아니다. 우리의 재산은 관객이다. 관객을 존중하는 자율성이 있어 어떤 영화든 볼 수 있다는 것에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발전하기는커녕 바로 뒤처질 것이다. 아시아의 다른 영화제를 단연코 제치고 나가는 것에는 신선한, 보장된 자유로움이 크게 작용했다."

-올해 영화제와 아시아필름마켓에는 중국의 광풍이 거셌다.

"내년 쯤 올 거라 생각했는데 올해 앞서 시작된 것 같다. 그동안 꾸준히 중국의 최대 동영상 사이트 유쿠 투더우 등과 이야기해왔다. 중국의 관심이 뜨거워지는 것은 한국 영화의 파워 때문이다. 올해 베이징국제영화제도 부산을 찾아 행사도 하고 우리 영화제를 대거 연구하고 갔다. 아마 10년 뒤엔 중국 산업이 아시아 영화계를 장악할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한국만이 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이다."

-파노라마 부문에서는 이미 공개된 개봉작이 대거 초청됐다. 영화제에 어떤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나?

"좋은 현상이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초청작만이 아니다. 그 해 영화를 하며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1,2월 작품이었든 올해 10,11월 작품이든 올해 열심히 활동하는 사람들을 우대한다. 파노라마 부문의 목적은 한국 영화계의 1년을 돌이키자는 것이다. 이미 지난 영화를 많이 초청했다고 지적할 수 있는데, 외국인들은 '한국 영화가 이렇게 힘이 셌구나'라고 느끼기도 한다. 관객과 영화인들이 서로 '너희 때문에 우리도 힘 냈다. 내년에 더 힘내자' 하고 힘을 나누는 섹션이다. 그에 적절한 초청이었다고 생각한다. 독립영화의 약진에 주목하는 섹션들에 더해 올해 정진우 감독전과 같은 회고전, 파노라마 부문, 세 가지가 어울린다면 오늘날 한국영화가 어떻게 이렇게 힘을 발휘했는지가 드러난다고 본다. 그것이 가장 좋은 것 아닌가."

-내년이면 영화제가 20돌을 맞는다.

"내실을 기하는 영화제로 나아갈 것이다. 자신감을 얻게 됐으니 그간 미진했던 것을 보강하고 진짜 나아간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이야기하고 있다. 20주년을 맞아 '앞으로 10년은 대차게 가겠다'라는 느낌이 있어야 할 것이다. 20돌을 맞아 부산국제영화제의 역사를 소개하는 책자를 만들 예정이다. 그것이 비전이 될 것이다."

조이뉴스24 부산=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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