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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신조음계다, 록밴드는 '숙명'이다(인터뷰)


16년 만에 재결성, 새 앨범 '리바이브' 발표

[이미영기자] 밴드 신조음계. 2014년을 살고 있는 1020 음악팬들겐 낯선 이름이고, 1994년을 기억하는 음악팬들에게는 반가운 이름일 수도 있다. '응답하라 1994'를 통해 자신도 모르게 이들의 음악을 들어본 팬들도 있으리라.

신조음계가 2014년에 새롭게 부활했다. 원년멤버 류성한(베이스)과 이종섭(기타)에 부활의 전 멤버인 김관진(드러머)이 먼저 뭉쳤고, 새 멤버 이환(키보드)과 강휘찬(보컬)을 영입했다. 이들은 최근 정규 3집 '리바이브(Revive)'를 들고 음악 팬들을 찾았다. 1998년 2집 앨범 '리뷰(Review)' 이후 약 16년 만이다.

신조음계가 활동하던 1990년대에도, 2014년에도 대한민국 록밴드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여전히 대중가요의 변방에 있고, 록은 배고픈 음악이라는 인식이 허물어지지 않았다. 이쯤에서 물어보고 싶었다. 자신의 위치에서 음악을 잘하고 있던 이들이 왜 록밴드로 뭉쳤는지, 왜 신조음계여야 했는지.

3년 전 원년 멤버 류성한과 이종섭이 먼저 뜻을 모았다. 쭉 음악을 하며 살고 있었지만, 가슴 한 켠에 있던 록밴드에 대한 그리움과 열정이 삐집고 나왔다. "세월이 지났고 음악을 해도 우리 자리 같지 않았다"는 그들은 못 이룬 꿈을 완성하고 싶었다.

물론 현실적 어려움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사비를 들여서라도 공연을 하자"는 생각을 했을 만큼 절실함이 더 컸다. 차근차근, 작은 출발을 할 생각이었다. 김관진이 합류하면서 팀 결성은 급물살을 탔다.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던 김관진은 "음악에서 한 발 떼고 있었다. 제가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고 편한 길을 가고 있었던 것 같은데, 음악이 불을 질렀다"고 말했다.

여기에 키보디스트 이환과 보컬 강휘찬이 합류하며 신조음계가 완성됐다. 시나위와 사랑과평화, 전인권밴드 등에서 활약했던 이환은 "(김)관진이 형이 전화가 와서 팀을 하자며 음악을 들어보라고 했다. 사실 '부활스러운' 음악 성향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아 시큰둥 했는데 제가 생각했던 음악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난관은 보컬 선정. 수많은 기획사의 연습생, 오디션 출신자들의 오디션에도 만족스러운 목소리를 찾지 못했던 이들은, 꽤 오랜 시간이 걸려 지금의 강휘찬을 찾았다. 강휘찬은 "신조음계라는 밴드를 몰랐다. 한국밴드 음악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는데, 신조음계의 노래가 제가 좋아하는 감성 음악이었다"고 말했다.

음반을 준비하고 있던 와중, 신기하게도 그들의 노래가 TV 속에서 흘러나왔다. 신조음계의 데뷔곡 '나만의 꿈'이 tvN의 드라마 '응답하라1994'에 삽입되면서 관심을 받은 것. 그래서 일부에서는 '응사'가 이들이 재결합한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오해도 한다. 신조음계는 "우리가 다시 나오라는 계시가 아닐까 재미있었다"면서도 "동기 부여가 되진 않았다. 만약 '응사' 때문에 추억팔이로 다시 뭉쳤다면, 음악하는 사람들로서는 창피한 일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왜 신조음계를 하느냐고 스스로 질문을 던져봤어요. 결국은 버리지 못해서 16년 만에 다시 돌아온 거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음악으로 이야기 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90년대의 신조음계는 지금의 아이돌처럼 우리를 드러내기 바빴던 시대였던 것 같아요. 지금의 신조음계 음악을 들어보면 드러내기보다 함께 할 수 있는 소통 쪽에 가까워요. 타이틀곡 '니 손 바래' 역시 제목처럼 소통의 콘텐츠와 매개체라고 생각해요."(김관진)

신조음계의 재결성 이유가 '추억팔이'가 아니듯, 이들의 음악도 1994년에 머물러 있진 않다. 밴드가 갖고 있는 무게감을 내려놓고, 소통과 공감에 초점을 맞췄다. '감성'이라는 키워드도 음악에 녹아들었다.

"예전의 밴드음악들이 무거운 느낌이 많이 있었다면 요즘 음악은 무게가 많이 빠져있는 것 같아요. 그런 시대에 우리 음악도 자연스럽게 편승했죠."(류성한)

"희망을 갖고 사랑을 표현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지만, 느낌이 달라졌죠. '니 손 바래'는 제목 그대로 도움을 바란다는 뜻이예요. 올해는 사회적으로 정말 큰 사건이 일어났죠. 다들 도와준다고 하지만, 최종 결정권에서는 그게 쉽지 않았어요. 직접적으로 표현을 하지 않았지만, 노래에 그런 메시지를 표현했어요. 그렇게 소통하고 싶었어요."(김관진)

당장 신조음계의 큰 성공을 바라지는 않는다. 밴드 음악으로 단번에 주목을 끌기 어렵다는 것도 안다. "최근 아시안게임 선수촌에서 공연을 하는데 관객들의 반응이 정말 없었다. 오히려 회사에서 준비 중인 걸그룹 연습생들이 무대에 서는데 더 열광했다"는 하소연 아닌 하소연에 밴드음악의 적나라한 현실이 담겼다. 되려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밴드 음악을 좀 들을까요"라고 묻는 이들의 모습에서 그들의 고민이 묻어났다.

성급하지 않은 마음으로, 진정성 있는 음악으로 다가가겠다고 마음도 다 잡았다.

"사석에서 '우리가 잘 되야 밴드시장이 살지'라는 농담도 해요. 밴드 음악으로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 사례가 없으니까 책임감을 갖고 하려 해요. 밴드가 좋아서 하는 사람들이 수면 아래로 꽤 많아요. 활성화가 되려면 우리가 됐든, 누가 됐든 멋있는 음악이 나와야 또 꿈을 갖게 됐고 좋은 영향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개척을 해서 만들지 않으면, 신조음계가 16년 만에 나온 것처럼 분명 다른 밴드들도 16년 동안 묻혀있을 것 같아요." (류성한, 이종섭)

"가요계가 보여지는 것, 이미지에 많이 쏠려있죠. 나오자마자 이슈가 될 거라고도 생각 안 했어요. 시간을 갖고 진정성 있게 접근을 한다면 알아봐주지 않을까 생각해요. 소비되는 음악보다, 소장의 가치가 되는 음악을 하고 싶은 목표가 있죠. 지금까지 힘들게 수십년을 버텼으니, 앞으로의 시간도 잘 견딜 수 있을 것 같아요. 신인밴드의 마음으로, 전투적으로 해볼 생각입니다"(김관진)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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