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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기술위, 사람만 바뀌어서는 안돼


'회장 직속 기구' 여론 커, 위상 강화 위해 힘 실어줘야

[이성필기자] 대한축구협회가 이용수(55) 신임 기술위원장 체제로의 출발을 알렸다.

이 위원장은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기술위원회 운영 방안과 차기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계획도 발표했다.

동시에 이 위원장과 함께 할 7명의 신임 기술위원도 발표했다. 조영증(60) 한국프로축구연맹 경기위원장, 김학범(54) 전 강원FC 감독, 최인철(42) WK리그 현대제철 감독, 신재흠(55) 연세대 감독, 정태석(42) 분당베스트병원 재활센터장, 김남표(50) 축구협회 전임 강사, 최영준(49) 축구협회 전임 지도자 등이다.

이 중 김학범, 김남표, 최영준 위원은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파주 NFC)에서 상근위원으로 활동한다. 전임 황보관 위원 체제에서도 상근위원을 두려고 했지만 축구협회의 인식 부족으로 무산된 바 있다. 상근직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위원들 면면을 따져보면 이 위원장이 추구하는 전문성 강화가 엿보인다. 조영증 위원장은 협회 기술교육국장을 맡아 업무 이해도가 높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지도자 강사에 K리그 경기위원장이라 프로축구와의 협조 체계 구축에 힘을 쏟을 수 있다.

'공부하는 지도자'로 잘 알려진 김학범 위원은 K리그 성남 일화(현 성남FC), 강원FC, 허난 전예(중국) 등의 감독을 경험해 대표팀의 전술 수립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대한축구협회 전임 강사인 김남표 위원과 최영준 위원은 각각 지도자와 유소년 육성에 힘을 쏟게 된다. 최인철 감독은 여자축구, 신재흠 감독은 대학 및 아마축구 육성을 분담할 수 있다. 잉글랜드축구협회에서 피지컬 트레이너 코스를 이수한 운동생리학 박사 정태석 위원은 스포츠 의·과학 분야에서 의견을 제시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기술위원들의 전문성이 확실히 장점으로 부각된다. 기술위가 A대표팀만을 위해 구성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축구계 전반의 균형을 잘 잡는데 충실했다. 개개인의 능력도 뛰어나 필요시에는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가장 큰 숙원사업이었던 상근위원을 배치했다는 점은 기술위의 변화 의지 및 위상 강화를 느낄 수 있다. 기술 파트 강화는 매번 기술위원장의 취임 일성이었지만 그렇지 못했다. 상근 기술위원을 통해 A대표팀부터 유소년까지의 육성 및 세계축구 흐름 연구는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이다. 2011년 12월 조광래 감독 경질과 함께 새롭게 구성됐던 기술위원회와 유사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기술위원회는 나름 혁신적인 평가를 받았다. 전임 이회택 기술위원장 시절만 해도 9명의 기술위원 중 5명이 K리그 스카우트, 4명이 경기인 출신 위원이었다.

당시 새로 선임한 8명은 나름 신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황보관 위원장을 중심으로 안익수 당시 부산 아이파크 감독, 하석주 아주대(현 전남 드래곤즈) 감독, 최수용 광주축구협회 전무(금호고 감독), 윤종석 장훈고 감독, 정태석 박사, 윤영길 한국체대 교수, 이규준 FC하남 감독 등이 선임됐다. 지도자 최상위 라이센스 보유자들과 관련 분야 전문가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기대감도 컸다.

하지만, 이들은 제대로 만나 심도 있는 회의를 하지 못했다. 하석주 감독은 전남 사령탑으로 이동한 뒤 팀 성적 부진에 시달리자 스스로 기술위원을 놓았다. 기술위 자체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니 위원이 언제든 내려두고 나갈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인 대표팀 감독 선임 때도 기술위는 주체가 되지 못하고 최강희 감독, 홍명보 감독 선임 당시 거수기 역할에 불과했다.

이용수 신임 위원장 체제라 해도 기술위가 전권을 갖지 못하고 운영의 묘를 살리지 못하면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축구협회 회장단 회의에서는 기술위원 구성에 대해 K리그 현직 감독, 전직 대표팀 코칭스태프 등 대표팀 사정에 밝은 이들이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지만 결과적으로는 되지 않았다.

위원들 구성은 무난하다고 쳐도 기술위가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확신을 보여주지 않은 것도 아쉽다. 이 위원장은 "기술위가 좋은 생각을 만들어낸다면 협회가 들어주지 않을 이유는 없다"라면서도 "다만 독립성은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라며 기술위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축구협회는 기술위원회를 산하 분과위원회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축구전문가들이 기술위를 회장 직속 기구로 분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변화의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축구협회 고위 관계자는 "차차 이사회 등을 거쳐서 정관 개정 등을 통해 기술위원회의 위상 강화를 논의하겠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차기 대표팀 감독 선임이 시급한 상황에서는 신속한 의사 결정으로 기술위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절차 따지며 시간 보내다가 기술위원회를 다시 이도저도 아닌 조직으로 놓아둬버리면 또 거수기 역할밖에 못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새로운 기술위의 구성이 외부에 보여주기식으로 되어서는 안되는 이유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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