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김향기, 특별하지 않은…그래서 특별한(인터뷰)


영화 '우아한 거짓말'서 14세 소녀 천지 役

[권혜림기자] 드라마와 영화를 막론하고 출중한 아역 배우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연예계다. 그 중심에는 올해 15세가 된 아역 배우 김향기가 있다. 지난 2013년 MBC 드라마 '여왕의 교실'의 심하나부터 지난 2일 방영된 KBS 2TV 드라마스페셜 '예쁘다 오만복'의 타이틀롤 오만복, 지난 13일 개봉한 '우아한 거짓말'의 소녀 천지가 모두 김향기의 숨결로 살아났다.

지난 2012년작 영화 '늑대소년'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 그 이전의 활약들을 제외하고도, 김향기라는 어린 배우의 남다른 존재감에 동의하는 이들은 많을 터. '우아한 거짓말' 속 그의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배우란 어쩌면 숙련보다는 타고난 재능에 기대야 하는 직업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나이를 무색케 하는 절제된 연기. 감탄 그 자체다.

'우아한 거짓말'은 14세 소녀 천지(김향기 분)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남겨진 엄마 현숙(김희애 분)과 천지의 언니 만지(고아성 분)가 천지의 친구인 화연(김유정 분)과 주변 사람들을 통해 죽음 뒤에 숨겨진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영화 개봉을 맞아 조이뉴스24와 만난 김향기는 '우아한 거짓말'에 대해 "영화에 너무 몰입해서 눈물도 많이 흘렸는데 원작에서 본 대사들, 가슴에 아렸던 부분들이 영화에서도 가슴에 와닿게 표현돼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저를 믿고 천지 역을 맡겨주셨다는 것에 정말 감사드렸어요. 늘 밝은 표정의 역할들을 많이 맡았었는데, 이런 좋은 작품에서 안 해본 연기를 하게 해 주셨으니까요. 이한 감독님은 첫 미팅 때부터 웃는 얼굴로 맞아주셨어요. 천지가 꼭 어두운 아이만은 아니었다는 것, 상황 때문에 그런 선택을 했다는 것을 더 정확하게 설명해 주셨죠. 슬픈 신을 찍을 땐 같이 우시기도 하고요."

극 중 천지는 누구에게도 자세히 말할 수 없었던 학교에서의 고민으로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만다. 떠나기 전 가족과 친구들에게 남긴 천지의 메시지에는 어렸지만 가슴 속은 누구보다 깊었던 한 소녀의 고독이 담겼다.

"천지는 나 없이도 밥 잘 먹으라고, 내가 없어도 잊으면 안된다고 적고 마지막 선택을 했는데, 특히 가족이 많이 생각났을 것 같아요. 그런 선택을 하면서도 가족을 걱정했던 거죠. 꼭 편지에 남겨진 그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정말 미안하면서도 나 없이도 잘 지냈으면 싶고, 천지에게 너무 미안해하지만은 않았으면 싶고요.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도 꼭 하고 싶었겠죠."

영화 속에선 숨결 하나까지 천지로 분했던 그에게 실제 학교 생활에 대해서도 물었다. 김향기는 스스로를 "평범한 아이"라고 표현했다. 뛰어난 재능과는 별개로, 스크린이나 브라운관 밖의 김향기는 정말로 그래보였다. 웃고 고민하고 답하는 모든 얼굴에 꾸밈이 없었다.

김향기는 "초등학교 때부터 알던 친구들이 주변에 많아서 저를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저는 전혀 특별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고정관념 없이 평범하게 봐 주는 것이 무척 고맙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부터 연기를 해 온 아역 배우들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조용한 일상 사이에서 자칫 혼란을 겪을 수 있다. 배우들 뿐이랴. 사춘기에 접어든 청소년들이라면 누구든 한 번 쯤 정체성에 대한 고민에 빠져든다. 스스로를 평범한 존재로 여기는 김향기의 태연한 얼굴이 되려 그를 특별해보이게 만들었다. 이 소녀의 가슴 속엔 도대체 무엇이 들어 있을까. 궁금증도 매력도 몇 배나 커졌다.

변치 않는 좋은 친구들이 곁에 있긴 하지만, 김향기에게도 극 중 천지와 교집합이 있었다. 그는 "이 영화를 찍기 전에는 고민을 말하지 못하고 혼자 생각하는 경우가 꽤 있었다"며 "부모님께 말씀드리면 더 크게 걱정하실 것 같아서였다"고 입을 열었다.

"혼자 어렵게 생각하다가 금방 잊어버리려고 하는 편이어서 크게 문제된 적은 없는데 이 영화를 찍고 보니 추상박 아저씨(유아인 분)의 말이 와닿았어요. 가족이 아니라 엉뚱한 사람한테 이야기를 털어놓을 때가 있다고요. 그것도 맞는 것 같아요. 그래도 이제 가족에게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엄만 어땠어? 아빤, 오빤 어땠어?' 하고 서로 이야기하고 고민하고 상담해주고요. 그래야 가정이 밝아질 것 같아요."

똑 부러지는 영리함과 말랑한 감성을 모두 지닌 소녀 김향기에게, 연기는 "안 하면 심심하고 너무 하고싶은, 가장 즐거운" 일이다. 그는 "배우란 매력있는 직업 같다"며 "자꾸 빠져들게 된다. 이런 역할을 하면 저런 역할도 하고 싶다"고 말하며 배시시 웃었다. 이어 "모든 마음을 표현하는 역할도, 극 중 김유정 언니가 연기한 화연 같은 역할도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때가 된다면 언젠가 여러 역할들이 주어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열심히 연기해서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연기 말고 좋아하는 게 있냐고요? 사진 찍는 것도, 음악 듣는 것도,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해요. 비슷한 것들을 좋아하는 분들과 서로 공감하기도 하고, 촬영 중에 그런 취미가 도움이 되기도 해요. 음악을 듣거나 그림을 그리면 마음이 편해지거든요.(웃음)"

'우아한 거짓말'은 '완득이'의 이한 감독이 연출했으며, 김려령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지난 13일 개봉해 11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순항 중이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김향기, 특별하지 않은…그래서 특별한(인터뷰)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