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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할배들의 복귀전, 이차만 감독이 먼저 웃었다


K리그 개막전에서 만난 경남 이차만-성남 박종환 두 노장 감독

[이성필기자] 2014 K리그 클래식 개막전의 관전포인트 중 하나는 귀환한 '꽃할배'들의 맞대결이다. 성남FC 박종환(76) 감독이 2006년 대구FC 감독 이후 8년 만에 현장에 돌아왔고 경남FC 이차만(63) 감독도 1999년 부산 대우 로얄즈 감독 이후 15년 만에 프로 지휘봉을 다시 잡았다.

이들이 어떤 축구를 구사할 지는 가장 큰 관심사였다. 오랜 시간 한국 축구를 이끌어왔던 이들이 후배들과의 겨루기에서 밀리지 않을 수 있느냐도 흥미를 유발시키기에 충분했다.

공교롭게도 두 사령탑은 9일 경남 창원 축구센터에서 열린 시즌 개막전에서 만났다. 마침 이날 경남은 경남 출신 원로 축구인들을 불러 '레전드 매치'를 치렀다. 김호(70) 전 국가대표 감독, 김도훈(44) 전 강원FC 코치 등이 어우러져 뛰었다. 경기도 김포 출신인 이회택(68) 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도 창원을 찾아 두 감독의 복귀전을 함께했다.

한국 축구를 주름 잡았던 이들이 모였으니 말이 많을 수밖에 없을 터. 경기장에 도착한 박종환, 이차만 감독은 선수대기실에 머무르지 않고 그라운드에 나와 축구인들과 인사하며 담소를 나눴다.

곧 선수대기실로 들어갈 것 같았던 두 감독은 경기장 안팎을 계속 돌아다녔다. 보통의 감독들은 경기장 도착 후 선수대기실에서 경기 구상에 빠져 밖으로 나올 줄 모른다. 하지만, 두 감독의 얼굴에는 여유가 묻어 나왔다. 박종환 감독은 물끄러미 그라운드를 응시했고 이차만 감독은 담배를 한 대 입에 물며 지인들의 인사에 화답했다.

이들을 바라보는 원로 축구인들은 성공적인 복귀가 되기를 바랐다. 이회택 전 부회장은 "두 분이 잘 하실 것이다. 나는 능력이 없어서 (K리그) 감독을 할 수 없다"라고 웃었다.

김호 전 감독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김 감독은 "나도 능력이 되지 않는다. 두 분이 잘해서 좋은 소리를 들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나타냈다. 정해성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장은 "선배님들이 좋은 축구를 보여주시면 좋겠다"라며 선전을 기원했다.

두 감독의 귀환은 구단주까지 경기장으로 오게 만들었다. 경남은 홍준표 경남 도지사, 성남은 이재명 성남시장이 직접 경기장을 찾았다. 두 구단주는 본부석 엘리베이터 앞에서 조우한 뒤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인사했다.

모두의 응원을 받는 두 노장 감독의 마음은 어땠을까. 이 감독은 "그냥 해보는 것 아니겠느냐. 박 선생님(박종환 감독)이 '잘 해'라고 하시길래 '네'라고 대답만 했다"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박 감독은 어떨까. 그는 "이 감독도 지기 싫어하는 사람이다. 이제 마지막인데 축구인들과 팬들 앞에 모범이 돼야지 않겠나. 좋은 것만 보여주겠다"라며 의욕을 뿜었다.

경기가 시작된 뒤 두 감독은 상반된 태도를 보였다. 박 감독은 벤치에서 일어날 줄 몰랐다. 여유있게 경기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반면 이 감독은 팔짱을 끼고 90분 내내 서서 선수들을 지도했다.

마음 편하게 하겠다고 했지만 승부사 기질은 숨길 수 없었다. 후반 44분 경남 루크의 결승골이 터지자 이차만 감독은 어린 아이처럼 기뻐하며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을 얼싸 안았다. 어쨌든 결과에서는 두 노장의 희비가 갈린 극적인 90분이었다.

조이뉴스24 창원=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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