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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필3' 성준의 착한 사랑, 나쁜 남자의 시대는 갔다


연하같지 않은 연하남 주완 역으로 시청자 만나

[권혜림기자]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가 바로 여기 있다. '로맨스가 필요해3'의 성준이 한 사람만을 바라보는 순애보 연기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두근대게 하고 있다.

지난 1월 첫 방송된 16부작 월화드라마 tvN '로맨스가 필요해3'(이하 로필3)의 인물들은 극의 중반을 넘어서며 본격적인 러브 레이스를 시작했다. 주완(성준 분)은 어릴적 신주연(김소연 분)과 함께 지냈던 추억을 가슴에 안고 17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뒤 한집에서 사는 주연에게 다시 묘한 감정을 느낀다.

성준이 연기한 주완은 극 중 김소연이 연기하는 여자주인공 한주연보다 6세 어린 인물. 그러나 둘 중 사랑에 미성숙한 인물은 생물학적 나이가 어린 주완이 아닌, 9년 간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버티기 위해 일에 미쳐 살아 온 신주연이다.

주연은 직장 상사 강태윤(남궁민 분)을 향한 자신의 마음도 모른 채 이유 없는 설렘에 어리둥절해한다. 그의 마음을 가장 먼저 알아챈 건 슬프게도 주연을 사랑하는 주완이다.

천재 작곡가로 명성을 날린 주완이지만 일 앞에서 보여주는 철두철미한 면모는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눈녹듯 사라진다. 멘토같은 인물 강태윤에게 상처를 받고 돌아와 서럽게 우는 신주연을, 주완은 그저 따뜻하게 안아준다. 통상 떠오르는 연하남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도 닦듯 일편단심을 지키고 있는 인물이다.

성준은 연하같지 않은 연하 주완 역을 맞춤옷을 입은 듯 꼭 어울리게 소화하고 있다. 늘상 따라다니던 '모델 출신'이라는 수식어가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다. 얼핏 이성적이고 냉정해보이지만 사랑하는 여인 앞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마는 순애보가 여심을 뒤흔들기 충분하다.

큰 키와 마른 몸, 패셔너블한 성준의 이미지는 넓은 스펙트럼의 연기를 선보이는 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었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나름대로 숨 가쁜 도전을 이어 온 그지만 어딘지 날카로워보이는 인상, 공허해보이는 눈동자가 그의 특징으로 기억됐었다.

그러나 '로필3'의 성준에게서 과거의 얼굴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순정적이면서도 지혜로운 주완의 캐릭터에 완전히 빠져든듯 보인다. 삐딱했던 상대의 마음까지 정성껏 돌보는 성숙한 눈빛이 다른 누구도 아닌 성준의 얼굴에서 뿜어져나올 줄은 예상치 못했었다.

'로필3'에서 그의 매력은 시리즈의 전작과 비교해 볼 때 더욱 희귀하다. 신주연을 향한 마음을 내레이션으로 자주 그려내는 성준은 '로필3'의 화자에 가깝다. 남자 배우들 중 가장 큰 비중을 짊어졌다. 이런 무게감의 캐릭터는 종종 '나쁜 남자'로 재현됐었다.

'로필'의 첫 번째 시즌에서 가장 많은 사건에 등장했던 남자 주인공 성수(김정훈 분)는 오랜 연인 선우인영(조여정 분)을 두고 다른 여자에게 한눈을 팔아 시청자들의 공분을 샀다. 두 번째 시즌의 주인공 윤석현(이진욱 분)은 밝힐 수 없는 비밀 탓에 주열매(정유미 분)의 속을 부단히도 썩였다.

성준이 그려내고 있는 주완은 착하디 착하다. 모난 곳 없이 바르게 자랐다. 제 일에 있어 성실해보이기까지한다. 서운함에 쏘아붙였다가도 반나절을 채 못 버티고 마음을 푼다. 자신이 끓인 스프를 다른 남자에게 가져다주겠다는 말 안되는 요구도 어쩔 수없이 수용한다. "이 여자가 아무리 미운 짓을 해도 미워지지 않는다"는 내레이션까지. 이 정도면 말 다 했다.

20년 간 첫사랑을 가슴에 품어왔는데도 그 꾸준함이 바보스럽지 않다. 올곧게 사랑에 뛰어든다. '로필3'의 주완은 되려 '나쁜 남자'에 어울렸을 법한 배우 성준의 마스크에서 이런 말랑함을 끄집어냈다. 신주연과 강태윤의 남다른 관계를 질투하는 분노의 표정은 종종 큰 웃음을 자아낸다. 성준에게 이런 얼굴이 있는 줄 미처 몰랐다.

성준은 지난 2011년 KBS 2TV 드라마 스페셜 '화이트 크리스마스'로 연기에 데뷔했다. 우수한 두뇌를 지닌 천재 고교생 최치훈 역이었다. 이후 tvN 드라마 '닥치고 꽃미남 밴드'와 영화 '나는 공무원이다'에선 어딘지 날카로워보이고 펑키한 인물들을 도맡았다.

JTBC 드라마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이하 우결수)와 영화 '명왕성', MBC 드라마 '구가의 서' 등에서도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다정다감한 면모를 지녔지만 결혼을 앞두고 다채로운 고민에 빠지는 '우결수' 속 정훈을 제외하면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들이었다.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 '로필3'는 그래서 성준에게 중요한 필모그래피다. 성준이 연기한 주완의 착한 매력에 얼마나 많은 심장이 뛰고 있는지, 그 물음에 대한 답이 바로 '로필3'와 배우 성준의 중간 성적표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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