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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9년]'개콘' 서수민CP "시청자 위로, 시대적 메시지 전한다"(인터뷰①)


"MBC-SBS 개그프로 부활 기뻐…함께 잘 되길"

2013년 안방극장에는 예능프로그램들의 치열한 생존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약육강식 예능 속에서 소위 '시청률 대박' 프로그램들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시청자들에게 사랑받는 비결은 무엇일까. 조이뉴스24는 창간 9주년을 맞아 지상파 3사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 CP들을 만났다. 최고 프로그램으로 이끈 비결부터 내년 예능 트렌드까지 짚었다.

[김양수기자] 1999년 7월 KBS 2TV '개그콘서트(이하 개콘)'가 첫 전파를 탔다. 추석 특집 파일럿으로 선보였던 '개콘'은 그해 9월4일,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됐다. 대학로 공개코미디의 첫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객석을 가득 메운 방청객들은 '봉숭아학당' 맹구의 등장에 자지러지고, '사바나의 아침' 심현섭의 "빰바야~" 외침에 웃음을 터뜨렸다. 이 외에도 '달인' 김병만, '수다맨' 강성범, '마빡이' 정종철, '커 컸으면' 이수근 등 많은 스타들이 '개콘'과 함께 호흡하며 역사를 이끌었다.

그렇게 14년이 흘렀다. 위기도 있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위기는 기회가 됐다. 현재 '개콘'는 여전히 성행 중이다. 지난 6월 700회를 맞은 '개콘'은 이제 800회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개콘'은 대한민국 코미디의 산 역사다.

코미디를 향한 열정으로 '개콘'의 부활을 이끈 서수민 CP(사진)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지난 3년간 '개콘'으로 인해 많은 영광을 누렸다"며 벅찬 감회를 밝혔다.

-'개그사냥' '폭소클럽' 이어 '개콘'까지, 코미디 프로그램에 대한 열정이 크다.

"코미디는 남을 웃기고자 하는 이유 하나만으로 좋다. 나는 개그맨들에게 '봉사를 한다'고 말한다. 본인을 희생해서 웃음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나는 코미디 장르가 갖는 순수함이 좋다. 개그맨과 연출이 협의해서 만들어내는 형식적 장르가 매력적이다. 코미디는 대본 플레이도 중요하다. 하지만 기획과 많은 이들의 앙상블이 더해져 생각지도 못했던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물론 기대이하일 때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상상 이상의 것을 만들어낸다. 그러한 발견이 짜릿하고 기쁘다. 그게 코미디의 매력인 것 같다."

-'개콘'을 부활시킬 수 있었던 비결을 꼽자면.

"'개콘'은 혼자 만들 수 없는 무대다. 그래서 여러명이 함께 뛸 수 있는 무대를 만들자고 생각했다. 지금 '개콘'엔 시스템이 있다. 내가 나가더라도 이어질 수 있는 틀과 토대를 만들었다."

-'개콘'만의 시스템을 소개한다면.

"우리는 KBS 공채개그맨 직영제로 운영된다. 매니지먼트에 소속된 개그맨을 선택하는 방식이 아닌, 직접 (개그맨을) 뽑고 기회를 준다. 공채 개그맨이 없었다면 '개콘'도 없다. 나는 타사에서 스카웃을 하지 않았다. 스카웃을 해오면 신인 개그맨들이 불안해 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효과적이었다. 선배들이 신인들을 이끌어주고, 개그맨들도 공동체 안에서 자기개발을 열심히 했다."

-PD란 매 순간 결정을 내려야 하는 일이다. 어려움은 없는지.

"'개콘' 연출 초기엔 결정장애가 있었다. 내가 결정해서 잘못되면 어쩌나 걱정했다. 난 작가와 연기자들에게 많이 의지하는 편이다. 나보다 더 코미디 고민을 많이 하는 친구들 아닌가(웃음). 나는 그저 방향만 정한다. 그 안을 채우는 스킬은 연기자들이 더 많이 갖고 있다. 개그맨들이 새 코너를 갖고 오면 '개콘'의 전체 방향을 생각해서 코너의 특색을 살린다. 연애이야기든 토크든 아줌마 이야기든."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코너 '생활의 발견'을 준비할 때가 생각난다. 조용하고 소소한 방식이라 '개콘'에선 파격적이었다. 그래서 욕심이 났다. 두번째 무대에서 두가지 콘셉트를 선보였다. 코너의 승패는 2회에서 결정나기 때문이다. 이후 두번 녹화를 뜬 건 없다. 웬만하면 코너의 고참들 이야기를 많이 따른다."

-아쉬웠던 순간이 있었는지.

"'개콘'의 모든 코너는 시리즈 형식을 띤다. 하지만 한회에서는 희뜩하지만 다음 회가 도저히 전개가 되지 않는 코너도 있다. 개그맨 김장군이 히트코너를 낸 것을 보지 못하고 가는게 영 아쉽다. 김장군은 아이디어가 기발하다. 하지만 '핑크레이디' '체포왕' 등 문제작만 선보이고 장수 코너를 하지 못했다."

-'개콘'의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다양성과 메시지다. 다양한 웃음을 선사하면서도 현 시대를 대변하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코미디의 역할이다. '개콘'은 대한민국 국민의 프로그램이다. 사람들은 힘들고 외롭고 우울할 때 '개콘'을 통해 위로를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을 대변하고, 그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감성을 담아내야 한다. 그래서 난 개그맨들에게 '늘 시청자 눈 밑에 있으라'고 말한다. 개그맨들의 배가 부르면 기름진 모습이 드러난다. 하지만 개그맨은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

-'개콘'의 성공 이후 MBC '코미디에 빠지다(이하 코빠)',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 등이 새롭게 신설됐다.

"2010년 '개콘' PD로서 가졌던 첫 인터뷰에서 "나의 목표는 '웃찾사' '개그야'의 부활"이라고 밝혔다. 그걸 이룬 것 같아 기분이 좋다. '개콘'을 통해 개그맨들이 잘 되는 것도 좋지만 코미디 프로그램이 튼튼해져서 뿌듯하다. '개콘'이 든든히 서 있으니 MBC와 SBS에서도 생기는 게 아니겠는가. 다 같이 잘 되기를 바란다."

-다양한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생겨나고 사라졌다. 장수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타 방송국에 감놓아라 배놓아라 할 입장은 아니다. 하지만 방송사 결정권자들에게 부탁이 있다. 제발 기다려달라. 그게 최선이다. 현재의 '개콘' 신인 개그맨들이 들어오자마자 히트코너를 낸 건 아니지 않나. 선배들에 흡수되고 스스로 갈고 닦으며 자신들의 개그색깔을 만들어가는데 15년이 걸렸다. 기다리면 그 안에서 틀림없이 시너지가 생길 수 있다. 1년 2년 기다리다 지쳐서 없어지면 다시 생기기가 어렵다. 성과주의에 의한 조급증을 버리는 게 필요하다. 코미디 프로그램은 예능의 밭이다. 버라이어티는 잘 나가는 사람이 바로 나가면 되지만 코미디는 씨를 뿌리고 거름을 줘야 자라난다. 가을이 있으면 겨울도 있다. 지금은 땅을 고르는 시기라고 생각하고 좀 더 기다려주길 바란다."

인터뷰를 요청하고 며칠 뒤 서수민 CP의 소속이 달라졌다. 지난 3년간 몸 담고 있던 정든 '개그콘서트'를 떠나 '해피선데이'의 팀장으로 발령을 받은 것. 서 CP는 "일요 예능 '해피선데이'는 KBS 예능의 심장 같은 프로그램"이라며 "'개그콘서트'로 많은 영광을 누렸다. 이제 필드로 내려가 열심히 뛰어보겠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조이뉴스24 김양수기자 liang@joy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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