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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희 "차곡차곡 쌓았다, 꾸준히 걸었다"(인터뷰)


영화 '연애의 온도' 은행원 장영 역, 이민기와 호흡

[권혜림기자] '물이 올랐다'는 표현은 이제 식상하게 여겨질 정도다. 인물 그 자체가 된 듯 은막을 누비는 배우 김민희의 모습에서 관객들은 이제 출중한 여배우의 모습을 발견하고 있다.

2012년작 '화차'가 '김민희의 재발견'을 이끌어냈다면 오는 21일 개봉하는 '연애의 온도'는 그 믿음을 보다 공고히 해줄 만한 작품이다.

지난 2000년 영화 '순애보'로 스크린에 데뷔한 김민희는 '서프라이즈' '뜨거운 것이 좋아' '여배우들' '모비딕' '화차' 등에 출연하며 필모그라피를 쌓아 왔다. KBS 드라마 '학교2'를 연기 활동의 시작점으로 친다면, 그는 어느새 15년차 배우라는 타이틀을 달게 됐다.

활동 기간에 비해 많은 작품에 출연하진 않았지만 성장세는 무섭다. 패션 모델에서 연기자로 막 데뷔했을 시기, 지금과 같은 김민희의 모습을 짐작한 이는 많지 않았을 터. 빼어난 외모와 특유의 느릿한 말투는 그를 연기력보단 스타성을 대변하는 인물로 평가절하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지난 2006년 방영된 KBS 2TV 드라마 '굿바이 솔로'를 시작으로 김민희의 연기력에 감탄을 표하는 이들이 숱하게 많아졌다.

지난 13일, 영화 '연애의 온도' 개봉을 앞두고 조이뉴스24와 만난 김민희는 ''굿바이 솔로'를 기점으로 갑자기 연기가 늘었다'거나 '작품을 보는 눈이 좋아진 것 같다'는 일각의 평가에 대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제가 보기에 좋은 작품을 고르는 것 뿐이에요. 사실 데뷔작인 '순애보'도 좋아하거든요. 많이들 '언제부턴가'라고 표현하시는데, 제겐 꾸준한 거였어요. 아마 놓친 작품들이 많으셨을지도 모르죠. 차곡차곡 쌓았다고 생각해요. 하루 아침에 딱 마법처럼 잘 하게 된 건 아니고요. 노력의 결과고, 천천히 잘 걸어왔기 때문인 것 같아요."

'연애의 온도'에서 김민희는 평범한 은행원 장영 역을 맡아 이민기(이동희 역)와 호흡을 맞췄다. 영은 동희와 비밀리에 사내 연애를 하다 이별하고,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여성이다. "평범한 내 모습을 끌어내 연기했다"는 김민희의 설명에 꼭 어울리게, 스크린 속 김민희는 이미 장영 그 자체로 보인다.

영화는 연애를 하다 헤어졌던 누군가와 한 번이라도 재회해 본 남녀라면 그야말로 '폭풍 공감'을 느낄 만한 디테일을 자랑한다. 헤어진 뒤 유치한 복수심을 행동으로 옮기고, 분노를 참지 못해 육탄전도 불사하는 모습은 폭소 속에서도 관객 스스로의 연애사를 반추하게 만드는 장면들이다.

김민희는 은행 건물의 옥상에서 동희를 만난 영이가 속사포로 그간의 불만을 늘어놓는 장면을 떠올리며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옥상 신에서 대사는 저도 웃겼어요. 실제 연애에서 그런 이야기들을 해 보진 않았지만 공감되고 재밌었죠. 영이가 그런 이야기를 할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애의 온도'는 꼭 연인과 헤어졌다 다시 만나본 사람이 아니어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에요. 자주 싸우다 다시 만났을 때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 아마 다른 분들도 이해할 수 있을 거에요."

순하디 순해 보이는 김민희가 극 중 영이처럼 상대에게 격한 분노를 표출해 본 적이 있을까. 그는 "날 선 연기는 잘 할 수 있다"면서도 "실제론 화가 나면 눈물부터 나는 스타일"이라고 고백했다.

이날 김민희는 관객들을 초토화시킨 영이의 '복수 퍼레이드'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극 중 영이는 복수심을 가득 담아, 사귈 때 빌렸던 동희의 노트북을 돌려준다. 김민희는 "노트북 사건은 정말 치사했던 것 같다"며 "빌려줬던 돈을 갚으라는 것 역시 치사하게 느껴졌다. 그렇지만 돈을 돌려달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이미 애정이 남아있다는 뜻이 아니겠냐"고 말하며 웃었다.

이어 "영화가 꿰고 있는 건, 특별한 연애란 없다는 이야기"라며 "내레이션에서도 나오듯 현실 연애는 다 똑같거나 비슷한 모양새"라고 덧붙였다.

촬영 중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을 묻는 질문에는 주저 없이 놀이공원 신을 꼽았다. 김민희와 이민기가 나란히 롤러코스터를 타며 과거를 떠올리는 장면은 헤어짐과 분노, 집착과 재회를 순차적으로 그린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라 부를 법 하다. 김민희와 이민기는 이 장면을 위해 "하루 종일" 롤러코스터를 반복해 타야 했다.

김민희는 "찍을 땐 힘이 들었다"며 "영화에선 잠깐 나오지만 하루 종일 롤러 코스터를 탔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래 어지럽게 뱅뱅 도는 것을 싫어하는데 오랫동안 타니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더라"며 "이민기도 마찬가지였다"고 돌이켰다.

"롤러코스터 신에서, 몽타주로 회상 장면들이 나오잖아요. 거기서 감정이 많이 폭발했던 것 같아요. 감독님이 의도했던 건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락 내리락 하는 연애 감정을 보여주는 거였어요. 식었다 뜨거웠다 하는 연애 감정이요. 롤러코스터도 한 순간 무섭긴 해도 재미가 있잖아요. 연애 역시 그런 것 같아요."

노덕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연애의 온도'에는 김민희·이민기·라미란·최무성 등이 출연하며 오는 21일 개봉한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박영태기자 ds3fa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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