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우결수'는 어떻게 시청자의 마음을 훔쳤나


[권혜림기자] JTBC 드라마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이하 우결수)'가 지난 1일 20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MBC '내 이름은 김삼순'의 김윤철 PD와 KBS '사랑과 전쟁'의 하명희 작가가 의기투합해 화제를 모은 '우결수'는 결혼과 이혼을 앞둔 자매 혜윤과 혜진(정소민·정애연 분)을 주인공으로, 그 억척스런 어머니 들자(이미숙 분)와 주변 인물들의 일상을 흥미롭게 그려 호응을 얻었다.

사랑과 결혼, 그 현실을 짚다

극을 이끄는 중심 커플인 혜윤과 정훈(성준 분)은 우여곡절 끝에 극적으로 결혼에 골인, 해피엔딩을 맞았다. 극의 초반, 두 사람은 서로를 아끼는 만큼 행복한 결혼 생활을 꿈꿨지만 그 과정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딸의 결혼을 장삿속으로 받아들였던 혜윤의 어머니 들자는 곱게만 살아 온 정훈의 어머니 은경(선우은숙 분)과 사사건건 대립한다. 결국 둘 사이의 갈등은 자녀들의 관계에도 피로감을 더하고, 커플의 결혼 계획은 뒤엎어지고 만다.

식장 예약부터 예단과 혼수까지, 두 사람이 겪은 결혼 준비 과정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예비 부부들의 골칫거리를 한데 녹인듯 보였다.

사랑해서 결혼하려는 두 사람이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를 되뇌이게 만드는 이 가혹한 상황은 보통의 트렌디 드라마에선 쉽게 만나볼 수 없던 날것의 현실이었다.

그런가 하면 변호사 선임부터 조정 과정까지, 혜진과 도현(김성민 분)의 이혼 에피소드는 그 어떤 정극 드라마에서보다 구체적으로, 또 포장 없이 그려졌다.

남편의 외도로 이혼을 결심한 아내, 장모와 대립하며 질려버린 남편, 그러나 아이를 사이에 두고 갈등하는 이 부부의 모습은 군더더기 없는 전개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한데 모았다.

'발연기' 없는 트렌디드라마, 이들 덕

'우결수'의 두 청춘 커플 혜윤·정훈, 동비·기중(한그루·김영광 분)은 서로 다른 두 줄기로 극을 이끌었다.

정소민과 성준은 결혼을 준비하며 이별과 재회를 반복하는 커플을 연기하며 이 시대 젊은 남녀의 로맨스를 현실적으로 재현해냈다. 두 배우 모두 아직 화려한 필모그라피는 없는 신예들이지만 꼬집을 데 없는 대사 처리와 감정 연기로 시선을 붙드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애교 넘치는 로맨스도, 애잔한 이별도, 핑퐁 게임을 연상시키는 속사포 대사를 통해 리듬감 있게 살려냈다.

MBC 드라마 '장난스런 키스'와 시트콤 '스탠바이'에서 활약한 정소민, 모델 출신으로 tvN 드라마 '닥치고 꽃미남밴드', 영화 '나는 공무원이다' 등에서 연기 발판을 닦은 성준은 미래를 기대하게 하는 유망주로 다시 한번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김영광과 한그루는 5년차 커플과 헤어진 남녀, 다시 결혼을 꿈꾸는 연인까지 다각도의 관계를 연기해 극에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이들은 솔직한 대사, 현실적인 상황 설정 속에서 안정감 있는 연기로 극의 균형을 잡았다.

특히 가수로 데뷔해 정극 연기에 도전 중인 한그루는 '우결수'에서 당차고 똑부러지는 캐릭터 동비로 분해 배우로서 가능성을 입증했다. 김영광은 이기적이고 얄미운 독신주의자 기중 역을 맡아 점차 진정한 사랑에 눈을 떠 가는 내면을 그려내 호평을 이끌었다.

믿고 보는 중견 배우들의 활약

극의 중심을 이끈 이미숙은 물론, 정훈의 부모를 연기한 선우은숙과 강석우, 들자의 동생 들래로 분한 최화정, 그와 호흡을 맞춘 김진수, 브라운관에 복귀한 김성민 등은 흠잡을 데 없는 연기로 몰입을 도왔다.

애초 '우결수'의 핵심 인물로 전면에 나섰던 이미숙은 생활의 때가 가득한 억척스런 어머니 들자와 혼연일체된 연기를 선보였다.

평소 세련된 이미지를 완벽히 깨부순 과장된 메이크업과 뻔뻔하고 능청스러운 속사포 대사는 특히 화제를 모았다. 전작인 KBS 2TV 드라마 '사랑비'에서 연기한 가녀린 여인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극 중 들자의 모습은 딸들을 누구보다 아끼면서도 까다로운 현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네 어머니와 꼭 닮아 있었다. 혜윤의 결혼을 둘러싸고 이리 저리 재다가도, 어느 순간 딸의 행복이 최우선임을 다시금 깨닫는 그의 연기는 때로 통쾌함을, 때로 진한 감동을 남겼다.

깍쟁이 시어머니 은경으로 분한 선우은숙은 극의 중반 이후 캐릭터를 한껏 입체적인 인물로 이끌며 흥미를 선사했다.

전형적 '곱게 자란 여성' 은경은 하나 뿐인 아들 정훈과 남편에겐 순하고 애교 많은 어머니이자 아내. 그러나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한 예비 며느리 혜윤과 사돈 들자에겐 한없이 사나운 '시월드'다. 선우은숙은 그 다정함과 얄미움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베테랑 연기자다운 내공을 발휘했다.

불미스러운 사건 이후 브라운관에 복귀한 김성민은 여전한 연기력으로 호응을 얻었다. 그가 연기한 도현은 '내 안에 짐승이 있다'며 스스로 바람기를 정당화하는 뻔뻔한 '나쁜 남자'였다. 두 번째 결혼 실패를 앞둔 그가 아들에 대한 사랑을 뒤늦게 깨닫고, 아내의 내면을 들여다보기 시작하는 과정은 시청자들에게 분노와 안도감을 번갈아 선사했다.

들래 역의 최화정과 민호 역의 김진수는 중년의 연상연하 커플로 분해 알콩달콩 로맨스를 연기했다. '우결수'가 누구 하나 버릴 것 없이 고루 탄탄한 캐릭터를 자랑할 수 있었던 것에는 재치 넘치는 이들 커플의 무게감 역시 한 몫을 했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우결수'는 어떻게 시청자의 마음을 훔쳤나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