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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의]류현진과 한화의 아름다운 작별


[정명의기자]류현진(25)은 메이저리거가 됐다. 류현진의 소속팀은 이제 한화 이글스가 아닌 LA 다저스다.

류현진은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와 6년간 총액 3천600만달러(약 390억원)에 입단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다음날인 11일 공식 입단 기자회견을 열고 '다저맨'으로서의 첫 걸음을 뗐다. 이날 류현진은 한화에서와 마찬가지로 등번호 99번이 찍힌 유니폼을 입고 다저스의 파란색 모자도 썼다.

류현진과 한화는 7년간의 동거에 마침표를 찍었다.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일이지만 떠나는 류현진도, 보내는 한화도 웃으며 서로에게 작별을 고했다. 류현진과 한화의 훈훈한 모습은 앞으로도 해외 이적의 모범사례로 손꼽힐 만하다.

◆류현진이 한화를 통해 얻은 것

류현진은 한화가 지난 10월말 조건부 포스팅에 의한 메이저리그 진출 수용 의사를 밝히자 "한화 구단에 진심으로 감사한다"며 "한화는 나를 성장시켜준 고향이다. 좋은 결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꼭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단순한 립서비스가 아닌, 한화의 '대승적 결정'에 대한 진심이 담긴 말이었다.

한화는 류현진의 말대로 그를 성장시켜준 구단이다. 잘 알려진 대로 류현진은 2006년 한화를 통해 프로야구에 데뷔해 그 해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수상하는 전인미답의 고지를 밟았다. 이후 7년간의 세월을 통해 대한민국 현역 최고의 투수로 성장했다.

물론 류현진의 개인적인 능력이 출중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한화가 아니었다면?'이라는 물음도 던져볼 만하다. 결과론적이지만 한화는 신인이던 류현진에게 과감히 선발 기회를 제공해 그가 대투수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줬다.

또한 류현진이 입단할 당시 한화에는 송진우, 구대성, 정민철 등 기라성같은 선배들이 현역으로 뛰고 있었다. 류현진은 이들로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경험, 노하우 등을 배웠다. 구대성으로부터 자신의 최고 무기인 체인지업을 전수받은 것은 이미 유명한 일이다. 이 또한 류현진의 학습능력이 뛰어났기 때문이지만 당시 팀 내 대선배들의 존재가 류현진에게 큰 영향을 미쳤던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한화는 류현진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메이저리그 포스팅을 수용했다. 한화는 2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고, 신임 사령탑 김응용 감독을 영입하며 내년 시즌 성적이 어느 팀보다도 중요했다. 구단이 마음만 먹는다면 팬들의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FA 자격을 얻기까지 향후 2년간 류현진을 데리고 있을 수도 있었다.

결국 류현진은 한화의 배려 속에 꿈을 이뤘다. 한화의 독수리 둥지는 고졸신인이었던 류현진을 품기 시작해 7년 후 그를 6년간 390억원의 연봉을 벌어들이는 괴물로 키워냈다.

◆한화가 류현진을 통해 얻은 것

한화는 류현진의 다저스행이 결정된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류현진에게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한화는 "이제 메이저리거가 된 류현진 선수가 미국 무대에서 국위 선양과 함께 국민들에게 큰 즐거움과 희망을 전해주길 바라며 더 큰 도전으로 후배들에게 큰 꿈을 키울 수 있는 에너지가 되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팀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지만 국민적 염원을 담고 있던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진출 성공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

한화 역시 류현진을 통해 얻은 것이 있다. 먼저 다저스가 제시한 천문학적인 이적료다. 한화는 다저스로부터 2천573만달러(약 280억원)라는 1년치 구단 운영비에 맞먹는 금액을 손에 넣었다.

이는 지금껏 해외진출에 따른 한국 구단의 최대 수입이다. 과거 일본 진출 선수들의 경우에도 임대료 또는 이적료를 원 소속팀에 안겼다. 그러나 액수가 이번 류현진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선동열(해태)이 3억엔, 이종범(해태)이 4억5천만엔, 이상훈(LG)이 2억엔의 임대료를 통해 주니치에 입단했다. 정민철(한화)은 2억엔, 정민태(현대)는 5억5천만엔의 이적료를 구단에 안겨주며 요미우리 유니폼을 입었다. 구대성(한화)은 3억5천만엔의 이적료를 기록하며 오릭스에서 뛰었다. 당시에는 적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한화가 이번에 다저스로부터 받는 류현진 이적료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적료 뿐만이 아니라 구단의 국제적 인지도도 높아질 수 있다. 텍사스에 입단한 다르빗슈의 전 소속팀 니혼햄이 현지 언론에서 자주 거론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또한 언젠가 다시 한화로 복귀해 메이저리그에서 쌓은 경험을 팀 후배들에게 전수해줄 수도 있다. 올 시즌 박찬호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류현진과 한화는 지난 7년간 연봉 협상 과정에서도 한 번도 서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적이 없다. 데뷔 이후 항상 최고의 위치에 있었던 류현진이지만 구단과 큰 의견차를 보이지 않았고, 한화 역시 류현진에게 섭섭치 않은 대우를 해줬다.

이번 메이저리그 진출 과정에서도 그랬다. 한화는 발빠른 대응으로 류현진에게 길을 열어줬고 류현진은 그에 보답해 한화에 거액의 이적료를 안겼다. 해외진출을 통해 선수와 구단이 '윈-윈'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류현진과 한화의 아름다운 작별이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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