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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점은 이것]⑥롯데…제역할 못한 테이블 세터진


[류한준기자] 테이블 세터(table setter). 사전에 오른 정식단어는 아니지만 미국야구에서 먼저 쓰이며 널리 알려진 용어다. 각 팀의 1, 2번 타자를 일컫는 말로, 이들이 출루를 해 주자를 늘리고 득점을 이끌어내는 것을 식사 과정과 비유해서 나온 말이다.

그래서 1, 2번 타자의 타율과 출루율이 높고 도루가 많을수록 팀 공격은 쉽게 풀어갈 수 있다.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2011시즌 전준우와 김주찬이 테이블 세터 역할을 맡아 위용을 뽐냈다. 특히 전준우는 133경기에 모두 나와 타율 3할1리 출루율 3할6푼6리 23도루 64타점 97득점을 기록하면서 맹활약했다. 또 2008시즌까지 팀의 1번타자 자리를 주로 맡았던 김주찬도 86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타율 3할1푼2리 출루율 3할7푼3리 25도루 40타점 58득점으로 쏠쏠한 활약을 했다. 롯데는 이대호, 홍성흔, 강민호 등 중심 타선의 위력과 함께 전준우와 김주찬의 알토란같은 활약에 힘입어 그 해 정규시즌 2위에 올랐다.

▲예상외의 부진, 전준우

양승호 전 롯데 감독은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전준우가 키 플레이어"라고 확실하게 말했다. 롯데는 이대호가 일본 프로야구로 진출해 오릭스 유니폼으로 갈아입었기 때문에 타선의 무게감이 떨어졌다.

따라서 양 전 감독은 김주찬을 다시 1번에 놓고 장타력이 있는 전준우를 중심타선에 배치하는 계획을 짰다. 하지만 이는 시작부터 삐걱댔다. 바로 전준우의 예상치 못한 부진 때문이다.

전준우는 올 시즌 122경기에 나와 규정타석을 채우긴 했다. 그러나 타율 2할5푼3리 출루율 3할2푼7리로 전년도와 견줘 성적이 좋지 못했다. 도루는 21개로 큰 차이가 없었지만 득점이 63개로 크게 줄어들었다.

김주찬도 타율과 출루율 모두 하강 곡선을 그렸다. 2할9푼4리의 타율과 3할4푼6리의 출루율은 실망스러운 성적은 결코 아니었지만 팀이 거는 기대에 비해서는 조금 모자랐다.

전준우가 흔들리면서 롯데의 1, 2번 타순은 고정되지 않았다. 양 전 감독은 2011시즌과 견줘 타선을 변경하는 일이 잦았다. 팀 내에서 타격감이 가장 좋다고 꼽힌 손아섭이 1번 또는 2번에 배치되는 일도 있었고 베테랑 조성환이 테이블 세터 역할을 맡기도 했다. 전준우는 상위타선이 아닌 하위타선으로 내려가는 경우도 있었다.

전준우는 "시즌을 앞두고 주변에서 나와 (김)주찬이 형의 역할이 크다고 했다"면서 "특히 내가 잘해야 팀 성적이 나온다고 강조했다"고 자신에게 쏠린 기대감을 표현했다. 그러나 전준우는 스스로가 생각해도 결코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는 한 시즌을 보냈다.

전준우는 "특히 두산 베어스와 준플레이오프를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당시 경기 도중 교체가 됐다. 시리즈 내내 타격감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준우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지만 내가 감독이라도 나를 뺐을 것"이라고 했다. 그 정도로 전준우는 컨디션이 엉망이었고 시즌 내내 풀죽은 방망이가 발목을 잡았다.

▲테이블 세터 고민, 내년 시즌에도?

올 시즌 롯데는 1, 2번타자 고민이 있었다. 그런데 내년 시즌에도 비슷한 걱정을 할 가능성이 높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김주찬과 홍성흔이 각각 KIA 타이거즈와 두산 유니폼을 입으며 떠나갔기 때문에 타선이 또 크게 흔들린 탓이다.

이대호가 빠진 빈 자리를 어느 정도 메웠던 홍성흔이 나가 중심 타선엔 또 구멍이 났다. 그리고 김주찬이 빠지게 돼 당장 1, 2번 타순 구성이 골치 아프게 됐다.

양승호 감독에 이어 롯데 지휘봉을 잡은 김시진 감독은 마운드뿐 아니라 타선 구성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김 감독은 양 감독이 그랬던 것처럼 일단 전준우를 중심타선으로 돌릴 생각이다. 박흥식 타격코치도 이 점을 시사했다.

문제는 타순 이동을 할 전준우와 KIA로 간 김주찬을 대신할 테이블 세터다. 올해 최다안타왕 손아섭이 일순위 후보로 꼽히지만 그는 1, 2번 자리보다는 중심타선의 시작인 3번이 더 어울린다.

김 감독은 "스프링캠프를 치르면서 정하겠다"고 했다. 아직 여유는 있다. 그러나 시간이 다 해결해줄 수 있는 건 아니다. 일단 1번타자 후보로는 올 시즌 타울 2할7푼2리 출루율 3할4푼6리 26도루를 기록한 황재균이 꼽힌다.

1군과 기량 차가 있고 경기 집중력 등이 못미치기는 하지만 퓨처스리그(2군)에서 타율 2할9푼6리 출루율 3할7푼3리 21도루를 기록한 김대우는 일단 1군에 자리를 잡게 되면 중심타선에 배치될 가능성이 높다. 그보다는 타율 3할3푼1리 출루율 4할6푼3리 14도루를 기록한 김문호가 테이블세터로 중용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김문호는 올 시즌 1군에서 뛴 56경기에서 타율 2할3리 1도루에 그쳐 1군의 벽을 쉽게 넘어서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황재균이 1번타자를 맡는다 하더라도 여전히 2번으로 누구를 기용할 지가 문제다. 롯데의 테이블 세터 고민은 내년 시즌 내내 계속될 수도 있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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