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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 "배우로서 성장통 후 연기가 절실해졌다"(인터뷰①)


[이미영기자] 이준기는 군 제대 후 일상의 여유를 느끼기도 전에 카메라 앞에 섰다. 푹푹 쪘던 여름날부터 제법 쌀쌀해진 가을까지, 5개월 간 치열하게 촬영했다. 군대에서 느꼈던 연기의 절실함, 숨길 수 없는 '광대의 끼'를 현장에서 마음껏 분출했다.

최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아랑사또전'으로 성공적인 안방극장 복귀를 알리고, 강렬한 존재감을 알린 배우 이준기를 30일 오전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숨가빴던 촬영을 끝내고 오랜만에 '먹고 자고 먹고 자고' 느긋하게 지냈다는 이준기는 "살이 2-3kg 쪘다"고 여유로운 웃음을 지었다. 동시에 작품이 끝난 뒤의 공허함도 감추지 않았다.

"매 작품 그렇지만 바글바글한 현장에서 치열하게 지내다 모든 것이 끝나면 공허한 마음이 들죠. 동고동락하면서 매일 밤새고, 쏟아지는 반응들에 곤두서 있으면서도 현장에서는 중심 잃지 않으려고 않고. 긴장을 하는 시기가 지나면 공허한 마음이 들어요."

이준기가 군 제대 후 고민 끝에 고른 '아랑사또전'은 판타지 로맨스 장르. 초반 두 사람의 로맨스를 코믹한 설정으로 풀어냈고, 중반에 접어들면서는 미스터리에 집중했다. 이에 신선하고 새롭다는 평가부터 너무 난해하다는 평가까지 호불호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이준기 역시 시청자들의 반응을 잘 알고 있었다.

"저는 반응을 현장에서 바로 바로 체크하는 편이에요. 이제는 좀 더 영역을 넓혀서 드라마 갤러리, 팬카페, 시청자게시판 등을 일일이 분석했죠. 진중한 모습을 보이려고 '인증'과 SNS는 최대한 자제했지만요(웃음). 반응이 안타까울 때도 있었고 수긍이 될 때도 있었죠. 첫 촬영부터 캐릭터에 따라가려고 집중했어요. 이후의 흐름은 배우가 관여하거나 영향을 미칠 수 없는 부분이죠.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오히려 추스리고 배우로서 채우려고 했어요. 대사톤이라든지 캐릭터에 힘을 실어서 보여주려고 했죠."

이준기는 드라마 제작발표회 당시 "로맨스 때문에 이 작품을 선택했다"고 말한 바 있다. 중반 들어 로맨스의 비중이 줄어든 것은 '이준기의 멜로'를 보고 싶었던 팬들이나 이준기 본인에게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로맨스는 저나 신민아 씨나 아쉬워할 것 같아요. 시놉에서는 판타지적인 로맨스에 치중했는데 사건들에 비중을 두다보니 아쉽게 포기해야 하는 부분도 있었어요. 극을 믿고 따라가야 하지만 저도 이제 30대고 신민아도 20대 후반이라, 찬란한 시기에 예쁜 로맨스 하나 보여드렸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하죠. 격정 로맨스나 육덕진 로맨스가 아니라 순수하면서도 판타지적인 로맨스라 예쁘게 그려질 걸로 기대했거든요(웃음)."

드라마에 대한 평가, 시청률과는 별개로 이준기의 연기력에 대해서만큼은 호평이 쏟아졌다. 그동안 사극에서 발군의 연기력을 보여왔던 이준기는 자칫 허무맹랑한 요괴전이 될 수 있었던 드라마에 무게감을 얹었다. 액션부터 감정연기, 신민아와의 멜로까지 그야말로 '종합세트'를 보여줬다. 이준기는 "부끄러우면서도 자신감을 찾았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는 연기에 대한 평가는 짜게 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물 만난 고기 마냥 현장에 돌아오게 돼 즐기기 바빴던 것 같아요. 군대를 다녀와서 많이 걱정했는데 후한 평가를 해줘서 부끄럽기도 하고 자신감도 찾았어요. 다음 작품에서는 더 많이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이준기는 스물아홉, 최고 전성기를 누릴 때 군대를 다녀왔다. 군대는 연기 인생의 새로운 반환점이었다. 연기의 절실함을 느꼈고, 자신을 단단하게 다지는 계기도 됐다.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편인데 내무반에 있으면서 외로울 틈이 없었어요. 저 자신을 다지고 내면적으로 성숙해진 것을 느껴요. 사실 군대 가기 전에는 (연기 생활에) 군 생활이 마이너스가 되는 것이 아닐까 불안한 부분도 있었는데 플러스가 된 것 같아요. 단단해졌고 유연해졌고, 많은 것을 내려놓을 수 있었어요. 내적으로 힘들었지만 폭이 넓어지고 깊어진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또 가치에 대한 소중함, 사람에 대한 소중함, 대중들의 사랑에 대한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꼈죠."

연기에 대한 절실함과 절박함도 느꼈다. "배우 이준기를 떠나서 다시 돌아올 때 어색했다"며 "내무반에서 드라마를 보면 끓어올랐다. 빨리 작품을 만나고 싶었다. 광대의 어쩔 수 없는 끼를 계속 억누르고 살았다"고 웃었다.

이준기는 인터뷰 내내 여유로웠다. 작품의 흥행에 대한 조급함도 내려놓았다. 톱스타로서의 성장통도 겪었고, 거만했던 시절의 어리석음에 대해서도 고백했다. 이준기에 대해 오해하는 사람들에게도 열마디 말보다 진정성 있는 연기로 다가가고 싶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장문의 일기를 써서 오해를 풀 수도 없고. 배우로서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신뢰를 주면 될 것 같아요. 한 때는 제가 중심을 잃은 적이 있어서 제 자신을 다잡는 것이 스트레스였어요. 한창 떴을 때 제가 최고인줄 알았던 때도 있었죠. 배우 이준기로서의 최고 전성기를 보냈지만 인간 이준기에 대한 평가는 추락하는 시기였어요. 순식간에 뭔가를 얻게 되면 자제를 잃고 판단력도 상실하잖아요. 그런 것을 빨리 캐치해서 단시간에 잡을 수 있었던 것이 개인적으로 복이었던 것 같고 다행이었죠."

"부지런히 연기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는 이준기는 내년 상반기 복귀를 목표로 차기작을 검토하고 있다.

"군대에 있으니 그냥 흘려버리는 시간이 아까웠어요. 심사숙고해서 작품을 고르고, 일 년에 한 작품을 하는 것도 부지런하다고 생각했는데 배부른 소리였죠. 스타트를 끊고 달아올랐을 때 다음 작품을 하고 싶습니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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