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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놀이'는 없다! 김기태 감독의 '크게 될' 야구 철학


[정명의기자] "크게 될 수 있는 야구를 하고 싶다."

LG 트윈스 김기태(43) 감독의 야구 철학이 경기를 통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소위 '좌우놀이'로 불리는, 틀에 박힌 선수 기용법에서 탈피한 것이다.

최근 LG 야구를 살펴보면 상대 좌타자를 상대로는 좌완 투수를 등판시키고, 좌완 투수를 상대로는 우타자를 대타로 내는 등의 작전을 쉽게 찾아볼 수 없다. 그 반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 이는 정석을 뛰어넘어야만 더욱 큰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김 감독의 야구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좌타자에게 좌투수를 내는 것은 야구계에서 일종의 정석이다. 모든 경우가 그렇지는 않지만 확률적으로 좌타자는 좌투수에, 우타자는 우투수에 약하다. 이런 선수 기용에 대해 김 감독은 "무난하다"고 표현한다. 정석대로 갈 경우 실패해도 큰 비난은 면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예상을 깬 선수 기용으로 실패를 할 경우 감독에게는 엄청난 비난이 쏟아진다. 실제로 지도자들은 그런 비난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틀에 박힌 선수 기용을 고집하는 경우도 있다.

김 감독은 "올 시즌에는 우리팀 좌투수들이 상대 오른손 타자들을 상대하는 장면을 많이 보게 될 것"이라며 "정석에 따른 선수 기용이 무난하지만 크게 될 수는 없다. 크게 될 수 있는 야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여기서 크게 된다는 뜻은 편견을 극복해 한 단계 성장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본적으로 김 감독도 좌우에 따른 상성이 존재한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그런 상성을 넘어서야 한다고 믿는다. 그것이 바로 '크게 된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크게 되기 위해서는 선수와 감독이 함께 이겨내야 할 것들이 있다. 불안과 고통, 두려움이다.

김 감독은 "불안과 고통, 두려움을 이겨내야 영광을 얻을 자격도 주어진다고 생각한다"며 "파격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실패할 확률을 두려워하지 않겠다는 것 정도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실패할 것과 비난당할 것을 두려워한다면 선수는 물론 팀도 발전할 수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18일 한화전에서는 정석에 따른 선수 기용으로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0-1로 뒤지던 6회말 바뀐 투수 사이드암 김기표가 선두타자 김태균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하자 좌완 이상열을 구원등판 시켰다. 다음 타자가 좌타자 고동진이었기 때문이다.

이상열은 고동진에게 보내기번트를 내준 뒤 우타자 최진행을 2루수 땅볼로 처리해 2사 3루를 만들었다. 한화 벤치에서는 우타자 이양기를 대타로 냈고, LG도 사이드암 우규민을 등판시켜 맞불을 놨다. 한화가 다시 좌타자 연경흠을 대타로 내자 이번에는 고의사구로 연경흠을 거른 뒤 신경현을 상대,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이상열이 우타자 최진행과 승부한 것을 제외하고는 좌투수는 좌타자를 상대, 우투수는 우타자를 상대한다는 공식에 충실했다. 이렇듯 상황에 따라서는 정석대로 움직이기도 하겠다는 것이 김 감독의 생각이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올 시즌 LG는 '좌우놀이'에서 탈피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우완 사이드암 우규민이 '국민 좌타자' 이승엽(삼성)을 상대하다 안타를 맞기도 했고, 좌완 불펜투수인 이상열과 류택현은 꽤 많은 우타자들을 상대해오고 있다.

타선도 마찬가지다. 상대팀은 좌타자가 많은 LG의 타선을 상대로 꾸준히 좌완 선발을 등판시키고 있지만 LG 좌타자들은 그 때마다 좋은 타격을 펼쳤다. 김 감독은 "우리팀 좌타자들이 좌투수들에게 절대 약하지 않다"며 선수들에게 믿음을 보여주고 있다.

'무난한 야구'에서 탈피, '크게 될 야구'를 추구하고 있는 김기태 감독. 시즌 초반 LG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김 감독의 야구 철학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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