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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품달' 김민서 "보경 때문에 치열했고 아팠다"(인터뷰)


[이미영기자] '해를 품은 달'의 중전 보경은 마지막까지 웃을 수 없었다.

평생 다른 여인에 마음을 준 훤(김수현 분) 때문에 가슴 아파했고, 많이 울었다. 마음을 졸여야 했으며, 분노했다. 삐뚤어진 사랑 방식이 잘못이라면 잘못이었을 뿐, 누구보다 외로웠던 여인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끝내 자결로 한 많은 인생을 마감했다.

'해를 품은 달'이 연우(한가인 분)와 훤에게는 해피엔딩의 결말이었지만 보경에게는 새드엔딩이었다.

보경을 연기한 김민서에게는 유독 가슴 아팠던 장면들이 많았지만 마지막 장면은 특히 더 그랬다.

"많이 슬프거나 깊은 아픔을 느끼면 그것으로부터 무뎌지잖아요. 보경은 이미 극한의 공포와 슬픔과 상처를 모두 초월하고, 모든 것을 놔버린 상태였던 것 같아요. 인생의 절반은 아버지를 만족시키고, 또 절반은 훤에게 사랑을 받기 위해서 살아온 아이인데 설상가상 두 남자 모두에게 버림을 받은, 최악의 상황을 감당할 수 없었던 것 같아요. 그 마음으로 자살을 한 것 같아요."

김민서는 "대본에는 없었지만, 마지막 죽는 순간에 아버지와 훤이 나를 웃는 모습으로 바라봐준다는 생각으로 촬영했다"며 스스로 보경을 위로했다.

보경의 비극적 최후. 극의 결말에 만족하냐는 질문에 "마음에 안 든다. 보경도 사랑도 떠나보내는데 훤도 연우를 떠나거나 혹은 제3의 인물이 나타나서 저를 사랑해줬으면 하는 것이 제 욕심"이라고 하면서도 "그것은 너무 불가능한 이야기다"라며 웃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보경은 악녀였다. 연우의 죽음을 방관했으며, 제 자리가 아닌 자리를 탐냈고, 극악무도한 짓을 꾸몄다. 그러나 김민서는 보경을 '악녀'가 아닌 흔한 여자, 일명 '흔녀'라고 표현했다.

"사랑을 하면 질투도 하고, 사랑을 받기 위해서 착한 척도 하고 이쁜 척도 하고, 삐져있기도 하고 성질도 냈죠. 보경이가 진짜 악녀고 영악하면 소리 지르고 화내지 못했을 거예요. 영악한 계산을 할 수 있는 수가 높은 여자는 아니예요. 조금 잘해준다고 설레기도 하고, 일반적이고 단순한 여자이지 않나요? 다만 아버지와 얽힌 성장환경 때문에 조금 삐뚤어지고, 콤플렉스가 있는 아이죠. 전 어떻게 보면 보경이 피해자라고도 생각하고 억울하다고도 생각해요."

김민서는 "시청자의 눈에서 보경을 보면, 저는 보경을 연기할 수 없다. 그래서 더 보경의 눈에서 바라보게 된 것 같다"고 '해품달'을 찍으면서 보경에 완벽 빙의된 모습을 보여줬다.

김민서에게 보경은 애처롭고 애잔했다.사랑을 받고자 노력했지만 결국 사랑을 품을 수 없었던 슬픈 인물이다. 그래서 김민서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훤이 보경을 안아주는 신을 꼽았다.

"극중 훤이 저를 진심으로 안아주는 신이 기억에 남아요. 그것이 동정이나 연민일지언정 서로의 진심이 통했던 유일한 신이었어요. 실제 연기를 하면서도 위로 받았던 신이었고, 서러움이 폭발했던 신이기도 했죠. 애정신이 많았으면 좋았겠지만 그랬으면 보경이가 해이해졌을 거예요(웃음). 아마 귀신 소리가 들려도 '전하가 있을 거다'라며 극한의 공포나 외로움을 못 느꼈을 지도 몰라요."

보경은 슬픔을 속으로 억눌렀던 연우와 달리 감정폭이 매우 컸던 인물. 유독 오열하고 폭발하는 신이 많았다. 이에 감정 소모도 컸을 터.

김민서는 "감정적으로 힘이 들기도 하지만 연기하다보면 체력적으로 힘들다. 한 번 찍고 나면 숨이 헉헉거릴 정도로 체력이 소진되고 온 몸에 땀이 났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김민서는 "이번 드라마는 마음 아픈 장면들이 많았다. 저 뿐만 아니라 다들 감정신이 많아 우리끼리 오열 릴레이라고 할 만큼 많은 이들이 아파했다"고 말했다.

"특히 마지막에는 정말 치열하고 아팠어요. 대왕대비 마마가 돌아가시면서 손주의 환영을 볼 때, 설이 눈을 감을 때 눈이 내리는 장면이 슬펐어요. 저 뿐만 아니라 절정의 순간들이 최고치에 달했던 것 같아요."

드라마가 후반으로 치닫을수록 캐릭터에 완벽 빙의된 배우들에 찬사가 쏟아졌다. 그러나 초반에는 아역들의 명품연기 때문에 다소 혹평도 들렸다. 아역 연기를 이어받아야 하는 부담감은 없었을까.

"아역들의 연기는 정말 최고였죠. 그래도 아역을 이어받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솔직히 크지 않았어요. 편집실에 가서 아역 보경이의 연기도 보고 대본도 미리 봤지만 제가 내린 결론은 이런 성격의 아이가 어떻게 변화되어 왔을까 하는 거였어요. 아역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8년의 시간이 훨씬 중요한 과거라고 생각했고, 그 안에서 훤과의 역사도 많이 있었을 거예요. 저는 제 나름대로의 보경을 탄생시키는 것이 중요했죠."

김민서는 인터뷰 내내 "마지막이라는 것이 실감이 안 난다" "아쉽다"라는 말을 많이 했다. "마지막회를 본다면 진짜 울 것 같다. 이 드라마를 가슴에 품고 살게 될 것 같다"며 드라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인터뷰는 드라마 마지막회가 방영된 15일 오전에 진행됐다)

'해를 품은 달'로 확실하게 존재감을 알린 김민서지만 앞서 '성균관 스캔들'과 '동안미녀'를 통해 꾸준한 연기 성장력을 보여왔다. 김민서 역시 하루아침에 '반짝 스타'가 되는 것보다 서서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차분히, 정도의 길로 잘 온 것 같아요. 작은 역부터 시작해서 역할도 조금씩 커졌고 연기적으로도 조금씩 성장한 느낌도 있고. 시청률도 조금씩 높아졌고요. 앞으로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그간 짝사랑만 하는 캐릭터를 연기해왔던 김민서는 "이제는 사랑받는 역할도 해보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사진 박영태기자 ds3fa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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