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자진사퇴 왜? "지저분하게 놀고 싶지 않았다"

[한상숙기자] 재계약 문제를 두고 구단과 잡음을 빚어왔던 김성근 SK 감독이 결국 자진사퇴를 택했다. 현역 감독이 시즌 도중 자진해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김 감독은 17일 문학 삼성전을 앞두고 "올 시즌을 끝으로 그만두겠다"며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올 시즌 개막 3일을 앞두고도 사퇴를 고민했다"고 말한 김 감독은 "그 동안 고민이 많았다. 모든 상황을 깊이 생각해봤고, 지금이 적절한 시기라는 결정을 내렸다"고 사퇴 의사를 분명히 했다.

사퇴 이유에 대해서는 끝까지 함구했다. 단 구단과의 마찰이 있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인정하는 모습이었다.

김 감독은 "구단과의 마찰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구단의 입장도, 내 입장도 있었다. 이런 일로 지저분하게 놀고 싶지 않았다"며 "스스로 매듭을 짓고 싶었다. 지지부진하게 끌고 간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내가 먼저 이야기하면 구단도 움직이기 좋잖아"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민경삼 구단 단장에게는 약 1시간 전 전화로 사퇴 의사를 통보했다. "만약 구단에서 만류한다면 잔류할 확률도 있는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럴 일은 절대 없다. 나는 고집이 세다. 안 한다면 안 한다"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5년 동안 3번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1번의 준우승을 이끌어오면서 느낀 부담감도 적지 않았다. 김 감독은 "올 시즌 우리 전력이 많이 부족했다. 그래도 어쨌든 만들어 보려고 노력했었다. 그 동안 SK에 관한 모든 일을 내가 다 책임져야 하는 시스템이었다"며 "5년 동안 모든 것을 다 짊어졌다. 그런게 힘들었다. FA도 잡아주지 않았다. 그래도 이 정도 성적을 내준 선수들에 고맙다"면서 구단 운영과 관련된 고민도 내비쳤다.

재계약을 둘러싸고 수많은 잡음이 이어졌고, 결국 김 감독은 스스로 유니폼을 벗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현재 심정을 묻는 질문에 "평범하다"고 답했지만 김 감독의 표정은 복잡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구단과의 마찰로 인한 그간의 고민이 표정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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