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안정환과 2010년 김은중은 닮았다

1983년 K리그가 시작된 후 2009년까지 K리그 MVP에는 공식이 있었다.

그 해 우승팀에서 MVP가 배출된다는 공식이다. 1983년 할렐루야의 박성화를 시작으로 2009년 전북의 이동국까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지도 모르겠다. 한 팀이 정상으로 올라간다는 것은 최고의 선수의 활약이 동반돼야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승팀에서 항상 최고의 선수가 등장했다.

하지만 K리그 MVP 공식에 단 한 번의 예외가 있었다. 지금까지 총 27번의 시즌이 치러지고 27명의 MVP가 탄생했다. 그 중 26번이 우승팀에서 MVP가 탄생했고, 오직 한 번 준우승팀에서 MVP가 배출된 적이 있었다. 바로 1999년 안정환(34, 다롄 스더, 당시 부산 대우)이었다.

1999년 우승팀은 수원 삼성이었다. 하지만 MVP는 부산 대우의 '테리우스' 안정환이 거머쥐었다. K리그의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과연 무엇이 안정환을 MVP로 만들었을까.

안정환은 부산을 준우승으로 이끌었던 중심이었다. 그리고 개인기록에서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안정환은 1999시즌 총 14골로 득점 2위에 올랐다. 18골을 기록한 수원의 샤샤 다음이었다. 안정환은 도움도 7개나 올려 전북의 변재섭(8개)에 이은 도움순위 공동 2위에 랭크됐다. 안정환의 시즌 총 공격 포인트는 21개로 K리그 전체 1위를 차지했다.

비록 팀이 우승을 하지는 못했지만 1999년 안정환이 선보인 인상적인 플레이는 MVP를 거머쥐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화려한 테크닉과 팬들을 매료시키는 섬세한 움직임으로 안정환은 1999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었다. 팀을 준우승까지 올려놓은 점, 그리고 개인기록에서도 정상을 달린 점이 안정환을 MVP로 이끌었다.

2010년. 1999년 안정환과 비슷한 행보를 보인 선수가 있다. 아쉽게 우승은 하지 못했지만 팀을 준우승까지 이끌었고, 개인기록에서도 뒤지지 않는 최고의 모습을 보인 선수가 있다. 바로 김은중(31, 제주 유나이티드)이다.

2010년 우승팀은 FC서울이다. 제주는 우승을 놓치기는 했지만 2010시즌 김은중은 '제2의 전성기'라 불릴 만큼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김은중은 지난 시즌 리그 14위였던 제주를 정규리그 2위까지 올려놓았다. 또 플레이오프에서 전북을 꺾고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는 데도 큰 힘을 보탰다. 챔피언결정전에서 서울에 패배해 준우승에 머물기는 했지만 값진 준우승이었다.

김은중은 개인기록에도 부족함이 없다.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총 13골을 기록하며 득점 공동 4위에 올랐다. 또 도움은 10개나 기록했다. 팀 동료 구자철(12개)에 이은 2위다. 총 공격 포인트가 23점으로 전북의 에닝요와 함께 공동 1위다. 김은중은 올 시즌 K리그에서 가장 많은 공격 포인트를 올린 선수다.

팀의 준우승. 득점 및 도움에서의 좋은 성적. 그리고 시즌 최다 공격 포인트의 주인공. 2010년 김은중은 1999년 안정환과 너무나 닮았다. 그만큼 '우승팀에서 MVP 배출'이라는 공식에 또 한 번의 예외가 등장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김은중은 서울의 '우승 공신' 아디와 '득점왕' 인천의 유병수, 그리고 전북의 '에이스' 에닝요와 MVP 경쟁을 하고 있다. 세 선수 모두 MVP를 거머쥐기에 손색이 없는 선수들이다. 그만큼 올 시즌 MVP경쟁은 뜨겁다.

이런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과연 김은중이 안정환에 이어 K리그 두 번째로 비우승팀에서 MVP를 거머쥘 수 있을까. 그 결과는 오는 20일 열리는 '2010 쏘나타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알 수 있다.

최용재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아디 역전골' FC서울, 제주 2-1로 꺾고 K리그 챔프 '등극'

• '만년 최하위' 제주, 과감한 투자로 환골탈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