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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진출 실패한 '디펜딩 챔피언' KIA, 몰락의 순간들


사상 9번째로 전년도 우승팀 포스트시즌 탈락 불명예

지난 시즌 SK와 한국시리즈 7차전까지 가는 명승부 끝에 'V10'을 일궈내며 12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린 KIA 타이거즈. '디펜딩 챔피언' KIA가 올 시즌은 4위까지 주어지는 포스트시즌 진출 티켓 획득에도 실패하며 씁쓸하게 내년 시즌을 기약하게 됐다.

14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SK전에서 롯데가 3-1로 승리를 거두면서 롯데의 4위가 확정됐다. 이로써 KIA의 마지막 4강 희망마저 모두 사라졌으며 이제 LG와 5, 6위를 다퉈야 하는 처량한 신세가 되고 말았다.

1989년 4위까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제도가 생긴 이래 전년도 한국시리즈 우승팀이 이듬해 포스트시즌에서 탈락하는 경우는 지금까지 총 8번 있었다(*표 참조). KIA는 9번째 불명예 사례의 주인공이 됐다.

올 시즌 개막 전 KIA는 전년도 우승팀 프리미엄을 안고 4강 후보로 거론되긴 했으나 사실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지난해에 비해 마땅한 전력 보강 요소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겨울 FA시장이 열렸을 때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고, 다른 팀들이 넥센으로부터 알짜배기 전력을 수급(?) 받을 때도 KIA는 팔짱을 끼고 있었다. 물론 넥센의 '선수 세일'에 관련되지 않은 것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지만 다른 팀들이 전력 보강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 KIA는 상대적으로 조용히 있었다는 얘기다.

오히려 지난해 13승을 올리며 선발 마운드의 한 축을 맡았던 용병투수 구톰슨을 떠나보내며 전력에 누수가 있었다. 지난 겨울 KIA의 행보 가운데 눈에 띄었던 것은 포수 김상훈과 FA계약을 체결한 것 정도였다.

▲우려가 현실로! 그래도 5월~6월에는 반짝 했는데...

이런 우려는 시즌이 개막되고 현실로 나타났다. 4월까지 11승15패로 5위에 머무르며 디펜딩 챔피언으로서의 위용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무릎 부상으로 부진을 보인 2009 홈런왕 및 타점왕 김상현의 공백이 컸다. 김상현은 1할대의 타율을 기록하다 4월25일 결국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KIA는 5월~6월 선전하며 우승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잠시 보여줬다. 6월8일 3위까지 올라선 이후 한동안 순위 변동이 있었으나 6월 22일까지는 3위를 유지했다. 6월10일 1군에 복귀한 '김상현 효과'와 더불어 서서히 전력이 올라오는 모양새를 보였다.

▲첫 번째 쇼크, '아~ 16연패'

6월18일 문학에서 열린 KIA와 SK와의 경기.

KIA의 선발투수 윤석민은 팀이 3-2로 앞선 9회말 2사 1,2루에서 마운드를 내려온다. 그런데 구원 투수들이 역전을 허용하며 3-4로 팀이 패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KIA가 4연승 상승세를 마감하고 5연승에 실패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팀의 연승이 끊어진 것은 이후 벌어질 끔찍한 결과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윤석민이 분을 이기지 못하고 오른손으로 락커 문을 내리쳐 손가락이 부러지는 부상을 입은 것. 에이스의 부상과 어수선해진 팀 분위기로 이후 KIA는 팀 창단 최악의 '16연패' 늪에 빠지게 된다.

16연패를 시작하기 전날까지 4위에 1경기 차 앞선 3위였던 KIA의 순위는, 16연패 후 4위에 5경기 차 뒤진 6위까지 내려가 있었다.

▲두 번째 쇼크, '삼성전 3연패'

16연패 후 한화를 제물로 2연승을 달린 KIA는 다시 5연패를 당하며 그대로 시즌을 접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후 21경기에서 14승7패의 높은 승률을 기록하며 4위 롯데를 2경기 차까지 추격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4위 경쟁을 벌이던 롯데도 분발하며 선두 SK를 상대로 3연승을 거둬 KIA와 롯데와의 경기차가 3게임으로 벌어진 직후, 8월20일부터 KIA는 삼성과, 롯데는 두산과 주말 3연전을 갖는다.

사실상 승부는 여기서 갈렸다. KIA가 삼성에 3연패를 당하는 사이 롯데는 SK전서 스윕한 기세를 몰아 두산전마저 쓸어 담으며 6연승을 내달린 것. 순식간에 양팀의 경기 차는 6게임으로 벌어져버렸고, KIA는 추격 의지를 잃었다. KIA의 3연패도 문제였지만, SK와 두산을 상대로 6연승을 기록한 롯데의 기세가 더 무서웠다.

▲주전들의 줄부상, 작년만 못한 계투진

전력을 끌어올리는 것도 어렵지만 갖춰진 전력을 유지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KIA는 지난해 우승 후 뚜렷한 전력 보강이 이뤄지지도 않았지만 있는 전력을 유지하지도 못했다.

일단 타선에서는 김상현의 초·중반 공백이 컸다. 김상현의 이탈로 그 동안 시너지 효과를 내던 최희섭마저 덩달아 부진에 빠졌다. 김상현을 비롯해 나지완, 이대진, 이종범 등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도 팀 전력을 약화시켰다.

불펜도 우승 당시의 전력이 아니었다. 선수들은 그대로였지만 기량이 작년만 못했다. 2009년 평균자책점 2.97을 기록하며 셋업맨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던 손영민은 올 시즌 평균자책점이 4.66으로 치솟았으며 5개의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2009년 평균자책점 0.53에 단 하나의 블론세이브도 없었던 철벽 불펜 유동훈 역시 올 시즌 2.80으로 높아진 평균자책점에 6개의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며 자주 불을 질렀다. 곽정철도 3개의 블론세이브를 보탰다.

KIA가 2009년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최희섭-김상현의 'C-K포'와 유동훈이 중심이 된 철벽 뒷문이었다. 가장 큰 무기를 잃은 KIA는 대체할 다른 무기를 찾지 못했고 예기치 못한 악재들까지 겹쳤다. 그리고 이는 '포스트시즌 탈락'이라는 쓰라린 결과로 돌아왔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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