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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기담', 무섭지만 아름다운 꿈


"'기담'은 공포 자체를 위해 만들어진 영화가 아니다. 지독한 사랑을 그리는 과정에서 공포가 필요했을 뿐이다."

영화에 출연하는 김보경은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말을 했다. '기담'을 표현한 가장 정확한 말일 것 같다.

'기담'은 1942년 안생병원이라는 배경과 사랑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세 가지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병원 원장 딸과 정략결혼을 앞두고 있는 의대 실습생 정남은 어느 날, 병원으로 들어온 여고생 시체에 마음을 뺏긴다.

불의의 사고로 다리를 저는 정신과 전무의 수인은 일가족이 몰살한 고통사고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사코가 충격으로 실어증과 악몽에 시달리자 그녀를 도와주려 애쓴다. 뇌수술 전문가 김동원은 사랑하는 아내가 그림자가 없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한다.

'기담'은 근래에 본 한국 공포 영화 중 가장 독특한 미쟝센과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다. 1940년대라는 배경은 한국적인 것과 일본적인 것, 전통적인 것과 신문물이 공존하는 시기였다. 감독들은(정식, 정범식 공동연출) 여러가지 문화가 한데 뒤섞인 이 시대의 분위기를 잘 이용해 인상적인 장면들을 만들어 낸다.

이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인 정남의 영혼결혼식은 일본 냄새가 강하게 풍기지만 194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과 너무 잘 어울리고, 신식 병원에 누워 있는 상투를 튼 환자 역시 어딘가 어색한 듯하지만 1940년대라는 배경에 가장 적합한 설정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시대적 분위기와 비정상적으로 아름다운 몇몇 장면들은 영화를 보고 난 뒤 무섭지만 아름다운 꿈을 꾼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사랑을 주제로 3가지 이야기를 나란히 배치한 이야기 구조 역시 이제껏 보아왔던 공포물에서 벗어나려는 새로운 시도로 보여 반갑다. 하지만 아름다운 화면에 비해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은 그리 인상적이지 못하다.

3가지로 나눠져 있는 이야기는 유기적으로 얽혀 있지도, 그렇다고 아예 독립된 이야기로 떨어져 있지도 않은 채 안생병원이라는 울타리 속에 '그냥' 놓여있다.

각각의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방식도 뭔가 이야기를 다하지 못한 채 서둘러 끝내고 있다는 인상이다. 특히 세번째 이야기에서 그런 느낌은 강하게 든다.

공연분야에서 일했던 경험 때문인지 감독들은 음악과 음향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히치콕의 스릴러에 등장했던 낯익은 효과음도 분위기가 고조될 때마다 들려오고, 노을이 비쳐들어오는 병원 실내에는 클래식 선율도 흐른다. 화면과 어울리는 음향과 음악은 영화를 충분히 꾸며주고 있다.

물론 공포물이라 무서운 장면들도 있다. 갑자기 나타나서 관객을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장면들이 다른 공포물에 비해 적은 것이 사실이지만, 그 섭섭함을 달랠만한 아름다움이 이 영화에는 넘친다.

'기담'은 사다코와 가야코 망령에 휩싸인 공포물들 사이에서 가장 독특한 공포물임이 틀림없다.

조이뉴스24 이지영기자 jyl@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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