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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시티' 이진욱, '자연미남'이 살아가는 법


영화를 취재할 때였다. 30년 동안 연기만 했던 한 중견배우가 한숨을 쉬었다. "도대체 시대극에 어울리는 얼굴이 없어."

무슨 이야기냐고 물었다. "요즘 배우들이 치열이나 콧대가 너무 곧아 옛날에 그런 얼굴이 어디 있었겠어?" 이왕 말이 나온 김에 그 배우는 요즘 젊은 연기자들에 대한 푸념을 몇 가지 더 했다.

"지금이야 카메라 잘 받는다고 좋아하겠지만 나중에 연기 폭이 작아 질 텐데 말이야. 배우는 CF 모델이 아니잖아."

그 배우가 한탄하던 요점은 이런 거였다. 요즘 젊은 연기자들의 얼굴이 의료기술의 눈부신 발전 덕에 다들 똑같이 예뻐지고 잘생겨졌다는 것. 문제는 그런 모습이 되레 연기자의 생명력을 짧게 하고 영화나 드라마의 리얼리티를 떨어트린다는 것이었다. 그 배우는 로버트 드니로나 더스틴 호프만, 메릴 스트립 등의 할리우드 배우를 거론하며 "그 양반들이 용모가 수려한 것은 아니잖아. 대신 얼굴에 인생이 차곡차곡 담겨있지. 그거 수술했다면 과연 그런 포스들이 나왔을까?"

주름을 제거하라고 권유받은 이진욱

8일 종영한 '에어시티'는 이정재와 최지우 두 명의 톱스타가 안방극장에 복귀한 작품이다. 두 명의 톱스타의 사이에서 또 다른 멜로 라인을 형성하는 주인공이 있었으니 바로 '강하준' 역을 맡은 이진욱이다.

이진욱은 이정재와 최지우와 비교했을 때 시청자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배우는 아니다. 그러나 극에서 '김지성' 역의 이정재와 '한도경' 역의 최지우 사이에 삼각관계를 형성하며 ‘에어시티’의 중요한 축을 담당했다.

'에어시티' 종영을 앞두고 만난 이진욱은 스스로 "행운아"라 칭했다. 출연작을 보면 그럴 법 하다. 그는 CF모델로 안방극장 시청자들을 만난 이후 바로 드라마의 주연배우로 캐스팅 됐다. SBS '스마일 어게인'에서 김희선과 호흡을 맞추며 드라마에 데뷔한 이진욱은 케이블채널 OCN의 '썸데이'에서 타이틀롤 네 명 중에 자신의 이름을 집어넣었다. 이후 SBS '연애시대’의 민현중 역을 거쳐 70억 대작 '에어시티'의 강하성 역으로 범상치 않은 신인의 행보를 선보였다.

"처음에는 수술을 받으란 권유도 많았습니다." 인터뷰의 첫 머리가 우연치 않게 성형수술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됐다. 이진욱은 양미간을 찌푸리며 이마의 주름살을 보여줬다. "주로 이마의 주름을 제거하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요즘 연예인들이면 다 한다는 치아교열도 하지 않았다. 얼굴에는 자그마한 흉터들도 보였다.

"사실 연기자가 되면 성형수술에 대한 유혹을 받습니다" 이진욱 역시 성형수술을 할까 고심했던 적이 있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카메라에 잡히는 얼굴로 먹고 살아가는 연기자들이기에 카메라에 잘 나오기 위한 투자라고 주변에서 설득하는 경우가 많단다. 그러나 이진욱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권유하시는 분들이나 그래서 수술하시는 분들 모두 이해를 합니다. 하지만 제 얼굴로 늙어가야 나중에 좀 더 깊은 연기가 나오지 않을까요?"

연기자가 되리라 생각지도 않았지만

충청북도 청주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던 이진욱은 원하던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다. 그래서 1학년 초 방황을 했다. 그러던 중 우연찮게 연극 작업에 참여하게 됐다. 그곳에서 느낌이 좋다는 칭찬을 받았다. 연기자가 천직이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 1학기를 마치고 자퇴를 했다. 무작정 서울로 상경해 연기를 배우기 위해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연기를 배웠다.

"사실 대학생들 가운데 그 정도 고생 하지 않고 사는 친구들이 몇 이나 있겠어요?" 고생담을 들려달라고 하자 이진욱은 손사래를 쳤다. 마치 자신이 역경을 딛고 성공한 젊은이인양 포장되는 것이 남부끄럽고 또 미안하다고 한다.

"지나고 보니 배우가 되기 좋은 환경에서 자란 것 같았습니다." 이진욱은 비슷한 또래의 연기자들과는 조금 다른 길을 걸었다. 지방 도시에서 태어나 인기가 많은 남학생이긴 했어도 연기자가 되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평범하게 사시는 부모님과 누나 세 명의 사랑을 받으며 과학자가 되고 싶은 십대시절을 보냈다.

"특별한 대접을 받지 않고 또래의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여러 가지 경험을 하며 살았다는 것 자체가 연기에 있어 도움이 되는 것 같더라구요" 어렸을 적부터 관찰하기와 상상하기를 즐겨했다는 이진욱은 카메라 앞에서 다른 사람이 되는 연기를 평생 하고 싶다고 한다. 인공적으로 꾸민 모습이 아닌 자연스럽고 정직한 모습으로. 그의 입에서는 몇 번이나 "자연스럽게"라는 형용사가 반복되었다.

A형 처녀자리 자연미남의 생존법

미래에 대한 계획을 물었더니 연기에 대한 이야기 밖에 없다. 그렇다면 연기에 미쳐 연애는 하지 않겠다는 의미인가 싶어 되물었다. "에이, 여자친구 만나야죠. 사랑이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거 아니겠습니까? 원래 사랑은 제 인생의 일부였는데 지금은 사랑을 중심으로 모든 게 집중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시절 짧았던 연애사를 털어놓는다.

"제가 A형 처녀자리라 은근히 소심한데가 있거든요" 그래서 전에 사귀던 여자친구에게 남자답게 잘 해주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며 잠시 상념에 빠진다. 하지만 이내 활기를 되찾은 이진욱은 '에어시티'의 강하준처럼 장난기 있으면서도 진지한 표정으로 "A형 처녀자리 남자들이 소심한 면이 있지만 순수하고 헌신적인 데가 있는데 사람들이 잘 몰라주더라구요"라며 입술을 다물고 웃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촬영을 위해 야외로 나갔다. 이진욱은 함께 온 코디네이터들과 스스럼없이 장난을 치며 다양한 포즈를 취했다. 평소의 모습이 그런 듯싶었다. 골목길에 주저 앉아보라는 사진기자의 요구에도 기꺼이 응하며 "아! 이런데서 예전에 많이 놀았는데" 혼잣말을 했다. 표정이 자연스러웠다. 다시 한번 물었다 "정말 성형수술 안할 겁니까?" 이진욱은 이렇게 말했다 "배우라면 얼굴에 자연스럽게 세월이 묻어나야 되지 않겠어요?" 이 남자의 생존법에 고개를 끄덕였다.

조이뉴스24 김용운기자 woon@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o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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