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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성 끝난 '쩐의 전쟁' 무엇을 남겼나?


'이것만 터지면 된다!'

지난 5월 중순 만난 SBS 드라마국 관계자들은 내심 흥분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SBS 드라마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 까지 MBC '주몽'에 눌려 가슴에 멍이 들었다는 표현을 공개석상에서 할 정도로 의기소침해 있었다. 그러나 4월 하순에 '내 남자의 여자'가 시청률의 마법사 김수현 작품답게 월화극 정상을 차지하며 분위기가 반전될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3월에 시작한 수목드라마 '마녀유희'가 문제였다. 방송초기 동시간대 다른 방송의 드라마보다 시청률이 높았던 '마녀유희'는 오히려 갈수록 시청률이 떨어졌다. 그 빈자리를 MBC 수목드라마 '고맙습니다'가 차지하면서 결국 '마녀유희'는 수목극 정상마저 탈환하고자 했던 SBS의 기대를 채우지 못했다.

'쩐의 전쟁'(극본 이향희, 연출 장태유)은 바로 그 시점에서 '마녀유희'의 후속으로 방영된 SBS 수목드라마였다. 스포츠신문에서 연재되고 있는 박인권 화백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한 '쩐의 전쟁'은 2004년 '파리의 연인'으로 SBS에게 시청률 대박을 안긴 박신양의 안방극장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또한 지난해 SBS '돌아와요 순애씨'로 색다른 매력을 선보인 박진희가 남자주인공 박신양과 호흡을 맞추며 화려한 진용을 갖췄다.

5월16일 SBS 드라마국 관계자들의 염원(?)을 담고 첫 방송한 '쩐의 전쟁'은 약 17%의 시청률로 대박의 조짐을 보였다. 당시 만났던 SBS 관계자들은 조심스럽게 '쩐의 전쟁'의 시청률 독주를 예상하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결국 방영 첫 날부터 7월 5일 16부작의 마지막 회를 방송할 때까지 '쩐의 전쟁'은 줄곧 30% 이상의 높은 시청률로 수목 드라마 정상을 차지했다. SBS는 모처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드라마 시청률 전쟁에서 승리하며 그간 패자의 설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고리사채에 대한 문제점을 환기시켜

'쩐의 전쟁'은 높은 시청률만큼 여러 가지 면에서 화제가 된 드라마였다. 무엇보다 주인공 금나라(박신양 분)의 아버지가 사채업자의 돈을 빌려 썼다가 집안이 풍비박산 나는 모습으로 첫 머리를 시작한 '쩐의 전쟁'은 시청자들에게 사채업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크게 일조했다.

원작 자체가 IMF 이후 기승을 부린 사채업체의 실체를 고발하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쩐의 전쟁'의 안방극장 방영 자체가 파격적이었다. 연출을 맡은 장태유PD는 극의 초반 사채 빚으로 아버지가 자살한 금나라와 사채업자들의 무지막지한 독촉에 시달리는 서주희(박진희 분)를 통해 '무이자, 무이자'로 현혹하는 사채업 이면의 모습을 폭로했다.

'쩐의 전쟁'은 최근 봇물처럼 터졌던 연예인들의 대부업체 광고와 맞물리며 사채업에 대한 사회적인 담론을 형성했다. '쩐의 전쟁'이 시발점이 되어 서민들을 옥죄는 사채업의 문제점들이 이곳저곳에서 폭로됐고 마침내 대부업체의 과도한 이율에 대한 법적 제한 조치가 마련되기에 이르렀다. 드라마 한 편이 사회적인 변화를 이끌어 낸 보기 드문 케이스였던 것이다.

번외편, 새로운 시도인가? 연장방송 눈 가리기인가?

지난 6월 중순 기자회견을 통해 '번외편'의 제작을 암시했던 장태유 PD의 뜻대로 '쩐의 전쟁'은 국내 방송가에 번외편이라는 방영이라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해외 드라마나 일본 애니메이션 등지에서 볼 수 있었던 번외편이 '쩐의 전쟁'을 통해 국내 안방극장에서도 시도되는 것이다.

11일부터 '쩐의 전쟁 보너스라운드'라는 제목으로 방영될 '쩐의 전쟁' 번외편은 현재 새로운 여배우의 투입 외에는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지지 않았다. SBS 드라마국 관계자는 "번외편 자체가 인기 있는 작품만이 가능한 것"이라며 "16부작의 하이라이트를 재구성한 것이 아닌 새로운 스토리의 작품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시청률을 위한 또 다른 형태의 연장방송이다" 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새로운 시도인지 아니면 국내 방송가의 고질적 병패인 연장방송의 또 다른 형태인지 '쩐의 전쟁' 번외편이 방영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다. 다만 확실한 것은 번외편 자체적으로 작품성과 완결성을 지녀야만 시청자들에게 인정과 박수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책임은 온전히 드라마 제작진에게 달려 있다는 사실 만큼은 변함이 없다.

드라마의 일차적 승부처는 주연배우의 연기력

'쩐의 전쟁' 초반에 가장 화제가 된 것은 다름 아닌 금나라 역을 맡은 남자주인공 박신양의 뛰어난 연기였다. 서울대 출신의 잘 나가던 펀드매니저에서 사채 빚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부모를 잃고 거지꼴로 거리에 내던져진 금나라의 모습은 박신양이 아니었더라면 그 만큼의 리얼리티를 갖추기 힘들었을 것이다.

SBS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역시 박신양!"이라는 감탄사가 끊이지 않았으며 드라마 게시판에서도 박신양에 대한 연기력 논란은 눈 씻고 찾아보려 해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그 만큼 박신양의 연기가 시청자들을 압도했다는 증거였다.

박신양 뿐만 아니라 여자주인공 서주희 역의 박진희 또한 자연스러운 연기로 드라마가 높은 시청률을 올리는 데 일조했다. 이처럼 남녀주인공을 맡은 박신양과 박진희의 연기력은 시청자들에게 불안감보다 만족감을 선사했고 드라마 성공의 일차적인 승부처에서 '쩐의 전쟁'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었다.

그 밖에 '쩐의 전쟁'이 남긴 것들

'쩐의 전쟁‘은 방영 도중 표절논란에 휩싸이며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당하기도 했다. 전직 펀드매니저 출신의 허모씨가 자신이 저작권을 등록한 소설과 ’쩐의 전쟁‘의 내용이 유사하다며 법원에 소송을 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고 '쩐의 전쟁'은 무사히 마지막 방송을 할 수 있었다.

'쩐의 전쟁'은 과도한 PPL로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했다. 한국 드라마 제작여건상 제작비를 투자받기 위해서는 드라마 내 상품의 노출을 전제로 한 PPL이 불가피 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쩐의 전쟁'은 사채업과 전쟁을 할 수 있었지만 PPL 앞에서는 허약한 모습을 보여줬다.

'쩐의 전쟁'은 첫 방송이후 줄곧 동시간대 수목드라마 시청률1위를 차지했다. '쩐의 전쟁'으로 인해 가장 큰 부상을 당한 것은 동시간대 방영된 MBC '메리대구공방전'과 KBS '경성스캔들'이다.

'메리대구공방전'은 방영 내내 한 자리수 시청률을 기록하다 끝내 5%에도 못 미치는 시청률로 종영했으며 '경성스캔들' 역시 한 자리수 시청률을 아직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조이뉴스24 김용운기자 woo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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