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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영 감독이 '독전'으로 증명한 것(인터뷰)


"'독전'으로 새로운 에너지 얻었다"

[조이뉴스24 유지희 기자] 영화 '독전'에서 '천하장사 마돈나' '페스티발' '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 등을 연출한 이해영 감독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그만큼 전작들과 비교해 '독전'은 장르적 특성이 강한 작품. '독전'은 이해영 감독에게 새로운 도전작이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독전'(감독 이해영, 제작 용필름)의 이해영 감독 인터뷰가 진행됐다. 그는 인터뷰에서 새로움에 대한 갈망, 장르물에 처음 도전한 소감 등을 구체적으로 전했다.

먼저 이해영 감독은 "'독전' 전에 연출작 3편을 하고 난 후 40대가 되니 본격적인 장르영화를 하고 싶더라. 장르라는 것에 다가가고 싶었고 되짚어 보면 그러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새로운 것을 해야 한다는 열망이 컸다"고 덧붙였다.

"작가가 되고 연출을 하는 동안 기존 관성 에너지로 영화 창작을 계속 해왔어요. 어느 순간 '내게 틀이 생긴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 관성을 벗어나고 싶더라고요. 계속 이렇게 가다가는 매너리즘에 빠지거나 지칠 수 있겠다 싶었죠. '독전'으로 제가 가지고 있는 틀도 깨고 싶었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고 싶은 욕망이 컸어요."

막상 작업해보니 "장르적 약속을 이행하는 과정이 예상보다 훨씬 재밌더라"라고 소감을 전하며 "어려운 점도 물론 있었다"고 고백했다.

"여지껏 해왔던 방식과는 달랐죠. 장르적으로 구현해내야 하는 것이 명확히 있었고 여기에 기술 등 여러가지를 함께 아우르면서 만들어야 했어요. 재밌있었던 건 장르가 담보되고 짜인 판에서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었어요. 장르적 약속만 지킨다면 영화적 연기를 그릴 수 있는 전권이 생긴 셈이었어요. 장르 주파수를 정확히 맞추는 것을 처음 해보니 어렵기도 했죠."

'독전'으로 새로운 에너지를 얻었을까. 이해영 감독은 "그렇다. 확실히 장르를 바라보는 태도가 좀 더 유연해졌다"고 답했다.

"영화의 산업성, 화법에 대해 예전보다 시각이 조금 더 넓어진 것 같아요. 전에는 약간의 저항감과 욕망이 딱딱하게 부딪치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어느 정도 두 개가 융화되고 있지 않나 싶어요. 다음 영화에서는 약속 이행이 목표가 아니라 장르 그 자체를 즐기면서 좀 더 놀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 정도면 꽤 큰 에너지를 얻었어요."

독전은 화려한 볼거리와 음악 등으로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특히 초반 등장하는 호텔 시퀀스는 앞으로 펼쳐질 '독전'의 영상미 등 분위기를 압축적으로 예고한다. 이 시퀀스는 실제 '독전'에서 가장 많은 제작비가 투입된 공간에서 촬영됐고 이해영 감독 또한 공을 들인 장면이다. 원작인 홍콩영화 '마약전쟁'의 판권을 구입한 이유도 이 시퀀스 때문이었다고.

그는 "호텔 시퀀스를 놓고 영화의 앞뒤 이야기가 시작되고 극중 가장 영화적, 장르적 인물들이 등장한다"라며 "극중 가장 큰 공간인 스카이라운지는 심플하고 미니멈하지만 호텔은 작은 소품 하나에도 신경을 써야 했다. 또 이곳이 두 번 이용되기에 기존 것들을 다 뜯어내고 다시 만들어야 했다"고 촬영기를 전했다.

'독전'은 호텔 시퀀스를 시작으로 다양한 공간에서 개성 강한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 '센' 이야기들이 연달아 그려진다. 영화 속에 묘사된 마약, 폭력 등 다소 수위 높은 표현 때문에 '독전'은 언론배급 시사회 후부터 등급 논란이 일었다. 관람 등급과 영화 흥행의 상관관계는 무시할 수 없는 부분. '15세 등급을 의도했느냐'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예상했느냐'라고 묻자 이해영 감독은 등급 자체를 의식하지 않았다고 했다.

"감독이 등급을 생각하면서 영화를 만든다는 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감독이 마케팅을 위한 포스터, 예고편 등을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요. 등급도 작품의 결과이기에 미리 목표하거나 예상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장르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설정들이 있는데 이걸 감독으로서 충실히 표현하려 했어요. 다만 스스로 절제선은 있었어요. 상업영화로써 평범한 관객이 봤을 때 너무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적정선은 유지하려 했죠. 저희 어머니도 수위가 센 건 못 보는 편인데 이런 분들이 '앗' 하는 장면들은 있더라도 너무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밸런스는 맞추고 싶었어요. 가상의 그 적정선을 계속 의식했고 이걸 등급 심사했던 분들이 가상히 여긴 게 아닐까 싶어요."

영화 속 어느 장면에서 가장 수위 조절을 했느냐는 질문에 이해영 감독은 "대부분이었다"라고 답했다.

"사실 감독은 표현하는 데 재미를 느끼죠. 어느 부분에서 한발 더 나가고 싶고 카메라를 좀 더 내려서 뭔가를 더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들 때가 있었어요. 하지만 계속 심호흡하면서 제 자신을 다스렸어요.(웃음) 거의 매 순간 그랬던 것 같아요. 스스로에게 '이 정도는 불편한가' '이 정도면 편안한가'라고 질문했죠. 또 스태프들에게도 계속 물어봤고요."

수위를 논외하고 자칫 연이은 강렬한 장면과 사운드는 관객에게 피로감을 줄 수도 있는 대목. 이해영 감독은 "시작부터 끝까지 한달음에 달려가, 어느 순간 엔딩을 맞이했으면 하는 노림수는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한 번 시퀀스가 바뀔 때 약간 쉼표 같은 순간도 있었으면 했다"고 말하며 극중 락(류준열 분)이 농아남매(김동영·이주영 분)를 만나 인간적 면모를 드러내는 순간을 언급했다.

이처럼 락을 비롯해 극중 캐릭터와 이들 간의 관계에서 펼쳐지는 드라마가 서사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이는 결말까지 이어진다. 이와 관련해 '독전'의 드라마는 기존 작품에서 자주 그려진 문법과 공식이라는 비판도 있다.

"'완벽히 새로운 내용을 해야겠다' '장르를 완전히 비틀어야겠다'라는 건 없었어요. 장르 컨벤션을 최대한 충실히 지키는 게 목적이었죠. 이 자세가 상업영화를 만드는 연출자의 첫번째 덕목이라 여겼어요. 그 약속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최대한 제가 진심으로 믿고 재밌다고 생각하는 캐릭터의 느낌, 성격을 만들어내고 싶었고요. 해당 캐릭터에 느끼는 감정, 연민 등을 인물에 투영해 제 것으로 만들고자 했죠. 기존 장르 영화와의 차별점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데 스스로 말하기 어렵지만 '장르 컨벤션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지금껏 본 적 없는 캐릭터를 그렸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극중 캐릭터, 이들 간의 관계는 영화 '박쥐' '친절한 금자씨'의 각본을 담당한 정서경 작가와의 협업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그는 "정서경 작가의 작업물은 하이보일드한 느낌이지만 그 안에 캐릭터 감정이 잘 살아있고 엔딩이 인상적이었다"라며 "정 작가에게 감정의 결과 관련된 포인트를 많이 수혈 받았다. 정말 큰 도움이 됐다"라고 감사함을 전했다.

이해영 감독에게 '독전'은 새로운 도전의 시작점이다. "'상업적이다, 아니다'를 떠나 바로 전작까지는 감독으로서 1기였다. 그 전까지는 내가 잘 알고 있는 길을 걸었다면 '독전'은 모르는 길을 걸으며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과정이었다"라며 "계속 도전하고 싶다. 나중에 필모그래피를 모두 모아놓고 봤을 때 여러 사람이 만든 작품처럼 보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만 "작품에서 완벽하게 나를 지우고 싶은 마음은 없다"라고 단호히 말했다.

"그 전까지는 감독으로서 인장, 발자국 같은 걸 찍고 싶은 욕망이 있었어요.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그런 게 없었죠. 영화가 첫 공개되고 '이 작품의 큰 반전은 엔딩 크레딧에 이해영 감독이 찍히는 것'이라는 평이 되게 좋았어요. 다만, 여러 사람들이 만든 것 같지만 취향이든 세계관이든 인물을 바라보는 시선이든, 모든 작품을 관통하는 가느다란 선을 지닌 감독이고 싶어요."

한편 '독전'은 지난 5월22일 개봉, 극장가에서 상영 중이다.

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 hee0011@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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