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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지암' 박성훈, 차근차근 성장한 실력파의 등장(인터뷰)


"연극 무대 커튼콜에 매료…무대에도 꾸준히 오르고파"

[조이뉴스24 권혜림 기자] 분명 어느 드라마에서 본 적이 있는 얼굴이었다. 심지어 그 작품 속 연기가 인상적이기까지 했는데, 박성훈이라는 이름을 기억하게 된 것은 그가 데뷔한 지 몇 년이나 지난 뒤였다.

지난 2016년 방영된 SBS 드라마 '질투의 화신'의 차비서, 고정원(고경표 분)의 곁을 지키며 그의 일과 사랑을 관조하는 이 캐릭터는 배우 박성훈의 존재감을 또렷하게 만든 인물이었다. 주인공의 비서라는 점 외 다른 정보는 턱없이 부족했던 이 인물은 여느 트렌디 드라마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캐릭터이기도 했다. 그런 차비서가 오래도록 뇌리에 남아있었던 이유는 지금도 잘 설명이 되지 않는다. 분량이나 대사량과는 완전히 별개의 논리였다. 긴 대사 없이도 영민하게 반짝이는 눈빛, 타고나야만 가질 수 있는 안정적인 목소리 때문인지도 몰랐다.

KBS 2TV 드라마 '흑기사'의 박곤이라는 인물에 주목하면서는 차근차근 성장해 온 배우 박성훈의 현재를 더욱 수월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 스타일링부터 연기톤까지, 이전에 종종 보여준 까불거리는 이미지와는 180도 달라져 있었다. 센 구력을 자랑하는 배우들 틈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았다. 무리하는 인상 없이, 주어진 것을 차분히 소화해내는 모습에 또 한 번 알 수 없는 이유로 눈이 갔다.

그리고 '곤지암'(감독 정범식)이었다. '흑기사' 속 박곤과 다르지만, 그 전에 선보인 드라마 속 인물들과도 결이 다른 인물이었다. 대부분의 인물명이 배우의 실제 이름을 따 만들어졌고, 박성훈 역시 성훈 역을 맡았다. 극 중 설정에 어울리게 '곤지암'의 촬영은 실제 배우들에 의해 많은 부분 이뤄졌는데, 영화 관련 행사에서 감독과 배우들이 언급했듯 박성훈은 그 중에서도 에이스로 손꼽힌 촬영 실력을 자랑하기도 했다.

'곤지암'이 260만 관객을 동원하며 깜짝 흥행을 일구면서, 박성훈을 알아보는 관객들도 부쩍 많아졌다. 인기리에 상영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려 그와 만난 최근에는 사진 촬영을 위해 공원으로 향하는 길에서도 그 관심을 체감할 수 있었다. 테라스에서 여유를 즐기던 관객들이 박성훈을 보고는 "'곤지암', 맞죠?"라며 반갑게 웃으며 말을 걸어왔다. 영화가 흥행하자 식당에서도, 카페에서도 줄곧 '잘 봤다'는 인사를 받고 있다는 것이 박성훈의 이야기다.

"'곤지암'을 잘 봤다고 이야기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작년에 드라마를 쉬지 않고 꽤 했는데, 오히려 드라마보다 '곤지암'을 본 뒤 많이 알아봐주시는 것 같아 흥행을 체감하죠. 정범식 감독님이 다른 동료에게 들은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 '곤지암'의 흥행이 왜 의미있는 일인지에 대한 생각이었어요. 톱배우도 없고, 대작들 사이에서 최약체로 평가됐던 영화고, 몇 년 간 큰 소득이 없던 공포물이기까지 한데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건 호날두와 메시 사이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이 4강에 진출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였어요.(웃음) 거기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영광이죠."

신인 배우들로만 꾸려진 '곤지암'의 주연진은 영화 촬영 중에는 물론, 작업을 마친지 오래된 지금까지도 돈독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자유로운 소통을 선호하는 정범식 감독의 리더십 역시 '곤지암' 팀의 팀워크를 살린 배경이었다. 단체 채팅방에서 관객들의 반응을 나누며 좋아하고, 인터뷰 사진을 서로 살펴주기도 하는 이들 사이에는 함께 한 영화의 반전 흥행이라는 즐거운 추억까지 남게 됐다.

"지금 생각하니 정말 감사한 두 가지가 있어요. 우선 정범식 감독님이 어느 자리에 가셔도 '우리 배우들을 꼭 기억해달라'고 말씀해주신다는 거예요. 두 번째는 윤종호 촬영감독님이에요. '배우들이 다 촬영했다'고들 이야기하니 우리가 찍고싶은대로 막 찍었을 것이라 생각하실 수 있는데, 그런 것이 아니었거든요. 감독과 촬영감독의 철저한 계산 아래 우리가 카메라를 들었을 뿐이에요. 우리가 촬영했지만, 그건 촬영감독이 있어 가능했던 일이죠. 그 분께 공을 돌리고 싶어요."

박성훈의 얼굴을 이미 기억하고 있던 관객이라면 그가 '곤지암'에 앞서 '흑기사'로 시청자를 만났다는 사실을 어렴풋이나마 인지했을 것이다. '흑기사'의 박곤은 이전까지 다소 가볍고 경쾌한 리듬의 배역들을 자주 연기했던 그가 새로이 도전한 색깔의 배역이었다. 드라마의 인기와 함께 더 많은 사람들에게 얼굴을 알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전엔 조금 까불거리는 느낌의 역할을 많이 연기했는데, '흑기사'의 박곤 역을 할 수 있어 좋았어요. 나름대로 스타일링에도 변화를 줬고 여러 준비를 했죠. 스태프들이 많은 것을 도와주셨어요. '흑기사'를 통해, 주인공이 할 법한 어떤 정직한 스타일의 연기도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더 많은 분들이 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대학 입시를 준비하던 고교시절, 박성훈은 진로를 고민하다 막연한 생각으로 연기에 도전했다. 대학에 입학한 뒤엔 연기 워크숍에서 연극 무대에 서며 연기를 향한 갈망을 품게 됐다. 스무 살, 유명 희곡 '택시드리벌'을 무대에 올린 그 순간을 박성훈은 마치 어제 일처럼 돌이켰다. 쟁쟁한 배우들이 거쳐간 주인공 역으로 얼떨결에 무대에 올랐던 그는 커튼콜의 희열에 매료됐다. 그렇게 연극을, 연기를, 운명이라 받아들였다. 드라마와 영화 작업 중에도 연극 무대에 꾸준히 섰던 이력은 그의 진심을 설명하기 충분하다.

"6년 정도 TV 없이 살았었어요. 그걸 보느라 게을러질 것 같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나도 드라마를 하고 싶은데 할 수 없으니 연기하는 분들이 샘이 나기도 했거든요. 영화도 마찬가지였고요. 하지만 연극과 드라마 연기의 매커니즘이 다르니 보지 않고서는 할 수 없을 것 같더라고요. 그런 생각을 하고는 다른 분들의 연기를 참고하고 싶어 일부러 TV를 많이 봤어요. 그런데 지금은 연극을 잘 안 보게 돼요. 이미 하고 있는 드라마나 영화 작업이 있는데도, 연극을 보면 무대에 오르고 싶어지니까요. 나중에 더 유명한 배우가 되더라도, 꾸준히 무대에 오르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한편 박성훈은 MBN 수목드라마 '리치맨'으로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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