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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서 끝을 찾다' 삼성 이승엽의 끝은 곧 '처음'이다


마지막 경기에서 "원래의 이승엽 보여주겠다" 천명

[조이뉴스24 김동현기자] 사시관종(思始觀終). ''처음을 생각하며 끝을 바라본다''는 말이다. 은퇴를 바라보는 이승엽(삼성 라이온즈)이 그야말로 사시관종의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이승엽은 29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 경기에서 3-3으로 맞선 9회말 대타로 나왔다. 관중석의 함성 소리는 그 어느때보다 컸다. 그러나 그의 타구는 깊숙하게 위치를 잡은 LG 2루수 강승호에게 잡혔다. 결국 땅볼로 물러났다.

이날 경기를 포함해 이승엽에게 남은 경기는 3경기였다. 한 경기가 끝났으니 은퇴까진 이제 두 경기가 남았다. 1일 LG와 한 차례 더 경기를 치른 후 대구로 이동해 3일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리는 넥센 히어로즈와 경기에서 선수 생활의 피날레를 장식한다.

마지막 잠실 원정이어서였을까. 이승엽은 동분서주했다. 타격 연습은 ''루틴''이라지만 이날은 연습 이외의 장면에서 더욱 바빴다. 이날 경기를 중계한 방송사의 인터뷰에도 응했고 취재진과도 인터뷰도 가졌다.

덕아웃에 들어선 이승엽은 잠실 원정 마지막 경기에 대해 "안도감이 들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고 했다. 그러나 표정에선 홀가분한 느낌이 더 컸다. 선발 제외에 대해서도 "제가 나가는 것보다 내년에 뛸 후배들이 나가는 게 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사실 몸 상태가 전력이 안된다.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자신이 없다"고 겸손해했다.

쇄골 통증이 가시지 않은 것도 이유였다. 분명 몸상태는 베스트는 아니었다. 김한수 감독은 "선수 본인의 몸이 좋지 않다. 원정이든 홈이든 팬들이 워낙 많으니 상태가 좋으면 내보냈을텐데 몸이 안 좋다는 데 굳이 내보낼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5일 정도 경기를 나서지 않고 쉬면서 주사도 맞았다. 지금은 회복하는 상태"라고도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휴식 내지 배려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마지막 경기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싶다는 뜻이 담겼다.

그는 "10월 3일은 제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시 돌아오지 못할 곳이기 때문에 그날만큼은 저를 위해서 (팀이) 이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 경기에서 홈런을 치고 싶은 생각이 당연히 있다"고 홈런에 대한 강한 의지도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는 마지막 경기에서 보여줄 자신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원래대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다.

그는 "배트가 나가는 스피드가 떨어져서 최근엔 방망이를 짧게 잡고 있다"면서 "그날만큼은 예전 이승엽이 잡았던대로 방망이를 잡고 싶다. 투수들의 공이 워낙 빨라 스피드를 따라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예전에 잡던대로, 길게 잡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보통 홈런을 생산하는 타자들은 배트를 길게 잡는다. 힘을 온전히 전달하기 위한 방법이다. 힘과 스피드가 동시에 실리니 걸리면 넘어간다.

전성기의 이승엽은 힘도 힘이었지만 전성기의 이승엽은 뛰어난 타격 기술을 보유했다. 이 기술로 만든 홈런이 한국에선 465개나 된다. 1천495타점, 1천351득점 그리고 463개의 2루타는 모두 KBO리그 역사상 1위의 기록이다. 노력과 재능이 만나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잘 보여준다.

이 기록들이 모두 일본에서 뛴 시절을 제외한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인상적이다. 일본에선 홈런을 159개 만들었다. 한국 시절과 합치면 도합 624개다. 보비 밸런타인 감독이 이끌던 지바 롯데 마린즈에서 뛰며 30홈런을 만들기도 했고 일본 최고 구단이라는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4번타자로 이적해 단일 시즌 41개의 홈런을 만들기도 했다. 일본 팬들은 여전히 이승엽을 홈런 타자로 기억한다.

화려한 경력을 가진 이승엽이지만 그는 스스로의 설명대로 떨어진 배트스피드를 만회하기 위해 올 시즌 중반부터 방망이를 짧게 잡았다. 투수들의 공에 반응하기 위한 나름의 방편이었다. 동시에 살아남기 위한 방도이기도 했다. 베테랑으로서 그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 그렇게 올 시즌엔 무려 22개의 홈런을 만들어냈다. 다린 러프(31개)에 이은 팀 내 2위의 기록이다. 1시즌은 더 뛰어도 될 정도의 성적이지만 그는 은퇴를 선택했다.

하지만 자신이 주인공인 은퇴경기에서 만큼은 "원래의 이승엽"을 보여주겠다고 천명했다. "잘 준비해서 예전 모습까진 아니지만 팬들의 기억에 남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그의 말에선 뜨거운 열정이 느껴졌다. 우리의 기억 속 이승엽의 호쾌한 스윙이 돌아온다. 마지막을 바라보는 이승엽 그리고 그를바라보는 팬들을 위해 선택한 것은 결국 ''처음''이었다.

조이뉴스24 잠실=김동현기자 migg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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