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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박해일, 왕의 치욕을 그리다(인터뷰)


"어마어마한 산성 안으로…나만 잘 하면 되겠더라"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영화 '남한산성'의 인조 역을 배우 박해일이 연기한다는 소식은 충분히 놀라웠다. 조선 최악의 군주, 가장 무능했던 왕으로 기록된 역사 속 실존 인물을 그가 어떤 표정으로 되살려낼지 호기심이 일었다. 아주 미묘한 결을 담아 선과 악을 모두 그려낼 줄 아는 배우, 본능과 이성 그 어느 쪽에 가까운 캐릭터라도 인물의 본질을 집요하게 포착해내는 연기자가 박해일이다. '남한산성'의 인조가 그를 만나게 된 건, 이 영화가 얻은 최고의 행운이라 할 만하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남한산성'(감독 황동혁, 제작 싸이런픽쳐스)의 개봉을 앞둔 배우 박해일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영화는 1636년 인조 14년 병자호란, 나아갈 곳도 물러설 곳도 없는 고립무원의 남한산성 속 조선의 운명이 걸린 가장 치열한 47일 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출간 이래 70만 부의 판매고를 올린 김훈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극 중 박해일은 인조 역을 연기했다.

어떤 배우라도 도전하기 쉽지 않았을 이 배역을 위해 황동혁 감독은 유독 큰 공을 들였다. 박해일을 찾아가 출연을 제안하며 영화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설파하고, 영화 속 인조가 박해일이어야만 하는 이유를 말했다. 조심스러웠던 박해일은 황 감독의 거듭된 제안을 결국 받아들였다.

"시나리오를 읽고 역할들을 봤는데 너무 담백하게 잘 정리돼 있었어요. 원작도 전에 읽어본 경험이 있었는데 그 톤이 집약적으로 잘 정리돼있다는 인상이 들었죠. 훌륭하더라고요. 처음에는 시간적 여유, 마음의 준비가 부족할 것 같다는 예상을 했었어요.

감독을 만나 많은 이야기를 들었어요. 왜 제가 이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해 주셨고요. 왜 지금 이 작품을 관객들에게 보여드려야 하는지, 그 이유를 듣고 호감이 더 커졌죠."

출연을 결정하며 박해일은 '이왕 할 거면 정말 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거대 예산으로 만들어진 정통 사극에 출연할 기회가 흔치 않다는 사실도 출연을 결정한 계기였다. 그에 더해 충무로를 대표하는 두 선배 배우 이병헌, 김윤석과의 연기 호흡 역시 욕심이 나는 대목이었다.

"결국 저도 하고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어요. 외적으로는 감독에게 설득당한 느낌이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신중하게 정말 잘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죠. 정극 사극에 출연할 기회가 많지 않기도 하고요. '나만 잘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김윤석, 이병헌 등 선배들이 캐스팅된 상태였으니 '이제 내가 그 어마어마한 남한산성 안으로 들어가야한다'는 생각이었어요. 결정한 뒤에는 속도감 있게 진행해나갔고요."

영화에서 인조는 고립무원의 상황에서 대립하는 대신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또 되묻는다. 진퇴양난에 처한 나라의 운명에, 인물 개인의 욕망은 철저히 매몰된다. 하지만 단 한 순간, 생사의 기로에 놓인 그의 처절한 감정이 눈빛을 스치는 순간이 있다. 왕의 뜻을 묻는 대신들에게 "살고자 한다"는 대사를 뱉을 때다.

"대신들이 구체적인 방법들을 앞에서 제시해요. 그들은 눈물까지 보이며 처절하게 이야기를 하죠. 인조는 그 상대의 개념으로 가길 바랐어요. 인조는 그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었고, 그 어떤 방법도 써봤지만 왕의 자존심과 실리를 모두 챙기기에 버거운 상황이에요. 선택을 해야 한다는 시점이었던 것 같아요. 결국 개인의 캐릭터가 살아야 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 아닐까 싶어요."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해 온 그가 작품을 선택하며 가장 먼저 중시하는 것은 시나리오의 매력이다. 호기심을 가지고 도전해볼만한 캐릭터라면 일단 시선을 둔다. 박해일은 "혼자 이뤄나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많은 조력자들의 도움으로 가능한 일"이라고 답했다.

"시나리오의 감을 느끼고, 도전해볼만한 작품이라 생각되면 연출을 하실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눠요. 방향을 들어보고, 또 그 방향을 촬영을 마칠 때까지 유지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대화하죠. 감독과 상대 배우, 스태프들을 통해 이뤄나가는 지점들이 많아요. 저 혼자서는 한계가 있죠."

가장 아끼는 작품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잠시 고민하다 데뷔작을 꼽았다. 임순례 감독의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다.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은 없지만, 이전의 어떤 인터뷰에서도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꼽았어요. 같은 답을 할 수밖에 없는 건, 첫 경험이고 첫 기억이기 때문이에요.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 성우의 고등학생 시절을 연기했던 제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한편 '남한산성'은 오는 10월3일 개봉한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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