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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줄 K리그 일정, 어디서부터 꼬였나


10월 A매치 주간에 정규 최종 라운드 배치, '머리 아프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올해 K리그 클래식 후반기 일정은 그야말로 고무줄이다. 당초 확정했던 스플릿 일정까지 모두가 축구대표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통과 여부에 따라 '미정' 상태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 21일 조기 소집한 A대표팀을 위해 26~27일 예정됐던 28라운드를 10월 8일로 연기했다. 28라운드가 스플릿 라운드로 갈리기 전 정규리그 최종 라운드인 33라운드가 되는 것이다. 스플릿 라운드는 다시 조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그런데 10월 8일은 A매치 주간이다. 10월 5일과 10일이 A매치 데이다. A매치 주간에 리그를 여는 것은 보통 어긋나는 일이다. 선수 차출 등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

프로연맹의 설명은 이렇다. 스플릿 라운드에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고려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대한축구협회가 FA컵 결승을 11월 말과 12월 초로 예정, 그 전에 모든 것을 끝내야 한다는 것이다. 12월 8일부터는 동아시아 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도 있다.

10월 8일 일요일은 '황금연휴'에 포함된다. 토요일인 9월 30일부터 시작되는 추석 연휴의 끝자락이다. 10월 9일 한글날까지 열흘이나 된다. 그야말로 리그를 치르기에는 부적합한 환경이다.

각 구단은 비상사태다. 대부분이 수도권 이남 경기로 배정, 교통 체증을 생각하며 이동해야 한다. 그나마 연휴가 길다는 점에 착안, 교통량 분산을 기대하고 있다. 그래도 기차표를 구해야 하는 구단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추석 대수송기간과 맞물려 어지간한 구간의 표는 매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제주 유나이티드와 원정 경기를 치르는 전북 현대는 머리가 아프다. 보통 제주 원정은 2박 3일로 떠나는데 이번에는 3박 4일이 됐다. 10월 9일 돌아오는 항공편을 도저히 구하기 어려워 하루를 더 머물고 10일에 돌아온다.

제주로 넘어가는 항공편은 보통 광주에서 타는데 표가 없어서 청주로 가는 것을 택했다. 이유 없이 1박을 더 있어야 해 추가 비용도 든다. 앞선 일정의 항공권 취소 위약금까지 포함하면 평소 원정에서 드는 비용에서 5백만원 정도를 더 추가, 약 2천만원을 지출이 불가피하다.

전북 관계자는 "9일에 돌아오는 표는 전혀 없다. 홀로 돌아오는 방안 등을 고려했지만 하루를 더 머무르기로 했다. 10일에는 그나마 항공권이 있다. 누군가가 위약금을 보전해주는 것도 아니고 안타까운 일이다"고 말했다.

홈 팀들은 저마다의 고민이 가득하다. 아르바이트, 경호 등 홈경기 운영 인력을 구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한 수도권 이남 구단 관계자는 "장기간의 연휴라 일당을 더 줘야 할 판이다. 게다가 연휴를 보내는 분위기에서 관중몰이가 가능한지도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나마 축구대표팀이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하면 어느 정도 고통을 수긍한다는 분위기다. 한 구단 고위 관계자는 "어차피 K리그의 명운은 A대표팀에 있지 않은가. 그래서 조기 소집을 허락한 것이다"고 전했다.

프로연맹 측은 공식 입장은 아니지만, 본선 통과 시 10월 A매치는 K리거 차출은 최소화하고 해외파 위주로 구성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축구협회가 러시아, 프랑스 등지에서 원정 A매치를 준비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만약 본선 직행 대신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얻으면 사정이 달라진다. PO는 10월 5(홈), 10일(원정) 순서로 열린다. 대륙 PO에 진출하면 11월 9(원정), 14일(홈)에 경기를 치른다. 축구협회가 프로연맹 사정을 봐주기 어려운 셈이다. 일단 프로연맹 관계자는 "만약 PO로 간다면 10월 15일 33라운드를 치르는 것으로 일단 각 구단에 전달했다. 본선 진출을 확정하기를 바랄 뿐"이라고 설명했다.

프로연맹의 복잡한 사정에 축구협회는 그저 남의 집 일처럼 보고 있다. 한 고위 관계자는 "본선에 통과해도 10월 A매치 선수 선발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다. 통과하면 바로 본선 준비 체제라 한 경기라도 대충 치르기 어렵다. 게다가 원정 평가전이라는 점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11월 국내 A매치 데이와 12월 동아시안컵이 예정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본선 진출 가정 시 충분히 교통정리가 가능한 상황이다. 동아시안컵이 국내, 중국, 일본에서 뛰는 선수 중심으로 나선다는 점에서 그렇다. 축구협회에 협조했다가 오히려 리그 일정으로 비난만 받는 프로연맹이 차후 본선 진출을 한다면 충분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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