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혹성탈출', 유인원 없이 유인원 영화가 가능했던 이유(종합)


웨타디지털, 할리우드 최고의 CG 제작진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실사 영화 속 인간 못지 않게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온 디지털 캐릭터가 있다. 인기 블록버스터 시리즈 '혹성탈출'의 유인원 리더 시저다. 출중한 배우 앤디 서키스의 연기를 바탕으로 완성된 시저는 영화의 주제를 이끄는 중심 인물인 동시에 시리즈를 묵묵히 이끌어 온 매력만점 캐릭터다. 인간의 연기와 CG 기술의 합작이 창조해 낸 이 캐릭터, 그리고 영화의 인기는 할리우드 최고의 기술을자랑하는 웨타디지털의 현재를 그대로 보여준다.

7일 서울 용산 CGV에서 영화 '혹성탈출: 종의 전쟁'(이하 혹성탈출3, 감독 맷 브리스 배급 이십세기폭스코리아)의 웨타디지털 제작진 내한 프리젠테이션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영화의 CG 작업을 맡은 웨타디지털의 임창의 라이트닝 기술감독, 앤더스 랭글랜즈 시각효과 감독이 참석해 영화 작업에 얽힌 뒷이야기를 전했다. 인간 캐릭터와 디지털 캐릭터의 공존, 천재적 배우 앤디 서키스의 활약 등에 대해 CG 기술 진보의 최전선에 선 두 사람이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풀어놨다.

'혹성탈출3'는 인간과 공존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가족과 동료들을 무참히 잃게 된 유인원의 리더 시저와 인류의 존속을 위해 인간성마저 버려야 한다는 인간 대령의 대립을 그린 영화다. '아바타' '어벤져스' 등 유명 작품들의 CG 작업을 소화한 웨타디지털은 '혹성탈출' 전 시리즈 작업을 맡았다.

이날 앤더스 랭글랜즈 감독은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웨타디지털이 구현해 온 CG 기술을 설명했다. 그는 "여러분이 꼭 기억해야 할 것은 ''혹성탈출'' 속 유인원의 연기는 100% 배우들의 연기라는 것"이라며 "하지만 인간 배우의 얼굴에서 유인원의 얼굴로 전환할 때는 CG팀의 고통스런 작업이 필요하다"며 "모든 프레임, 모든 의도와 감정을 전환하기 위해선 인간과 유인원의 표정과 기술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혹성탈출3'에 사용된 CG기술에 대해 그는 "많은 사람들이 모션캡처에 대해 잘 알 것이다. 배우들의 얼굴에 카메라를 달아 디지털로 이를 전환한다"며 "단순히 전환한다고 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는 없다. 유인원과 사람 얼굴 구도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어 "매일 촬영하면서 맷 리브스 감독이 배우들에게 요구하는 연기가 있고, 그 연기가 유인원을 통해 표현될 수 있게 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며 "배우들의 유인원적 자아를 그대로 살리는게 목적"이라고 알렸다.

그는 "인간 감정을 최대한 표현하면서도 오랑우탄의 표현에 주목하는 것이 목표였다"며 "눈, 눈썹을 통해 배우가 대부분의 표정 연기를 하고, 이것을 축소해 유인원의 얼굴 표정으로 전환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특정 감정을 전달받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것이 유인원이라 믿을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CG 작업으로 탄생한 디지털 캐릭터들이 실제 배우 연기의 존재감을 압도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두 사람 모두 생각을 밝혔다. 앤더스 랭글랜즈 감독은 "지난 몇 년 간 '디지털 캐릭터가 배우를 대체할 수 있을까'라는 논쟁이 이어져 왔는데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기술적인 가능성 면에서는 기술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놀랄만큼 기술이 진보했지만 시저와 모리스 등의 캐릭터는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개발돼야 하기 때문에 그것이 없다면 영화도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맷 리브스 감독도 그것을 가장 중요시한다"며 "캐릭터, 스토리를 가장 중요시하니 우린 그것을 기술적으로 가능하게 해 주는 것"이라고 웨타디지털의 역할을 설명했다.

같은 이슈에 대해 임창의 라이트닝 기술감독은 실사 캐릭터와 인간의 연기를 바탕으로 창조된 디지털 캐릭터를 구분지어 생각하는 것에 의문을 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영화를 보면, 그 캐릭터는 사람이 아니지 않나. 디지털 캐릭터와 사람 캐릭터를 그렇게 굳이 분류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 분류의 경계선은 기술적으로 많은 것이 확보돼 많이 사라지지 않았나 싶다"며 "그런 의미에서 이번 영화의 시저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는 게 내 꿈"이라고 덧붙였다.

시저 역의 표정을 연기한 앤디 서키스는 할리우드에서 모션캡처 연기에 최고의 재능을 가진 배우로 손꼽힌다. 이날 앤더스 랭글랜즈 시각효과 감독은 그의 연기에 대해 "앤디 서키스의 연기는 더 큰 상을 받아야 한다 생각한다"며 "그만큼 그가 연기를 잘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저라는 캐릭터는 앤디의 연기, 디지털 작업 협업의 결과라 할 수 있다"며 "앞서 발표를 통해서 보셨듯 우리는 이전 두 편보다 심화, 극대화된 시저의 다양한 감정 고뇌, 표정의 깊이를 디지털 작업으로 잘 표현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술적으로도 다양한 표정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기술적 한계를 더 발달시킨 면도 있다"며 다시 한 번 앤디 서키스에 대해 "그의 표정 연기는 최고"라고 강조했다.

임창의 라이트닝 기술 감독은 지난 2009년 웨타디지털에 입사했다. '혹성탈출' 시리즈 3부작과 '아바타' '어벤져스' '호빗:스마우그의 폐허' '맨 오브 스틸' '아이언맨3' '정글북' 등 다수 작품에 참여했다.

임 감독은 "마지막 시리즈라니 감개무량하다. 매 작품 다른 기술이 시도돼 그 당시 최상의 퀄리티를 만들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고 '혹성탈출' 시리즈의 마지막을 선보이게 된 소감을 말했다. 이어 이번 작품을 함께 한 앤더스 감독에 대해선 "이미 영국, 유럽 스튜디오에서 워낙 유명한 분이라 전부터 알고 있었고, 나도 영국에서 일한 적이 있어 같은 영화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런 좋은 인력이 웨타에 합류해서 더욱 발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이전 영화와 3편 영화에 쓰인 기술을 비교하며 그는 "2편까지는 색상과 컬러값, 투명도 등을 조절했지만 이번에는 털의 서로 다른 농도, 동물마다 층의 비율이 다르다는 것까지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혹성탈출' 시리즈를 선보이며 가장 뿌듯했던 순간을 떠올리면서는 "우리 영화에는 단 한번도 실제 유인원이 등장하지 않는데 (유인원이 나오는 것으로 아는 관객들이 있을 때) 컴퓨터 그래픽 작업자로서 관객에게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앤더스 랭글랜즈 시각효과 감독은 MPC(The Moving Picture Company)에서 13년 간 근무했다.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1부'와 '캐리비안의 해적:낯선 조류' '타이탄의 분노' '엑스맨:데이즈 오브 퓨쳐 패스트' '마션' '엑스맨:아포칼립스' 등에 참여했다. '혹성탈출3'은 웨타디지털에서의 첫 작품이다.

그는 "웨타디지털은 오래 전부터 디지털과 애니 기술의 선두주자였다. '반지의 제왕' 골룸부터 시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만들어냈으니 당연히 업계인으로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감정 표현 통해 디지털 캐릭터들이 관객의 웃음, 울음을 자아내 공감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우리로서 최고의 만족 아닌가 싶다. 당연히 웨타와 일하고 싶었다"고 프로젝트에 합류한 배경을 알렸다.

영화는 오는 15일 개봉한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혹성탈출', 유인원 없이 유인원 영화가 가능했던 이유(종합)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