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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 류제국, 경기 전 방망이 잡은 이유


3일 롯데전 앞서 배팅 케이지 들어가 장거리 타구 펑펑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저 그래도 4번타자 출신이랍니다."

LG 트윈스 류제국(투수)이 방망이를 움켜쥐었다. 투수인 그가 경기 전 타격 연습을 위해 배팅 케이지에 선 것이다.

그는 지난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경기를 앞두고 타격 훈련을 자청했다. 물론 양상문 LG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로부터 미리 허락을 받았다.

투수들이 '허가' 없이 타격 훈련에 참가하면 선수단 내규에 따라 벌금을 문다. 류제국은 "허락을 받고 공을 때린 것"이라고 웃었다.

류제국은 타구를 곧잘 외야로 보냈다. 큰 타구도 여러개 나왔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타격 자세다. 장난삼아 방망이를 휘두르는 것이 아니다. 제대로 타격 자세를 잡고 신중하게 공을 바라보며 스윙을 했다.

양 감독은 더그아웃에서 류제국의 타격 훈련을 지켜봤다. 양 감독은 "날이 더우니 런닝은 안하고 대신 연습 타격을 하는 것"이라고 껄껄 웃었다.

류제국은 전날(2일) 롯데전에 선발 등판했다.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를 내려갔으나 3번째 투수 김지용이 롯데 강민호에게 동점 솔로포를 내주는 바람에 승리가 날아갔다. 류제국에게는 '노 디시전 게임'이 됐다.

그래도 분위기는 밝았다. LG는 2일 경기에서 이천웅의 끝내기 2루타로 롯데에게 5-4로 이겼다. 3일 맞대결도 9-6으로 승리를 거둬 롯데를 상대로 주중 3연전을 모두 쓸어담았다.

양 감독은 "투수들도 타격 연습을 할 필요는 있다"고 했다. KBO리그는 지명타자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는 경우는 드물다. 그래서 투수의 타격 연습은 공식 메뉴얼이 들어가지 않는다.

양 감독은 "타석에서 서 보면 투수들은 자신이 던지는 공이 얼마나 위력이 있는지 알 수 있다"며 "자신감을 끌어 올리기 위한 한 방편으로도 가끔은 (류)제국이 처럼 타격 연습을 해도 좋다"고 덧붙였다.

류제국은 타격 연습을 마친 뒤 "고교시절(덕수고)까지 4번타자로 활약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 뛸 때 타석에도 선 적이 꽤 있다. 지명타자제도를 시행하지 않는 내셔널리그에서 뛰었기 때문이다. 시카고 컵스 시절이다.

류제국은 "컵스 산하 마이너리그 시절 타석에 섰던 기억이 난다"고 웃었다. 그는 지난 2001년 컵스와 계약하며 미국 무대 진출에 성공했다.

류제국은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를 거치며 타율 2할2푼2리(90타수 20안타)를 기록했다. 그는 2008년 아메리칸리그 소속 탬파베이 레이스를 끝으로 미국생활을 마무리하고 KBO리그로 복귀했고 LG에서 간판 투수로 활약 중이다.

한편 류제국은 롯데 선수단이 경기 전 훈련을 하기 전 타격 연습을 서둘러 마쳤다. 그는 "아무래도 투수인 내가 타격 훈련을 하는 장면을 보게 된다면 기분이 좋을리가 없다"며 "입장을 바꿔 보면 나라도 그렇게 생각하겠다"고 얘기했다.

치열한 승부를 떠나 그라운드 안에서 함께 뛰는 상대팀에 대한 배려와 동업자 정신이 눈에 띄는 장면이 됐다.

조이뉴스24 잠실=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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