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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악녀', 오프닝 10분부터 다르다


미드나잇스크리닝 첫 선…과감한 액션 연출에 시선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영화 시작 10분 만에 관객의 멱살을 잡아 끈다. 헤드캠을 두르고 피와 살이 튀는 복도 한가운데를 직접 걷는 것 같다. 망설임이라곤 없는 칼놀림이 솜털을 바짝 세운다. 잔악한 몸짓이 경쾌한 리듬을 만드는 역설, 그 한 가운데에 있는 인물은 여성 주인공 숙희다.

22일 오전 12시30분(이하 현지시간) 제70회 칸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칸의 팔레드페스티발에서는 올해 영화제의 미드나잇스크리닝 부분 초청작 '악녀'(감독 정병길, 제작 앞에 있다)가 첫 상영됐다.

'악녀'는 살인병기로 길러진 최정예 킬러 숙희(김옥빈 분)가 그녀를 둘러싼 비밀과 음모를 깨닫고 복수에 나서는 강렬한 액션 영화다. '나는 살인범이다'로 성공적인 상업영화 데뷔를 치렀던 정병길 감독의 신작이다.

배우 김옥빈이 숙희 역을, 신하균이 그를 킬러로 길러내는 중상 역을 연기했다. 성준은 숙희 곁을 맴도는 의문의 남자 현수로, 김서형은 숙희에게 임무를 내리는 국가 비밀 조직 간부 권숙으로 분했다.

영화는 잔악하리만큼 거침 없는 칼놀림으로 상대를 무너뜨리는 숙희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약 10분 간 이어지는 이 첫 번째 시퀀스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앞으로 나아가는 숙희의 살상 장면들이다. 몸 자체를 무기로 쓰며 거구의 남성들을 단번에 제압하는 그의 움직임은 범상치 않았을 과거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숙희는 창 밖을 뛰어내려 경찰에게 제압되지만 그가 눈을 뜬 곳은 여성 킬러들을 양성해내는 비밀 기관의 침대 위다. 그 곳에서 숙희는 전과 다른 새로운 삶을 살 기회를 얻게 되지만, 이를 위해선 조직의 지령을 수행해야만 한다. 숙희는 평범한 삶을 위해 명령을 받아들지만, 타깃을 쫓는 과정에서 자신의 과거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된다.

극 중 숙희로 분한 김옥빈은 영화 '박쥐', 드라마 '유나의 거리' 이후 또 한 편의 대표작을 만난듯하다. 꾸준히 다져 온 무예 실력이 매끈한 액션 장면들의 탄생을 도왔다. 그에 더해 인간으로서 감당하기 어려울 절망들을 마주하는 숙희의 처절한 표정은 몸과 눈을 모두 적절히 사용할 줄 아는 배우 김옥빈의 가능성을 또 한 번 기억하게 만든다.

'우린 액션배우다'를 통해 액션 연출에 탁월한 재능을 입증했던 정병길 감독은 '악녀'를 통해 특기를 유감 없이 발휘했다. 강렬한 첫 시퀀스부터 눈을 떼기 어렵다. 지체 없는 움직임으로 상대를 쓰러뜨리며 좁은 상가 복도를 지나는 숙희의 이미지는 이어질 두 시간의 러닝타임을 끌고 가는 에너지가 된다.

아쉬움도 남는다. 부모의 복수를 위해 위험천만한 여정에 뛰어드는 자식의 서사, 반대로 자식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는 부모의 이야기, 비밀리에 어느 조직의 살상무기로 길러지는 캐릭터, 사랑해선 안 될 두 사람의 관계에 피어나는 감정 등은 이미 많은 범죄물과 첩보물에서 다뤄져 온 소재다. 복수와 모성애에 대한 접근에만 집중하면 또 다른 여성 주연 영화 '킬빌' '친절한 금자씨' 등의 영화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악녀'는 이런 기시감을 과감한 액션 시퀀스들로 뒤엎는다. 초반 10분 간의 장면들에 더해 마을버스에 매달린 숙희가 펼치는 아슬아슬한 액션, 유흥주점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와 오토바이 추격전까지, 모두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여성 액션물이 한국영화계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장르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악녀'가 이룬 성취는 더욱 빛난다.

한편 이날 영화 상영을 앞두고 영화의 연출을 맡은 정병길 감독과 배우 김옥빈, 김서형, 성준, 영화의 배급을 맡은 NEW 김우택 총괄대표는 밝은 표정으로 레드카펫을 밟았다. 이들이 상영관에 입장하자 상영을 앞두고 약 1분 간의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감독과 배우들은 모두 환한 미소를 지으며 관객들의 환대를 즐겼다. 영화 종영 후에 다시 1분여의 기립 박수가, 엔딩크레딧이 올라간 뒤 다시 약 1분 간의 박수가 이어졌다. 영화는 오는 6월8일 한국에서 개봉한다.

조이뉴스24 칸(프랑스)=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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