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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의 'Feel']K리그, 신뢰 회복 프로젝트 필요하다


심판 오심의 구조적 문제와 개선점 함께 분석하고 바꾸는 노력이 필요해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올해 프로축구 K리그는 불신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심판 판정 문제가 연이어 터지면서 지난해 금품 수수 파문으로 신뢰에 금이 갔던 것에서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구성원들의 불만이 폭발해 대책을 세워도 믿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19일 KEB하나은행 2017 K리그 클래식 3라운드 FC서울-광주FC전에서 오심을 저지른 김성호 주심은 한국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무기한 배정정지 징계를 받았다. 그런데 지난 13일 챌린지(2부리그) 12라운드 서울 이랜드FC전을 통해 복귀했다. 총 7경기를 빠지고 돌아왔다.

'무기한'이라는 기준을 두고 부정적인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축구팬들은 프로연맹에 비난의 화살을 쐈다. 그러나 프로연맹은 5경기 이상 배정 정지면 중징계라는 입장이다. 5경기 이상 징계의 예가 없다는 점에서 프로연맹의 징계가 틀린 말은 아니다.

◆심판 오심 징계에 대한 정량적 기준을 만들어야

문제는 함께 오심을 저지른 주체인 박인선 제2 부심은 '이례적'으로 퇴출 징계를 받았다는 점이다. 박 주심은 법정 다툼을 선언하며 자신이 진술을 번복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통상적으로 주심이 최종 판정의 책임을 진다는 것을 고려하면 차이가 있는 징계에 대해서는 의아함이 생기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일이다.

이와는 별개로 프로연맹은 향후 징계에 대해 '무기한'이라는 포괄적인 단어 대신 명확한 징계 처분과 함께 팬들을 설득하는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 '비디오 어시스턴트 레프리(Video Assistant Referees, VAR)' 등 과학의 도움을 받는 과정이 기다리고 있어도 인간적인 기준은 명확하게 자리 잡아야 한다. 특히 심판 환경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왜 그럴까.

프로연맹은 2013년 승강제를 도입했다. 자연스럽게 '프로 심판' 수요가 급격하게 늘었다. 전임 심판 제도를 운용하면서 경쟁이 없었지만 클래식, 챌린지로 구분이 된 뒤 심판도 승강제를 시행했다. 이 과정에서 적폐가 하나씩 드러났다. 아마추어 기준의 체력테스트를 앞세워 프로테스트를 통과한 심판진이 국제 기준에 맞춘 프로테스트에서 탈락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 뒷돈을 주고 무마하려던 경우도 있었고 자연스럽게 물갈이가 됐다.

불미스러운 일도 일어났다. 전임 A심판위원장은 도박 혐의로 경찰 광역수사대의 내사를 받았고 개인사를 이유로 사임했다. 해당 위원 및 그의 라인을 탔던 심판진은 향후 굴비 엮이듯이 줄줄이 수사를 피하지 못했다. 2015년 경남FC, 2016년 전북 현대의 심판 매수 과정에서 이들 모두 퇴출당했다. A급 및 국제축구연맹(FIFA) 국제심판까지 포함됐다.

이 때문에 2013년부터 올해까지 5년 동안 K리그를 고정으로 누빈 심판진은 48명 중 13명에 불과하다. 좋게 말하면 경쟁이 치열했다는 뜻이고 나쁘게 말하면 한국적인 환경에 젖어 있던 행태가 개선 되면서 순식간에 프로 수준의 심판 기근에 시달리게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김성호 주심을 다시 끌어다 쓰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과거 K리그는 실업축구 내셔널리그나 K3리그 등 3, 4부리그 격의 하부리그에서 3~4년 정도 단련된 심판진이 올라왔지만, 최근에는 1~2년 만에 승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유능한 국제심판이어서 승격을 한 경우도 있지만 오심 빈발에 따른 징계 속출도 한몫을 했다는 뜻이다.

◆심판 양성의 현실 알리고 개선 방안 마련에 집중해야

외부 요인도 무시하기 어렵다. 아시아 축구연맹(AFC)은 올해 챔피언스리그 서아시아 경기를 월, 화요일로 앞당겨 치른다. 보통 K리그 등 동아시아 심판진은 서아시아 경기에 많이 배정된다. 이 경우 토, 일요일에 치러지는 리그는 배정이 어렵다.

클래식 경기당 수당은 200만원(출장비 별도)이다. 반면, 챔피언스리그는 이보다 훨씬 적다. 월요일 경기 준비를 위해서는 전주 금 또는 토요일에 현지로 출국한다. 명예는 있지만 수당이 줄면 생계에 지장이 생긴다. 이런 문제와는 별개로 올해 K리그는 3인 2조가 조별리그를 소화했다. 우수한 평가를 받았고 내년 러시아월드컵 본선 주심 선정 경쟁을 벌이고 있는 김종혁 주심은 20세 이하(U-20) 월드컵에 배정받았다.

자연스럽게 이들을 메우기 위한 인원이 승격해 경기 운영을 하고 판정에서 미숙함이 발생하는 연쇄 효과로 이어진다. 심판 배정에 있어 해당 지역 출신이 되도록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같은 연고지 팀의 경기에 배정되지 않는 것까지 고려하면 더 머리가 아프다.

프로축구연맹 김진형 홍보팀장은 "국내 1급 심판이 5백명 정도다. 그런데 2백명은 휴면 상태다. 3백명을 골라서 봐야 한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있다. 지난 몇 년간 오심을 줄이기 위해 인적 쇄신을 하는 과정이 있었다. 이런 어려운 점을 살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심판 운영의 독립성이 담보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프로연맹은 상급기관인 대한축구협회에 줄기차게 심판위원회를 공동으로 만들어 독립시켜야 한다고 요청하고 있지만,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 축구협회가 심판에 대한 투자가 인색하기 때문이다. AFC 심판위원장을 맡은 정몽규 회장이 심판의 중요성을 파악하고 있기를 바라야 하지만 참모들의 현실 인식은 다소 아쉽다.

축구협회 한 고위 관계자는 "어차피 축구협회가 키우는 국제심판 일부는 K리그를 누비가 된다. 주체만 다르지 시스템은 같다. 아마추어는 축구협회가 관장하고 있고 지역 축구협회에서 꾸준히 심판을 양성하고 있으므로 현재 체제를 운영한다고 문제가 될 것은 없다"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외부의 시선은 다르다. 한 심판 전문가는 "지난 2~3년 사이 한국 심판계의 병폐가 다 드러났는데 축구협회는 프로축구연맹에 책임을 전가하고 뒷짐만 지고 있었다. 축구협회가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해결이 될 문제다. 심판 육성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을 내놓고 원칙에 맞게 가야 할 필요가 있다. 계획이 있어도 축구팬들에게 보이지 않는 것은 분명 문제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어차피 VAR 도입 등으로 수요는 더 늘게 되어 있다. 양보다는 질이 우선인데 당장 이를 높일 방안은 없을 것이다. 프로연맹은 팬들에게 앞으로 어떻게 바꿔 나갈 것인지 명확하게 설명하고 축구협회와의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확실하게 발전하겠다는 비전 제시를 할 필요가 있다. 제도는 국제적인 것을 도입했는데 수준이 국제적이지 못하면 무소용이지 않은가. 축구협회도 월드컵에 나서는 주심 확보가 목표라면 K리그를 비롯한 국내 환경 개선에 칼을 빼야 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선수들은 유소년 시절부터 심판에 대한 불신을 안고 프로에 올라온다. 누적된 것이 프로에 와서는 폭발한다. 오심으로 피해를 본 구단에 "우수한 심판을 보내주겠다"는 말이 허망하게 들리지 않도록 신뢰 회복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VAR이 도입이 되더라도 최종 판정은 사람이 한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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