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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FC 새 주장 정경호, '없어서는 안될 조연으로...'


지난해 부상 악몽 털어내고 '균형 축구'의 조율사로 나선다

"우리 팀에는 유독 여성 팬들이 없더군요."

강원도 삼척 출신의 '쌕쌕이' 정경호(30)는 지난해 강원FC가 창단되면서 고향 팀으로 돌아와 색다른 문화를 경험했다. 프로 생활을 시작한 울산 현대, 그리고 전북 현대에서 생활하는 동안에는 여성 팬들이 구단 클럽하우스로 찾아와 젊은 선수들을 격려했지만 강원에서는 그런 풍경을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한다.

대신 걸걸한 아저씨 팬들이 경기장을 점령해 상대팀을 압박(?)하는 부분은 색다르지만 만족스럽기만 한 풍경이었다. 지난 16일 중국 운남성 쿤밍의 전지훈련지에서 만난 정경호는 "다른 팀 선수들이 강릉 오기 싫다고 하소연을 하더군요. 평균 1만5천명이 보내는 함성과 응원을 듣는 입장에서는 어깨를 펴게 되죠"라고 방끗 웃었다.

정강이 부상은 고향 팀에서 뭔가 보여주자는 의욕 때문에…

도민구단으로 지난해 경기력과 관중 동원 면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자부심을 키운 강원FC에서 정경호는 올 시즌 주장을 맡았다.

주장에 대한 책임감은 겉으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상당하다. 프로 경험이 많은 정경호가 경기를 조율하면서 강원은 지난해 중반까지 6강 플레이오프 진출권에서 오르내렸다. 하지만 정경호가 오른쪽 정강이 피로골절로 이탈한 뒤 급속하게 순위가 내려앉아 결국 13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여론도 노련한 정경호가 없어 강원의 성적이 곤두박질쳤다는 등 그에게 부담감을 전가했다.

이런 여론을 잘 알고 있었던 그는 "성적이 좋으면 편안하게 경기를 관전했을 텐데 주변에서 정경호가 없어서 떨어졌다는 말이 나오니 부담스러웠어요. 빨리 뛰고 싶을 정도였지요"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렇지만 올 시즌 정경호의 마음은 '조급'에서 '여유'로 바뀌며 보다 멀리 바라보기로 했다. 지난해의 부상도 모두 고향 팀에서 뭔가 한 번 보여주자는 의욕이 너무나 컸기 때문에 생긴 일이었다.

주연이 아닌 조연으로, 팀 전체를 조율한다

경기에 있어서도 주연이 되기보다는 후배들을 돕는 조연 역할로 한 걸음 뒤로 물러나기로 했다. 물론 측면 공격수로서 그가 해야 할 골 욕심을 버린 것은 절대 아니다.

정경호는 "이제는 조연으로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될 것이다. 김영후나 윤준하 등 지난해 두각을 나타낸 후배 선수들을 도우면서 없으면 안될 조연이 될 것이다"라고 팀 전체를 바라보는 존재로의 변신을 꿈꿨다.

그렇다고 나이가 먹어서 '노장급'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뒤로 물러나는 것은 절대 아님을 분명히 했다. 최순호 감독이 시도하는 '균형' 시스템에서 누군가 욕심을 부리면 깨질 수 있기 때문에 희생정신으로 선봉에 선다는 이야기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최순호 감독이 추구하는 '균형 축구'에 대해 물었다. 그는 "울산과 전북을 거쳤지만 이런 시스템은 처음 접했어요. 이해가 안됐는데 이제는 적응하고 받아들이니 또 다른 매력이 있더군요"라며 "처음에는 왜 이렇게 해야 하나 의문이었는데 받아들이고 보니 너무나 쉬웠어요"라고 신선한 축구임을 털어놓았다.

나아가 최 감독이 강조하는 페어플레이와 파울 수가 적은 스타일의 경기가 한국 축구가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주장했다. 상대가 뒤로 물러서지 않고 정면 승부를 해온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라는 생각도 잊지 않고 말했다.

강원FC에서도 국가대표가 나왔으면!

강원에서 1년을 보낸 정경호는 팀에서 국가대표가 나오기를 기대했다. 그는 "성인 대표팀(월드컵대표팀)으로는 힘들겠지만 아시안게임에는 한두 명 정도 대표가 나와야 하지 않겠느냐. 그래야 강원에 대한 관심도가 더 높아질 것 같다"라는 바람을 나타냈다.

'대표' 후배가 나오기를 기원하는 정경호는 지난해 달았던 등번호 10번에서 원래 자신을 대표했던 16번으로 바꿔 달았다. 부인 백형주 씨를 처음 만난 날이 16일이었고 16번을 달고 경기를 할 때 가장 잘 풀렸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행운의 등번호로 생각하고 있다.

창단 2년째가 되는 팀을 위해 재미있는 축구에 더 집중할 계획인 정경호는 "완벽하게 상대를 제압하면서 기존의 정경호가 잘 스며들고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라며 "강원의 홍보가 많이 됐지만 성적이 조금 떨어진 만큼 재미있는 축구로 더 알리는데 노력하겠다"라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조이뉴스24 쿤밍(중국)=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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