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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범]메달리스트에게 연예인 이상형을 묻는 이유는?


지난 13일 대한민국에 대회 6번째 금메달을 안겨준 사재혁(역도)이 만나고 싶은 연예인으로 솔비를 언급하면서 누리꾼들은 또 스포츠 스타와 연예인이 올림픽 메달이라는 매개체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사재혁 뿐만이 아니다. 이전에도 남현희-김래원, 왕기춘-유빈, 최민호-김성은 등 코리아 하우스를 찾은 메달리스트들은 꼭 한 명씩 이성 연예인 스타들을 언급했다.

도대체 왜 기자들은 이들에게 자꾸 만나고 싶은 연예인이 누군지 질문을 할까? 사실 기본적인 이유는 멋진 청춘남녀의 '썸씽'을 기대하는 대중들의 바람을 충족시킴과 동시에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다. 올림픽 메달을 딴 젊고 건강한 스포츠 스타와 멋진 외모와 끼를 갖춘 연예인들의 만남, 멋진 일이 아닌가.

하지만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꼭 그렇지만도 않은 듯하다. 사실 올림픽 기간 동안 메달리스트들은 경기 후 베이징 시 왕푸징에 위치한 코리아 하우스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가지게 된다. 문제는 회견장에서 질문할 '꺼리'가 마땅치 않다는 점에 기인한다.

경기를 끝마치더라도 도핑 테스트를 받느라 수 시간이 지난 후, 혹은 이튿날이 되어서야 열리게 되는 기자회견인 만큼 이미 메달 획득에 대한 소감은 진부하다. 웬만한 질문에 대한 답변은 이미 경기장서 다 해버린 탓에 메달을 목에 건 선수도, 앞에 앉아 질문을 하는 취재진도 머쓱하다.

또 결승전에서 진 선수의 경우, 금메달을 목표로 했던 선수는 '죄인'의 심정으로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아 빛나는 은메달을 따고서도 회견장은 초상집 분위기다. 때문에 취재진들은 선수들의 굳은 표정을 풀기 위해서라도 다소 색다른 질문을 하면서 회장내 분위기를 풀려고 애를 쓴다.

우리나라에 첫 금메달을 안긴 최민호 선수는 금메달을 딴 후 색다른 소감을 전했다. 그는 "어머니가 청와대같은 큰 집에 불이 나는 꿈을 꾸셨다. 안에 보니 촛불집회 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나를 축하해주기 위해 모였다고 하시더라"는 다소 정치적(?)이면서도 재미있는 일화를 전했다. 이 일이 있은 후로 코리아 하우스에는 "혹시 무슨 꿈을 꾼 적이 있느냐"는 질문이 MBC 예능 프로 '라디오 스타'의 "누구누구에게 음악이란?" 같은 식의 대표 질문이 됐다.

다시 돌아가면, 이상형 혹은 만나고 싶은 연예인을 묻는 질문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분위기 전환을 위해서 이보다 좋은 질문은 없기 때문이다. 기분좋게 "000"라고 대답할 경우, 회장내 분위기도 좋아지며 그 선수도 실제로 그 연예인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면 서로 간에 좋은 일이다. 취재진들에게도 좋은 기사거리이니 금상첨화다.

하지만 문제는 억지 춘향격으로 대답하는 경우가 있어 애매하다는 사실이다. 최민호 선수의 경우 한참을 고민하더니 "이성은"이라고 답했다. 취재진은 "이성은이 누구냐"고 물었고, 그는 "불후의 명곡에서..."라고 답했다. 운동만 열심히 해온 터라 연예인 이름도 잘 몰랐던 것이다. 그런 그가 실제로 김성은 씨의 열렬한 팬일 것 같지는 않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특별히 좋아해서 언급한 연예인은 없었다. 모두 한참을 고민한 끝에 "000"라고 답했을 뿐이다. 역도 은메달을 딴 윤진희 선수는 구체적인 이름을 밝히길 꺼리며 "자기 역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멋있게 보이더라"며 '짝짓기'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사재혁 역시 머쓱하게 웃으며 고민 끝에 "솔비요"라고 대답했다.

스포츠 스타와 연예인의 만남, 각자 다른 분야에서 대중들 앞에 이름을 알린 인물들인 만큼 이종(異種)의 만남은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가지게 만든다. 그리고 그 매개체로 기자가 존재한다. 이슈 생산과 대중들의 호기심 충족을 위해 잠시 청춘남녀의 중매쟁이(?) 역할을 할 뿐이니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말았으면 한다. 누구나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연예인 한 명 쯤은 있지 않은가.

조이뉴스24 베이징=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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