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마녀' 박훈정 감독 "김다미에 있고 최우식에겐 없는 것"(인터뷰)


이름, 핵심 메시지…속편 가능성有

[조이뉴스24 유지희 기자] 박훈정 감독이 영화 '마녀'(감독 박훈정, 제작 ㈜영화사 금월)로 돌아왔다. 지난해 개봉한 '브이아이피' 이후 1년 여 만이다. 여성 캐릭터 표현 방식에 대해 비판 받은 '브이아이피'와 비교해 '마녀'는 '여성 원톱' '여성 액션' 작품. 뿐만 아니라 그는 주연으로 신인배우, 한국영화에서 보기 드문 판타지액션 장르를 선보인다.

박훈정 감독은 '마녀'를 "리스크 덩어리"라고 표현했다. 그럼에도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라고 영화를 만든 계기를 단순명료하게 거듭 전했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마녀' 개봉 후 박훈정 감독을 만났다. 그는 영화의 출발점을 비롯해 작품의 메시지, 제작 과정에서 맞닥뜨린 어려움 등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마녀'는 시설에서 수많은 이들이 죽은 의문의 사고, 그날 밤 홀로 탈출한 후 모든 기억을 잃고 살아온 고등학생 자윤(김다미 분) 앞에 의문의 인물이 나타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마녀'의 시발점은 소설 '프랑켄슈타인'이다. 박훈정 감독은 "프랑켄슈타인처럼 '만들어진 괴물'에 대한 내용이다. 고등학생 때 이 책을 읽고 난 후 어른이 됐을 때도 소설 속 원형을 계속 간직해왔다. '언젠가 이를 밑바탕에 두고 '악(惡)함이 어떻게 되는지'를 한국적으로 자연스럽고 재밌게 만들어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박훈정 감독은 유년시절, 위인전 속 인물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인간은 원래 그렇다"라고 여기며 성악설을 믿기 시작했다고 가치관을 드러냈다. 인간의 이기적인 본성을 제어하기 위해 제도의 필요성을 역설한 그는, '마녀'에서도 외부의 영향 즉 '환경'을 강조한다.

"자윤은 '절대악'으로 만들어진 아이지만 이를 누르면서 10년 동안 굉장히 선(善)하게 살죠. 소와 개를 죽인 것처럼 처음엔 악함을 쉽게 누를 수 없었지만 부모님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의 무조건적인 사랑에 악이 발현되지 않아요. 나중엔 본인 필요성에 의해 악함이 다시 나타나지만 사랑을 줬던 사람들 앞에선 이를 누를 수 있죠. 인간의 자유의지는 (본성처럼) 스스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고 어떤 환경에서 자라는지, 특히 유년기에 어떤 환경에 노출되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마녀'의 주제를 대변하는 캐릭터 자윤의 대척점에는 귀공자(최우식 분)가 있다. 박훈정 감독은 "귀공자는 악으로 태어나 악으로 길러진다. 자윤처럼 악함이 바뀔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없다. 그래서 귀공자는 자윤을 처음엔 이해 못하지만 부러워 하게 된다"라고 극중 인물을 대비했다. 환경의 영향, 무조건적인 사랑을 상징하는 '이름'이 자윤과 귀공자의 차이를 보여주는 지표다.

"귀공자가 자윤이에게 부러워하는 건 '이름'이죠. 귀공자를 포함해 시설에 있는 아이들은 (애정을 담은) 이름이 없거든요. 이들 외에도 시설과 관련된 사람들도 성(姓)으로만 불리고요.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 모를 뿐더러 신뢰하지도 않죠. 이렇게 '마녀'에선 이름을 아무나 가질 수 없어요. 자윤이가 시설에서 나고 자랐지만 나중엔 이름을 가졌다는 게 영화의 중요한 포인트였어요. '마녀'는 이름을 가지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이야기이기도 하죠."

'마녀'의 여성 캐릭터는 '브이아이피' 속 인물들과 대조된다. 전작과 달리 여성이 극의 중심을 이끌 뿐 아니라 '능동적'이다. '브이아이피' 개봉 후 받았던 비판을 의식해 '마녀'를 만든 게 아니냐는 말도 떠돌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1년 만에 작품을 내놓을 수 있었겠나. 난 천재가 아니다"라고 박훈정 감독은 웃으며 "이미 '브이아이피' 후반 작업을 하고 있었을 때 '마녀' 제작이 시작됐다. 시나리오는 훨씬 전부터 나와 있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제목을 중요시한다며 "'마녀'라서 원래부터 자윤은 여성 캐릭터였다"라고 덧붙였다.

'마녀'는 '브이아이피'뿐 아니라 기존 많은 매체들이 여성 인물을 피동의 존재로 그리는 것과 다르다는 점에서 분명 유의미하다. 다만, 남성으로도 대체될 수 있을 만큼 자윤의 캐릭터에선 '여성의 특성'을 찾기 어렵다. 제목에서부터 주인공을 여성 캐릭터로 떠올렸다는 박훈정 감독에게 '왜 굳이 여성에게 지칭되는 단어를 제목으로 했느냐'고 물었다.

"'마녀'를 본격적으로 구상할 때 일본 애니메이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여고생이 주인공인 작품이 많았죠. 고등학생 시절엔 '아키라'를 되게 좋아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특별히 '남성이냐, 여성이냐'라는 개념이 아니라 원형 이야기('프랑케슈타인')를 다루는 과정에서 '어떤 성별의 캐릭터가 어울릴까'를 고민했고 그게 구자윤이라는 인물이었죠. 구자윤이라는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만든 거지, '여성 주인공 영화를 해야겠다'는 건 아니었어요."

박훈정 감독의 말처럼 '마녀'에는 몇몇 캐릭터뿐 아니라 액션 등에서 애니메이션 같은 모습들이 그려진다. 박훈정 감독은 "작품마다 특징, 분위기, 하고자 하는 이야기 등이 다르기 때문에 이번 작품에서는 '만화 같은 영화'를 만들려 했다"고 밝혔다.

"스태프들에게 '난 만화 같은 영화를 만들 거다'라고 말하면서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준 액션, 그에 따른 동선 등을 액션팀에 주문했어요. 캐릭터 면에서도, 리얼리티를 중요시하는 관객에겐 오글거릴 수 있었지만 애초에 의도한 방향에 충실했죠. 막상 작업을 하니 모든 액션의 동선 등을 예측하고 설계하는 게 예상보다 힘들더라고요.(웃음) 동원되는 장비와 특수효과가 많기도 했고요."

박훈정 감독은 "구자윤엔 김다미밖에 없었다"라고 강조하며 신인 배우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한 이유를 전했다. "양 극단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얼굴이 필요했다. 김다미는 친구와 함께 웃는 모습과 누군가를 살해하고 난 후 짓는 미소가 똑같았다"라며 "그건 배우로서 굉장한 장점인데 김다미는 그걸 지니고 있더라"라고 칭찬했다.

영화 흥행과 출연 배우들의 인기에는 상관관계가 있기 마련이다. 흥행을 크게 의식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어떻게 안 쓸 수가 있나. 하지만 기존 배우들 중에선 구자윤에 어울리는 사람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미지에 안 맞는 배우를 쓰는 거라면 차라리 작품을 접는 게 낫다"라고 했다. 박훈정 감독은 동시에 "'마녀'가 흥행에 비춰볼 때 리스크 투성이지만, 그렇게 여기는 건 그동안 이런 작품이 한국영화에서 잘 시도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반증했다.

"여성원톱, 장르 등 걱정할 게 많았죠. 우리나라 관객이 많이 선호하는 장르도 아니고 영화를 고를 때 출연 배우를 우선순위에 두니까요. 그래서 계속 밀리다가 지금에서야 만들 수 있었던 거고요. 하지만 리스크가 많다고 안 한다면 앞으로 새로운 걸 시도하기가 더 어려워지죠.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조금은 성과가 있지 않을까' '성과를 만들면 이런 한국영화가 많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일단 작품성은 둘째치고 재밌게만 만들려 했어요. 또 우리나라 사람들이 마블영화도 많이 보니 '어색하지 않게 한국적으로 만들면 되지 않을까' 했죠. 영화가 재미있으면 나중에라도 장르나 신인배우 주연 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는 생각도 했고요."

박훈정 감독은 "다들 하지 말라고, 자꾸 안 된다고 하니까 더 하고 싶더라"라고 웃으며 팬덤을 만든 전작 '신세계'를 언급했다. "'신세계'를 시작할 때도 '우리나라에서 느와르는 무덤 파고 들어가는 것'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라며 "당시 '이거 실패하면 이제 느와르는 우리나라에서 안 되겠구나'라는 부담감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마녀'도 그런 맥락에서 부담감이 있다"고 덧붙였다.

'마녀'의 시장성이 증명된다면 박훈정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만들고 싶은 작품이 많았다. 먼저 '마녀'가 열린 결말로 마무리되는 것에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가겠다고 말해 놓은 상태다. 이번 영화는 '자윤의 비긴즈' 정도이고 다음 편의 베이스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3부작 제작 가능성에 대해선 "나도 그런 소문이 어디에서 나온지 모르겠다.(웃음) 몇 부작을 딱 정해놓은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영화는 주인공 자윤뿐 아니라 귀공자, 닥터 백(조민수 분), 미스터 최(박희순 분) 등 주요 인물들 모두가 각각 자신만의 스토리를 지닌다. 이런 캐릭터 설정과 속편의 연관성을 묻자 박훈정 감독은 "솔로무비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그렇게 만든 이유도 있다. 죽었던 어떤 캐릭터가 다음 편에서는 살아올지 등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라고 귀뜸했다.

한편 '마녀'는 지난 6월27일 개봉해 극장가에서 상영 중이다.

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 hee0011@joy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마녀' 박훈정 감독 "김다미에 있고 최우식에겐 없는 것"(인터뷰)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