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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속]명성 버리고 희생, 가치 있게 빛나는 이승훈 리더십


후배들 띄우고 대표팀 분위기 확실하게 잡아, 목표 향해 전진

[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아시아 빙속의 전설로 자리 잡고 있는 이승훈(30, 대한항공)의 이력은 화려하다.

이승훈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5000m 은메달과 10000m 금메달을 얻었다. 장거리의 왕자로 이름을 떨쳤고 2014 소치 대회에서는 팀 추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8 평창 올림픽에서 이승훈은 노련미를 앞세우고 있다. 5000m에서는 막판 역주로 5위를 차지했다. 네덜란드의 강세에서 컨디션 조절 차원에서 출전한 5000m에서 나름대로 소득을 봤다.

10000m에서는 개인 최고 기록을 세웠다. 3위 니콜라 투모레로(이탈리아)에 1초22 뒤진 12분55초54를 기록하며 4위를 차지했다. 네덜란드 일색의 장거리에서 이승훈의 활약은 단연 돋보였다. 힘이 부족하다는 동양인 선수의 한계를 실력으로 극복했다.

흐름을 탄 이승훈은 김민석(19, 성남시청), 정재원(17, 동북고)과 함께 21일 강릉 오벌(스피드스케이트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남자 팀 추월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금메달을 노렸지만, 복병 노르웨이의 조직력에 아쉽게 밀렸다.

은메달이 아쉬울 법도 했지만, 좌절은 없었다. 이승훈은 상대의 실력을 인정했다. 그는 "네 바퀴 이후 속도가 떨어졌다. 그 부분에서 밀렸다. 노르웨이가 워낙 잘 탔다.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레이스 전체를 놓고 보면 정재원이 막판 체력 저하로 이승훈이 단축해 놓았던 기록을 깎아 먹었다. 그렇지만, 이승훈은 후배들 탓을 하지 않았다. 올림픽 준비 과정에서 이승훈은 후배들에게는 때로는 엄한 아버지였다가 인자한 어머니로 변신하며 다독였다. 이 과정에서 후배들은 월드컵 시리즈 출전으로 경험을 쌓으며 이승훈의 팀 추월 운영을 몸에 넣었다.

이승훈의 리더십은 후배들의 칭찬으로 더 빛났다. 기록 저하에 김민석, 정재원에 대해 아쉽다는 소리를 할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월드컵 시리즈와 비교하며 "월드컵은 몇 주에 걸쳐 경기하니 체력이 떨어지는데 올림픽에서는 그런 부분이 보이지 않았다. 정말 고맙고 든든한 레이스를 할 수 있었다"며 은메달의 공을 후배들에게 돌렸다.

후배들은 리더 이승훈의 자유에 자기 생각을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었다. 김민석은 이승훈과 세대 차이에 대해 "딱히 그런 부분은 없다. (이)승훈이 형이 선배로 많이 챙겨준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2022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23살이 되는데 남자 선수로 전성기다. 더 좋은 결과를 내도록 달리겠다"며 야심을 숨기지 않았다.

남자 대표팀은 김민석의 1500m 동메달, 차민규의 500m 은메달에 팀 추월 은메달로 꽤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하지만, 조직력이 바닥에 떨어진 여자대표팀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훈련을 같이하면서 눈치를 살피게 마련이다.

자칫 눈치를 보면서 흔들리는 분위기를 이승훈은 확실하게 정리했다. 그는 "후배들하고 우리 경기에 집중하자고 말했다. 다행히 후배들이 너무나 잘해줬다. 분위기는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남은 경기가 있다. 경기에 집중하겠다"며 희생하는 리더로의 모습을 보여줬다.

조이뉴스24 강릉=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이영훈기자 rok6658@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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