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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의 'Feel']성남FC의 줄타기 홍보, 어떻게 봐야 할까요?


정부 지방재정 개편에 대대적인 반발, 경기장에 내건 메시지 해석도 분분

[이성필기자] 성남FC-인천 유나이티드의 2016 K리그 클래식 12라운드 경기가 열린 지난 28일 오후, 탄천종합운동장 정문 앞에는 다소 어색한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근조 깃발이 나부낀 것이지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가가 지켜보니 성남시 시민사회 단체들이 지방재정을 정부가 더 가져가는 것을 규탄하고 있었습니다. '지방자치'가 사망선고를 받았다는 것을 의미하기 위해 근조 깃발을 내걸고 서명을 받는 중이었습니다.

최근 성남시에 가 봤거나 사정을 들어본 축구팬들이라면 대충은 무슨 일인지 짐작을 했을 겁니다. 성남시가 발표한 담화문은 물론 시, 구, 동 단위의 단체 등에서 내건 정부 규탄 현수막이 크게 걸려 있지요.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 계획에 대한 반발입니다.

행정자치부는 지난달 22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2018년부터 시ㆍ군세인 법인지방소득세의 50% 내외를 도세로 전환해 시ㆍ군에 재분배하고, 조정교부금 배분 방식을 재정이 열악한 시ㆍ군에 유리하게 변경하는 지방재정개혁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언뜻 보면 무슨 문제가 있을까 싶은데 성남시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새로운 개편안이 통과가 된다면 가용예산 2천600억원 중 1천억원을 정부가 가져간다는 겁니다. 이 경우 어르신일자리, 산후조리비지원, 학교시설지원, 청년배당, 무상교복지원, 국가 유공자 수당 배분 등 관련 사업을 모두 중단해야 한다며 모든 시민은 물론 축구팬도 알아야 한다고 호소 중입니다. 성남은 물론 수원, 용인, 고양, 화성, 과천시 등도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공교롭게도 K리그 클래식, 챌린지 팀들이 있는 도시가 세 곳이나 됩니다.

성남 축구단은 무슨 관련이 있을까요. 구단의 설명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지난해 구단 예산의 절반 가까운 금액인 70억원을 시 '복지' 예산에서 받았다고 합니다. 체육 예산이 아니라 복지라는 성격이 의아하지만, 구단이 받는 것 자체만 본다면 상당한 금액을 성남시에서 지출하는 거지요. 나머지는 스폰서의 후원 금액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선수단 임금도 지급하고 마케팅을 하면서 구단도 성장하고 K리그에도 기여하게 된다는 것이 구단의 설명입니다.

탄천종합운동장 본부석 건너편 관중석 지붕에는 '성남FC는 이제 축구 못합니다!, PLZ SAVE SFC!'라는 현수막이 내걸렸습니다. LED 전광판에는 경기 시작 후 거의 5~7분 간격으로 '한국 시민구단의 꿈, 지방재정 개편으로 무너진다'는 등의 문구가 광고됐고 중계 방송에도 노출됐습니다.

현수막의 문구는 상황을 모르고 본다면 해석을 다양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광고 메시지였습니다. 성남 구단 관계자는 "지역 기업에서 광고비를 내고 한 것이다. 세금을 지키겠다는 기업 정신이라고 보면 된다"라고 전합니다. 관중에게 나눠 준 전단지는 구단이 직접 제작을 했다네요. 이런 상황에 대해서도 "구단 내부적으로 회의를 했는데 괜찮다는 판단을 하고 시도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오는 31일에는 성남 선수단은 물론 유소년 선수 학부모들에게도 이런 상황을 설명한다고 합니다. 문제 인식에 대한 공유를 하자는 것이지요.

성남시 고위 관계자의 설명은 더 절절합니다. 구단이 정말 영향을 받는지에 대해 궁금해 묻자 이 관계자는 "구단이 시민구단의 모범이 되면서 예산 배정의 당위성도 커졌다. 시민의 문화 선용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지방재정을 개편하게 되면 구단에 지원 가능한 금액이 현재와 비교해 50% 이상 줄게 될 것이다. 이는 시 산하 단체인 문화, 예술, 체육 기관 등이 모두 영향을 받게 된다. 다른 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라고 주장하더군요. 성남 구단도 지방재정 개편이 결과적으로는 시는 물론 시민구단인 성남FC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당연한 운동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정치, 종교, 사상적인 문구를 경기장에 설치하거나 노출하는 것은 한국프로축구연맹 규정에 어긋납니다. 광고비를 받았더라도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프로축구연맹 조연상 사무국장은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연맹에서 검토를 해봐야 한다. 정치적인 메시지인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라고 설명을 하더군요.

행정학 이론으로만 따진다면 성남 구단주인 이재명 시장은 '행정가'입니다. 시장이자 성남 구단의 구단주로서 시정의 한 부분을 축구단이라는 홍보 수단을 통해 알린 것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인식에서 이 시장은 '정치인'으로 분류되고는 합니다. 그렇다면 구단을 통해 벌인 행동 모두가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도 있게 됩니다.

참 애매한 문제입니다. 프로연맹도 이 부분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남 구단은 당당하게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합니다. 과연 규정과 상관 없이 구단이 재정적으로 영향을 받는 일이라며 문제제기를 한 성남의 선택은 옳은 것일까요, 아니면 절묘한 줄타기 일까요.

일단 성남 구단은 지방재정 개편 문제가 프로축구 시민구단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제대로 알리는데는 성공한 것처럼 보입니다. 어쩌면 이재명 구단주의 지능적인 홍보로도 여겨지네요.

과연 이 문제가 어떻게 결론이 날 지 궁금해집니다. 공은 일단 프로연맹으로 굴러갔으니 말입니다.

다만, 지방재정 개편 문제를 통해 아직도 시도민구단이 지자체 재정 지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단점이자 묵은 숙제도 같이 드러났습니다. 구단 자체의 능력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것들이 참 많아 보입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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