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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약속 지킨 김은중의 놀라운 선택


K리그, 미국 등 제안 뿌리치고 강등된 친정팀 대전 입단

[이성필기자] 지난 2012년 대전 시티즌과 재계약에 실패한 골키퍼 최은성(43)이 전북 현대로 떠난 뒤 한 대전 관계자는 기자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꺼냈다. "최은성과 김은중의 마지막 팀은 반드시 대전이 되게 하겠다."

원클럽맨이 되기 쉽지 않은 K리그 현실에서 이적을 거듭한 선수가 처음 프로 생활을 시작했던 팀으로 되돌아오는 일은 어렵다. 특히 친정팀이 2부리그로 강등이 된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27일 대전으로 전격 복귀한 공격수 김은중(35)의 선택은 놀라운 일이었다. 1997년 대전의 창단 멤버였던 김은중은 2004년 FC서울로 이적한 뒤 제주 유나이티드, 강원FC, 포항 스틸러스를 거쳐 이번에 대전으로 되돌아왔다.

흥미로운 부분은 대전은 지난 시즌 종료 후 강원과 함께 챌린지(2부리그)로 강등됐다는 점이다. 김은중은 지난해 여름 강원에서 포항 스틸러스로 임대된 뒤 시즌 종료 후 강원으로 돌아왔다. 강원 역시 강등을 당해 구단 재정이 줄면서 나름 고액 연봉자였던 김은중은 정리대상 1호였다.

김은중은 고민을 거듭했다. K리그 클래식과 챌린지 팀들 중 김은중의 영입을 고려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낸 팀은 거의 없었다. 클래식 한 팀에서 어느 정도의 연봉을 챙겨주며 영입을 하겠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어디서든 뛰어야 했던 김은중에게 솔깃한 제안은 미국 프로축구(MLS)에서 왔다. 서부쪽 한 구단과 사실상 협상이 끝났고 몸만 미국으로 향하면 됐다. 은퇴 이후를 생각했던 김은중은 미국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며 공부에 전념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10년 전 팬들과의 약속이 김은중을 고민에 빠트렸다. 2004년 안양에서 서울로 연고 이전을 한 FC서울의 일원이 돼 팀을 옮긴 김은중은 대전 팬들이 "꼭 돌아오라"고 한 말에 "꼭 오겠다"라고 대답을 했다. 이를 기억하고 있던 대전은 김은중에게 희망을 걸고 대전 컴백 제안을 했고 김은중은 고심끝에 친정 복귀를 선택했다.

김은중은 "대전에서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았고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 대전은 내게 첫 팀이다"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챌린지로 내려앉고 조직도 축소된 가난한 구단이었지만 그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김은중에게 대전은 추억이 많은 팀이다. 2001년 FA컵 포항 스틸러스와의 결승전에서 김은중의 결승골로 1-0으로 승리하며 우승을 맛보기도 했다. 골키퍼 최은성이 경기 중 부상으로 병원으로 실려갔고 김은중은 최은성을 위해 끝까지 자신의 골로 만든 리드를 지키며 우승을 일궈냈다.

이제 김은중은 등번호 18번을 달고 대전의 승격을 위해 뛴다. 챌린지에서의 투혼 발휘라는 점에서 더욱 놀랍다. 대전은 매년 외풍으로 홍역을 앓는 시끄러운 팀이 됐다. 김은중이 구단의 안정화에 기여하면서 승격까지 이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스토리는 없다.

플레잉코치로 나서는 김은중은 할 일이 많다. 김은중은 지난해 22경기에 나서 1골 1도움에 그쳤지만 2012년 16골을 넣었던 기억을 떠올리면 여전히 희망적이라는 평가다. 챌린지에서 자신과 팀이 같이 부활하면 승강제 효과를 더욱 극대화 시킬 수도 있다. 또, 구단을 찾지 못해 헤매고 있는 다른 노장들에게도 희망의 메신저가 된다. 많은 부담과 희망을 안고 대전에서 뛰어야 하는 김은중이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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