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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8분 몰리나의 코너킥'…탄천의 잔디를 말하다


지난 15일 '2010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성남 일화-수원 삼성의 경기가 펼쳐진 성남 탄천종합운동장.

후반 8분 성남이 코너킥을 얻었다. 키커는 '왼발의 달인' 몰리나였다. 몰리나의 킥은 이미 K리그에서 정평이 나 있다. 세트피스에서 몰리나의 정교한 킥에 의한 득점이 성남의 대표적인 득점 루트이기도 하다. 그만큼 몰리나는 킥에 있어서 K리그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그런데 몰리나의 킥이 어이없는 방향으로 흘렀다. 문전 근처로 가기는커녕 전혀 다른 방향으로 향했다. 몰리나가 찬 코너킥은 하늘 높이 치솟으며 골라인 밖으로 향했다. '킥의 달인' 몰리나가 찬 것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였다. 바로 이 몰리나의 코너킥. 탄천종합운동장의 잔디 상태를 말해주고 있는 결정적인 장면이다.

몰리나의 킥 실수는 잔디 탓이었다. 급하게 옮겨 심은 잔디가 패여 있었고 몰리나는 공과 함께 잔디를 찬 것이다. 몰리나가 킥을 하자 패여나온 잔디도 함께 솟았다. 어이없는 킥을 한 후 몰리나는 패이고 솟아오른 잔디를 직접 정리해야만 했다.

탄천의 잔디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지난 1일 K리그 경기서 수원의 윤성효 감독은 탄천에서 성남과 0-0 무승부를 거둔 후 "축구가 아닌 럭비를 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AFC챔피언스리그가 열리기 전 기자회견에서는 "탄천의 잔디가 달라지지 않았다"며 불만을 이어갔고, 막상 15일 성남전에서 1-4로 대패하자 윤성효 감독은 격분했다.

윤성효 감독은 "내가 볼 때 조기축구도 이런 곳에서 축구하지 않는다. 이런 곳에서 축구한다는 것이 난센스다. 어웨이 팀들이 여기 구장에 와서 이기고 간다는 것은 상당히 힘들다고 생각을 한다. 럭비 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윤성효 감독은 이어 "K리그 팬들이 없을 수밖에 없다. 팬들이 운동장을 찾을 수 있는 여건이 돼야지... 잔디 사정이 너무나 좋지 않은데 어떤 팬들이 운동장에 몰릴 수 있겠는가. 팬들이 운동장에 찾아올 수 있게 만들어야 하는데 팬들을 오히려 찾지 않게 만드는 원인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원 패배의 이유를 잔디 탓으로 돌릴 수는 없지만 윤성효 감독의 격분을 이해할 만하다. 탄천운동장의 잔디는 민망스러울 정도였다. 이곳저곳 패인 부분이 눈에 띄었고 경기 중 솟아오른 잔디를 다시 정리하는 선수들의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분명 이날 경기는 잔디의 영향을 받았다. 더 매끄러운 경기, 더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엉망인 잔디 상태가 막은 장면이 수 차례 있었다.

지난 1일 K리그 성남-수원전이 끝난 후 성남시와 성남시시설관리공단은 대대적인 잔디 보수에 나섰다. 약 40여 명의 공단 직원이 투입됐고, 약 6천만원의 자금도 함께 투입됐다. 하지만 그리 달라지지는 않았다. 급하게 조치를 취한 티를 벗지 못했다.

이런 잔디에서의 경기는 결국 모든 이들에게 피해를 준다. 선수들은 부상의 위험이 있고, 자신의 경기력을 펼쳐보이는데 무리가 있다. 또 축구팬들은 수준 낮은 경기를 봐야 한다. 이날 경기 성남의 상대가 수원이 아닌 다른 아시아국가 클럽이었고, 아시아 축구팬들이 경기를 지켜봤다고 상상하면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다.

2002년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했고 2022년 다시 한 번 월드컵을 유치하려는 한국. 게다가 이번 AFC챔피언스리그 8강에 4팀이나 올라있는 한국의 K리그. 더욱 높은 곳으로 가려는 한국 축구와 K리그 명문 성남의 홈구장인 탄천의 잔디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 씁쓸함을 안기고 있다.

탄천운동장의 잔디 관리에 1차적인 책임이 있는 성남시에 연고 프로축구단을 보유할 의지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조이뉴스24 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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